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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3.13 15:27:26
  • 최종수정2024.03.13 15:27:26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진천군 진천읍에는 백곡에서 흘러오는 백곡천이 진천읍을 가로질러 금강의 지류인 미호강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백곡천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만 고지도에 보면 진천읍 신정리와 삼덕리의 경계 지역에 흐르는 백곡천을 '우천(牛川)'이라 기록하고 있으며 신정리 지역에는 '소강정(小江亭)'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주민들에게는 '소강징이'라 불리어 왔다.

영동군 황간면의 우천리(牛川里)는 본래 황간군 서면의 지역으로서 '쇠내'라 부르는 개천가에 있어 지금까지도 '쇠내'라 불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우천(牛川)'이란 '쇠내'를 한자로 표기한 것임을 알 수 있으며 전국의 지명에서도 '쇠내'라는 이름이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우천리,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중봉리, 전남 고흥군 영남면 우천리, 전남 보성군 조성면 우천리, 경북 영천시 청통면 우천리, 경남 사천시 사남면 우천리, 경남 창녕군 고암면 우천리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진천읍 신정리 지역의 '우천(牛川)'이라는 지명도 예전에 '세금천'이라 불렀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아마도 한자로 표기하기 전에는 '쇠내'라 불렀을 것으로 추정이 된다. 옛날 '쇠내'라는 냇가에 정자를 짓고 '쇠내'를 '우천(牛川)'으로, '쇠내' 가의 정자를 한자로 미화하여 '소강정(小江亭)'이라 이름 지은 후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기는 장면이 선하게 떠오르지 않는가? 실제로 '동창이 밝았느냐-'라는 시조로 유명한 조선의 문신인 약천(藥泉) 남구만이 젊은 시절에 이곳에 머물면서 지은 '소강정에서'라는 시가 <약천집(藥泉輯)>에 남아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쇠내'란 어떤 의미일까?

하천이란 두 산 능선 사이의 골짜기에 물이 흘러 생기는 지형을 말하는 것이므로 '두 산 능선의 사이에 있는 내'라는 의미로서 일반명사처럼 하천의 이름으로 흔하게 쓰였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팔당댐 주변인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 '소내'라는 곳이 있어 다산 정약용이 지은 <소내사시사(笤川四時詞)>라는 시가 전해온다. 고지도에는 '우천(牛川), 소천(小川)'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경남 창녕군 고암면 우천리의 우천마을은 마을 뒷산이 소가 누운 것 같은 형상이라서 '소내'라 불려왔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소내 안골짜기를 쇠꼴(소곡)이라 부르고 쇠꼴재(소곡재)라는 고개도 있는 것으로 보아 '소'의 원형은 '소(牛)'가 아니라 '쇠, 새'로 보인다. 그래서 일부 지역에서는 한자로 '금(金)'으로 표기하면서 '금곡(金谷), 금천(金川)'이라는 지명이 많이 나타나며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도 전해오는 자연 지명은 '쇠내'였던 것이다.

또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의 금곡이라는 지명도 '쇠골'이라는 이름에서 비롯되었으며 옛날 이곳에서 금을 채굴하였으므로 금곡이라 불렀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이는 글자를 통해 유추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러므로 지명이 지형의 특징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본다면 지명에 나타나는 '소, 쇠, 새'는 '두 지형지물의 사이'의 의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하겠다.

진천읍 신정리의 '소강징이'라는 지명의 경우에는 '배나무징이, 으능징이'라는 지명처럼 '징이'란 '정자'가 아니라 어떤 사물이 위치하는 장소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던 순우리말이므로 '소강정(小江亭)'이라는 정자가 있기 전부터 전해져 온 이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지역에 '옹징이(瓮井)'이라는 자연지명이 있는데 커다란 항아리를 묻어서 사용하는 샘이 있는 지역을 가리킨다. 원래는 '독징이'라 부르다가 한자로 '옹정(瓮井)'이라 표기하면서 '옹징이'라 불렀을 것으로 추정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옹징이'라 부르는 샘의 안쪽(속)에 있는 마을을 '속옹징이'라고 부르다가 '소강징이'로 변이된 것으로 추정이 된다.

하지만 지명은 언어의 변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며 이러한 지명에 생명을 불어넣고 아름다운 의미를 덧붙여 미화하는 것은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자랑스러운 문화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의 삶의 흔적과 풍류가 남아 있는 이 지역을 문화적 명소로 만드는 일이 후손들의 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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