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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8.17 13:57:01
  • 최종수정2016.08.17 17:57:38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추정리에 '가래울'이라는 마을이 있다. 이 지명을 한자로 표기할 때 '가래'는 '楸(가래나무 추)'로 '울'은 '洞(고을 동)'으로 하여 '추동(楸洞)'이 된 것이다. 추정리라는 행정명은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추동(楸洞)'과 '송정(松亭)'의 이름에서 한 자씩을 따서 추정리라 하여 낭성면에 편입되어 오늘에 이르는 것이다.

'가래울'이라는 지명은 괴산군 불정면 추산리의 가래울을 비롯하여 대전광역시 동구 추동의 가래울, 충남 금산군 금성면 양전리의 가래울, 충남 금산군 추부면 추정리의 가래울 등이 보인다. 경기도 여주군 정동면 사곡리의 가래울에는 마을 뒷산에 가래나무가 우거져 있었으므로 가래울(木秋谷)이라고 하였다는 지명 유래가 전해오듯이 많은 지역의 지명에 나타나는 '가래실, 가래울, 가래골'(청주시 북이면, 괴산군 장연면, 충주시 앙성면, 보은군 회남면, 단양군 단양읍 덕상리, 영동군 추풍령면) 들이 '가래'를 '가래나무(楸)'로 해석하여 '추동(楸洞)'이라 표기하고 있으나 '가래'의 의미를 알 수가 없어 음이 같은 '가래나무'를 연상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면 '가래'라는 말은 어떤 의미에서 나온 말일까?

단양군 별곡리의 가래골은 가락골, 갈락골이라고도 불리었으며 단양군 대강면 시동리의 '갈래골'에서는 '갈'의 원형과 그 의미까지 남아 있는 것을 볼 때 '갈라지다'라는 의미의 고어의 어근 '갈'이 '가래, 갈래, 가르, 가리, 거르, 거리'로 변화되어 여러 지명에 쓰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음성군 삼성면 덕정리의 '가래실'은 옛날 '지내면(枝內面)'의 중심 마을이었다. 이곳에서는 '가래'를 향찰의 표기법처럼 음과 훈을 이용하여 '지내(枝-가지 지, 內-안 내)로 그 소리를 표기하였으나 마을에 전해지는 지명 유래로는 역시 예전에 가래나무가 많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밖에도 '가래'가 붙는 지명으로는 음성군 금왕읍 유촌리와 대소면 성본리의 '가래들', 음성군 대소면 삼정리의 '가래뭉지(楸洞)', 음성군 금왕읍 삼봉리의 '가래실고개' 등이 있으며 음성군 생극면 임곡리의 '가래산'은 삼성면 덕정리의 '가래실'과 같이 한자로 '지내산(枝內山)으로 표기되어 '지네가 많은 산'이라는 유래가 전해져오고 있으나 공통적으로 '가래'를 음차하여 '가내(枝內)'로 표기한 것은 의미상으로도 '갈라진다'는 의미를 나타내고자 한 것으로 추측이 된다.

음성군 맹동면 인곡리의 '가락골', 또는 '갈골'도 '갈라지는 골짜기', '갈라지는 골짜기에 있는 마을'이란 의미의 '가래골', '가래실'과 같은 형태일 것이며 음성군 맹동면 용촌리의 '추동골'은 '가래골'이 '추동골(楸洞)'이라는 한자로 표기된 것으로 추측된다.

'갈'이 '가리'로 변이되어 쓰이는 예도 많이 보인다. 서울특별시 구로구에 있는 '가리봉동(加里峰洞)'은 주위의 작은 봉우리가 이어진 곳에 있는 마을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지며, 구로구의 전체적인 땅 모양이 바지가랑이처럼 갈라진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강원도 설악산 가리능선의 '가리봉(加里峰)'은 '가리산'이라고도 하며 산 아래 가리산리, 가리초등학교 등과 강원도 원주의 '가리봉'에 쓰인 '가리'가 위와 같이 '갈라지다'라는 의미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강원도 홍천의 가리산은 '가리'를 '단으로 묶은 곡식이나 땔나무 따위를 차곡차곡 쌓아둔 큰 더미'를 뜻하는 순우리말로 보아 '산봉우리가 노적가리처럼 고깔 모양으로 생긴데서 유래한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이는 글자의 음만 가지고 해석한 것으로 실제는 다른 지역의 지명들과 같이 산봉우리가 갈라지는 지형을 나타낸 것이며 역시 '갈'에서 파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하원동에서 발원하여 서귀포시 강정동을 지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강정천'이라는 하천이 있는데 옛 명칭은 '가내천(加內川)' 또는 '가래천(加來川)'이라고 불렸다고 하며 같은 지역을 가리키는 '거린내'라는 말도 전해 온다. 따라서 '가래'와 '거리'가 '갈라지다'라는 의미로 해석하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하겠다. 이렇게 볼 때 음성군 음성읍 용산리의 '거린내'와 경기도 가평군 북면의 '거린내' 음성군 삼성면 덕정리의 '냇거름'은 '내가 갈라지는 곳'을 가리키는 지명이며 보은군 삼승면 달산리의 거름산, 김제시 만경읍 대동리의 거름골은 '갈라지는 산, 갈라지는 골짜기'의 의미로 해석할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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