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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2.12 16:31:23
  • 최종수정2020.02.12 16:31:23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뱀은 우리 조상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무섭고 힘센 대상이기에 오히려 집을 지키거나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숭배하는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뱀과 관련된 지명의 유래를 살펴보면 이러한 이미지가 잘 나타나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의 김녕사굴(金寧蛇窟)은 자연 지명으로는 뱀굴이다. 이 뱀굴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어마어마하게 큰 뱀이 김녕 뱀굴이란 곳에 살았다. 이 뱀이 처녀를 바치지 않으면 굴 밖으로 나와서 밭의 담도 무너뜨리고 곡식들도 휘저어 버려 흉년이 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매년 처녀 한 명씩을 선정하여 희생으로 바쳐 이 재앙을 모면해 왔다. 어느 날 제주에 부임한 판관이 활을 쏘아 뱀을 죽여 버렸다. 그러고는 동원으로 돌아오는데 하늘에서 시뻘건 피가 비가 되어 내렸다. 판관은 미리 하인에게 동원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는 말을 하지 말라고 시켰는데, 하인이 피 비에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판관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천안시 적산읍 상덕리 덕령에도 뒷산에 굴이 있는데 옛날에 구렁이가 이곳에서 살면서 사람들에게 해를 많이 끼치는 것을 도승이 잡아 죽였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이 전설들에서는 뱀이 인간을 해치는 사악한 존재로 묘사되면서 뱀이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공포스러운 존재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뱀이 공포스럼고 힘센 존재인 만큼 오히려 신으로까지 숭배되기도 한다.

뱀을 보면 옴이 움츠러들고 공포를 느끼지만 꿈에 보는 뱀은 무척 상서로운 것으로 해몽을 한다.

뱀은 재(財)를 몰아오고 또 그것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여겨 오기 때문이다. 뱀꿈 가운데에서도 뱀을 만지는 꿈인 무사몽(撫蛇夢)이 가장 좋다고 하는데, 머슴이 이런 꿈을 꾸면 백석몽(百石夢)이라고 해서 난곡 백 가마가 생길 것이라며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어린애가 울면 '어비 온다, 어비, 어비...' 하면서 겁을 주어 울음을 그치게 하였다. '어비'는 '벌레'를 가리키는 말인 '업'에서 나온 말로 뱀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집집마다 '어비(업이, 業, 구렁이)'가 하나씩 있어서 가호신(家護神)처럼 여겨 왔다. 이 '어비'가 집 재물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래서 업구렁이가 어쩌다 뜰이나 돌담 등에 나타나기라도 하면 집안 아낙네는 정화수를 떠 놓고 정성껏 빌곤 했던 것이다. 이처럼 '업'은 복을 대신하는 말로 쓰이기도 해서 복 있는 아이를 '업동이'라 하였다.

이처럼 뱀에 관련된 지명에 전해오는 유래나 전설이 반드시 뱀을 공포의 존재로만 묘사하는 것은 아니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 고풍리의 '장사동'에는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는 뱀의 영생불사의 속성을 반영하여 이 지역의 주민은 장수한다는 유래를 만들어냄으로써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심을 나타내기도 하였으며 전의면 운주산의 '비암사(碑巖寺)'라는 절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에 비암사에 젊은 청년이 매일 저녁 찾아와 밤이 깊도록 탑을 돌다가 아침이면 사라졌다. 스님이 궁금하여 물과 음식을 건네며 사연을 물어보아도 청년은 웃기만 할 뿐 대답이 없었다. 더욱 궁금해진 스님은 탑돌이를 끝낸 청년의 뒤를 몰래 쫓아가니 그 청년은 바위굴로 들어갔다. 그 굴 속을 따라 들어가니 굴 속에는 커다란 구렁이가 그동안 사람이 되기 위하여 기도를 해왔는데 그만 사람에게 들켜서 소원을 이룰 수 없게 되었다고 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잘못된 호기심 때문에 구렁이의 환생을 막게 된 스님은 그날부터 구렁이를 돌보며 평생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후로 그 절을 뱀절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전남 고흥군 동강면 한천리의 '뱀골고개(뱀골재)'는 고개를 넘을 때 죄를 지은 사람은 반드시 큰 뱀을 만나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만들어 공포스러운 뱀의 존재를 이용하여 권선징악의 교훈을 실현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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