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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오늘날 여러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토 분쟁은 결국 지명의 전쟁이다.

현재 진행 중인 독도와 동해 표기 싸움은 독도냐 죽도(竹島 · 다케시마)냐, 동해냐 일본해냐를 다투는 지명 선점 다툼인 것이다. 세계 각국의 지도에 독도로 표기가 되면 한국 땅이요, 다께시마로 표기되면 일본 땅이 되며, 동해로 표기되면 한국의 동쪽 바다요, 일본해로 표기되면 일본의 바다가 되는 것이니 지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해방 후 흐리멍덩한 지명회복의 실패가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게 되었는지 우리 모두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남중국해의 조어도(釣魚島)는 '댜오위다오(釣魚島)'로 표기하면 중국 땅이요 '센카쿠열도(尖閣列島)'로 표기하면 일본 땅이 되며 '댜오위타이(釣魚臺)'로 표기하면 대만의 땅이 되는 것이니 앞으로 주변에 해양자원이 풍부한 이 섬을 차지하기 위한 지명 전쟁이 점점 치열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하겠다. 지명 전쟁은 국제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늘 일어나는 문제라는 것을 알고 지명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14년에 음성군 금왕읍과 대소면의 경계 지역에 대소금왕고등학교가 신설 개교하였다. 이 학교가 설립되는 과정에 가장 어려웠던 점 중 하나는 바로 교명을 정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대소고등학교라 하면 대소면의 고등학교요, 금왕고등학교라 하면 금왕읍의 고등학교이니 양 지역의 경계지역에 있는 학교라서 서로 양보를 하지 않고 고집을 부렸던 것이다. 결국 학교 설립을 먼저 신청하고 시작한 것은 대소면인데 학교건물의 위치가 행정구역상 금왕읍에 설치가 되니 교명에서는 '대소'를 앞에 붙여 '대소금왕고등학교'로 결정하기로 합의가 되었던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다른 지역 사람들은 교명이 너무 길어 부르기가 불편할 뿐만 아니라 기억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불만을 호소하고 있어 교명의 역할을 하는데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지만 마땅한 다른 이름을 제시하지 못하여 오늘날까지 학교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다른 이름으로 한다면 지역에서 학교명에 양 지역의 이름을 반영하려고 고집하지 말고 학교가 위치한 마을의 고유 이름을 가지고 이름을 정하는 방법이 하나이고, 또 하나는 지금까지 행정구역명을 정하는 일반적인 방법인 합성지명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즉 대소의 '대'와 금왕의 '금'을 따서 '대금고등학교'로 하는 것인데 이는 벌써 학교 앞의 도로명을 '대금로'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으니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합성 지명법이 지명 명명 방법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있다. '대금고등학교'라고 하면 대소의 고등학교도 아니고 금왕의 고등학교도 아닌 것이며, 오히려 듣는 사람에게 국악기인 대금(大·)을 떠올려 '대금을 가르치는 국악고등학교'나 또는 '대금을 만드는 공장이 있는 지역의 학교' 등으로 오해를 하게 할 것이며 앞으로 먼 훗날에는 대금과 연관된 유래도 만들어져 전혀 다른 의미로 변질된 것이 틀림없다고 하겠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름이라면 그 속에 우리의 삶과 역사가 스며들지 못하기에 지역을 나타내는 고유명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름이 되고 마는 것이다. 더욱이 두 지역의 이름 역시 합성지명이어서 두 지역의 전통과 역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이름이니 더욱 아이러니컬하다고 하겠다.

금왕읍(金旺邑)은 우리나라 최대 금광이었던 무극 광산이 있었던 지역이라서 '금(金)이 왕성하게 나오는 곳'이라는 의미로 지은 이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나 사실은 순우리말 지명인 '쇠눗골'의 한자 표기가 '금목(金目)이어서 예전에 이곳을 행정구역명으로 금목면(金目面)이라 불렀고, 인근에 법왕면(法旺面)이라는 지역이 있었는데 두 지역을 병합하여 금목면의 '금'과 법왕면의 '왕'을 따서 금왕면이라 이름 지었던 것이 이제 읍으로 승격하여 금왕읍이 된 것이다.

대소면도 충주군 대조곡면(大鳥谷面)과 소탄면(所呑面)의 첫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어서 대소와 금왕에는 고유의 의미가 나타나지 않으니 교명에 그 이름을 고집할 이유가 없지 않았을까·

이처럼 사람에게 성명(姓名)이 역사이듯 땅에는 지명이 역사요 주민들의 삶의 흔적인 것이니 지명이나, 또는 지역을 대표하는 기관의 이름을 새로 정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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