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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괴산의 화양동에서 나오다 보면 청안면 부흥리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백봉리, 운곡리를 거쳐 청안면 소재지로 넘어가는 험한 고개를 질마재라 부른다. 질마란 '짐을 실으려고 소의 등에 얹는 안장'을 말하는데 고개의 형태가 소의 질마처럼 생겼다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질마재라는 지명은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내방리,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간매리,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가곡리,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충청남도 공주시 정안면 장원리 등 전국 각지에 분포하며 충북에도 청주시 문의면 마동리를 비롯하여 괴산군 청안면 문당리, 괴산군 소수면 소암리, 괴산군 청천면 이평리, 진천군 초평면 금곡리, 진천군 백곡면 양백리, 진천군 이월면 미잠리, 보은군 회인면 용촌리, 보은군 회인면 고석리, 보은군 내북면 서지리, 보은군 마로면 임곡리, 보은군 보은읍 중초리, 옥천군 안남면 도농리, 음성군 음성읍 용산리, 음성군 감곡면 문촌리 등에 '질마재'라는 명칭이 두루 쓰이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질마재'는 '국화 옆에서'라는 시로 유명한 미당 서정주 시인이 유년기에 고향 사람들과 겪었던 풍속을 산문 양식으로 담은 여섯 번째 시집 『질마재 신화』의 주요 무대로 유명해진 마을 이름이다.

서정주(未堂 徐廷柱) 시인은 전북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질마재에서 태어났으며 유년 시절을 이곳 에서 보냈다.

세상 일 고단해서 지칠 때마다, / 댓잎으로 말아 부는 피리 소리로 / 앳되고도 싱싱히는 나를 부르는 / 질마재, 질마재, 고향 질마재.

소나무에 바람 소리 바로 그대로 / 한숨 쉬다 돌아가신 할머님 마을. / 지붕 위에 바가지꽃 그 하얀 웃음 / 나를 부르네. 나를 부르네.

도라지꽃 모양으로 가서 살리요? / 칡넌출 뻗어가듯 가서 살리요? / 솔바람에 이 숨결도 포개어 살다 / 질마재 그 하늘에 푸르를리요?

위의 시 '질마재의 노래'는 1983년 '현대문학' 5월호에 발표했던 작품이다. 미당에게 있어서 질마재는 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그의 탯자리일 뿐만 아니라, 그의 문학의 모태이며 시의 고향인 것이다. '질마재 신화'는 미당의 6번째 시집으로 1975년 출간되었으며 이 시집에는 총 45편의 질마재 이야기(신화)를 담고 있는 산문시집이다.

이 시집에 등장하는 소재는 대부분 이 지역에 존재하던 실제의 인물들이거나 사물들이다. '해일(海溢)'의 외할머니 이야기, 논갈이를 잘 하는 진영이 아제, 계피떡장수 알묏댁, 이빨 한 개 없는 눈들영감의 마른 명태이야기 등 질마재에 살았던 실존 인물들을 대상으로 씌어졌다고 한다.

'질마재의 신화'는 마을에 실제로 있었던, 혹은 전해져 내려오는 질마재 사람들의 애환이 녹아 있는 이야기를 시화(신화)하여 전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옛 우리네 서민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며 오랜 세월 친숙하게 불리어 온 '질마재' 라는 땅이름 속에는 우리 조상들의 삶과 애환이 녹아있으며 고향을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훈훈한 어머니같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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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