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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4.06 13:45:37
  • 최종수정2016.04.13 14:37:19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불과 40~50년전만 해도 겨울에 세수를 하려면 연탄불에 물을 데워야 했다. 뜨거운 물 한 바가지를 떠다가 안마당 한 켠에 있는 수돗가에서 찬물에 타서 부리나케 세수를 한 후 방으로 급히 들어가려면 문고리에 손이 쩍쩍 들러붙는 일이 다반사였다.

추운 날씨에 물을 사용하는 것이 너무도 불편한 나머지 부모님께 효도를 잘하겠다는 다짐으로, 내가 크면 돈을 많이 벌어서 부모님께 꼭지만 틀면 찬물, 뜨거운 물이 나오는 시설을 해드리겠노라고 입버릇처럼 호언장담들을 하곤 했지만 사실 그러한 시설을 실제로 사용하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꼭지만 틀면 뜨거운 물이 펑펑 나온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 생활에서 생활용수의 사용은 물론이고 생명 유지를 위한 먹는 물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더우기 지금은 상수도 시설과 온도 조절 시설을 통해 물을 편리하게 사용하지만 옛날에는 그 필요성이 더욱 절실했을 것이다. 따라서 사람이 집을 짓고 살거나 사람들이 모여 살기 위한 마을이 생기려면 물을 구할 수 있는 우물이 필수요소이므로 우물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마을을 이루게 되며, 주변에서 우물과 관련된 지명을 많이 발견할 수가 있다.

음성군 삼성면 덕정리에 있는 김정(金井)마을에는 물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유래가 전해져온다.

"이조 중엽 정읍 원님이었던 조 모씨(趙某氏)가 민폐가 심하다하여 사직을 당한 후 이곳을 지나다가 목이 말라 이 부락에서 물을 얻어 먹고는 물맛이 하도 좋아서 이곳에 정착하여 금(金) 속에서 나오는 물이라 하여 부락이름을 금정(金井)이라 하여 오늘에 이른다."

금정이라는 지명의 예로는 전국에서 널리 알려진 금정산성이 있는 부산 금정구를 비롯하여 경기 군포시 금정동, 전남 영암군 금정면, 서울 서대문구 응암로의 자연지명인 금정, 청주시 옥산면 동림리의 금정 마을 등 널리 분포되어 있는데 '김정'으로 또는 '김장골'로 변이된 곳도 많이 보인다.

음성군 소이면 금고리에 속하는 자연 마을인 김장골은 예전에 마을 앞 논에서 금이 발견된 이후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금을 찾으려고 우물을 파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금정, 즉 금우물이라 하였으며 그 후 금정이 변해서 금정골, 김장골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음성군 삼성면 선정리의 김장골은 김장곡, 김정곡, 김장곡 등으로도 표기하는데 마을에 큰 샘이 있어 이 물이 넉넉하면 그해에 풍년이 들고 부족하면 흉년이 든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마을 아랫쪽에는 작은 샘이 있었는데 사금이 많이 나오므로 오랫동안 사금을 채취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았고 멀리서 사금을 캐러 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제시대 무극광산에서도 이곳은 분명히 금맥이 있을 것으로 인정하고 관에서 관정을 파고 탐사를 했는데, 금맥은 발견하지 못하고 물줄기만 세차게 솟아 나와서 틀어 막았는데, 그후 이 물을 농업용수로 활용하게 되어 가뭄을 모르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

이들로 볼 때 '금정, 김정, 김장골'에서 '정'은 우물을 가리키는 말임이 분명한데 우물의 앞에 공통적으로 '금'이 붙어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땅의 이름을 정하는 가장 적합한 요소가 바로 그 지형의 형태를 묘사하거나 지시하는 말이므로 '크다, 작다, 높다, 낮다'라는 말이 지명에 많이 쓰이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다만 이러한 의미를 가리키는 다양한 말과 시대에 따라 변하는 말들이 혼용되면서 그 의미를 잃어 다른 의미를 덧붙이고 한자 표기로 인한 음의 변이까지 겹치면서 혼란을 주게 되므로 지명의 어원을 찾는 일은 참으로 어렵고도 힘든 작업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앞으로 '금'의 의미를 자세히 파헤쳐 보겠지만 앞에서도 여러 번 언급한 것처럼 지명에서 쓰인 '가마, 금, 검'은 '크다'의 의미인 것이다.

이와 같이 우물, 또는 물의 앞에 '크다'는 의미의 '금'을 붙인 것은 사람들의 생활용수로서 또는 농사를 짓기 위해 물이 반드시 필요한데 물이 부족한 고통을 늘 겪어왔기에 많은 물을 간절히 원했던 조상들의 삶의 애환을 엿보는 것 같아 가슴이 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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