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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방서동 지역은 오랫동안 대머리라는 이름으로 불리어 왔다. 방서동에 얽힌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은 마치 이곳에 대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유래된 지명이 아닌가 하는 상상도 할 수가 있겠지만 이 곳이 대머리라 불리게 된 데는 다음과 같은 유래가 전해온다.

"고려의 태조 왕건이 후백제의 견훤과 치열한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을 때 어느날 청주를 거치게 되었다. 오랜 전투로 물과 군량미가 필요했는데 청주의 호족인 한란이 왕건의 군사와 군마에 물을 제공하고 군량미를 제공하여 후백제와의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데 큰 공을 세웠다. 왕건이 그 공을 인정하여 대인이란 벼슬을 내리고 '대마을(大村)'으로 불리다가 대머리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250여 성씨 가운데 11번으로 번창한 청주 한씨가 방정리(方井里)에 살았다는 연유로 이 곳에 '대머리'라는 지명이 생겼다고 전해오는 마을의 유래가 있는 것으로 보아 '대머리'라는 지명을 '큰마을', '큰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원래 '한(韓)'의 뜻이 '크다'와 통하는 것이며, '머리'도 '두목ㆍ지도자'와 통하는 것과 방정(方井)에 위대한 인물이 있었다는 점과, 청주 한씨를 '대머리한씨'라고도 하는 점에서 '큰마을', '우두머리'라는 의미 연결이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유래는 역사적 사실과 연관지어 말을 지어내는 경우가 많이 있으므로 다른 지역의 '대머리' 지명을 살펴보기로 하자.

서울시 금천구의 독산동의 독산(禿山)이란 민둥산을 의미하며 충남 천안시 태조산의 대머리봉(대머리바위)도 산 정상에 나무가 없이 바위가 있는 모양을 추정하여 지명의 의미를 해석할 뿐 대머리의 원래 의미를 확인하기 어렵다.

충남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리의 장고도라는 섬을 가면 대머리 선착장이 있다. 이곳의 대머리는 원래는 '대멀'인데 흔히 이렇게 부르게 되었다는 것으로 보아 대머리의 원형은 '대멀, 또는 대말'인데 대머리라는 말을 연상하여 부르기 쉬운 말로 변형된 것으로 짐작이 된다.

전국에 '대말'이라는 지명이 여러 군데 존재한다. '대말'의 '대'는 두 가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대'를 '大'로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를 '竹'으로 보는 것이다. '말'은 '마을'의 뜻이다. '대머리'를 '죽촌'(竹村), '대촌'(大村)으로 바꾸어 놓은 것을 보면 '머리'가 '마을'과 관련이 있음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대'를 '大'로 보면, '대말'은 '큰 마을'로 해석된다. '대말'이나 '대머리'가 대체로 그 지역에서 으뜸되는 마을이라는 점에서 '큰 마을'설은 그런대로 설득력이 있다. 방서동의 '대머리'도 주변에서 가장 큰 마을이다. '대촌'(大村)은 '대말'을 '큰 마을'로 인식하고 바꾸어 놓은 한자 지명이다. '大'가 '대곡', '대바우', '대벌', '대산', '대보' 등에서 보듯 지명의 선행 요소로 적극적으로 쓰인다는 점에서 보아도 '대말'의 '대'가 '大'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 '대'를 '竹'으로 보면 '대말'은 '대나무가 무성한 마을'로 해석된다. 방서동의 '대머리' 마을도 '대말'을 '竹村'으로 바꾼 것을 보면 이 지역 사람들이 한때 '대'를 '竹'으로 이해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지역에 대나무가 많아서 '대머리' 또는 '죽촌'(竹村)이라 했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으나, 대나무의 존재 여부는 알 길이 없다. '대'가 '대숲', '대밭' 등에서 보듯 지명의 선행 요소로 자주 나타나자 우연하게도 음이 같은 '대말'의 '대'를 '대나무'로 오인한 것이 아닌가 한다.

'대말'이 '대머리'로 변한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다. '대말'에 접미사 '-이'가 첨가되어 먼저 '대마리'로 변하고 이어서 모음 교체에 의해 '대마리'가 '대머리'로 변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은행리의 대머릿들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대마리'라는 마을 이름이 여러 군데 확인되고, '대머리'라는 마을 이름이 아주 흔하기 때문에 '대말>대마리>대머리'의 변화 과정을 어렵지 않게 제시할 수 있다. '대머리'가 '대말'로 소급하기에 이 또한 '큰 마을'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이 마을이 주변에서 가장 크고 중심이 된다는 점이 명명의 근간이 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 마을을 한 때 죽촌(竹村)이라고 명명한 것을 가지고, 대나무가 이 마을에 있었으므로 '대나무 마을'이라는 의미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오히려 '죽촌(竹村)'의 원이름이 '대마을, 대말'임을 증명하는 것이고 '대머리'가 '큰 마을'의 의미임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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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