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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스타그램 - 음성군 생극면 '생극양조'

#로컬맥주 #유기농맥주 #흑호 #강맥 #보리맥주

  • 웹출고시간2024.03.12 14:22:36
  • 최종수정2024.03.12 14:22:36
[충북일보] 음성군 생극면 신양리 593-7. 넓게 펼쳐진 논밭 너머로 간판도 없는 건물이 보인다. 겨울을 막 벗어난 시점 그야말로 허허벌판인 이곳은 4월에서 6월 사이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파종을 시작한 3월부터 6월 중순 수확을 마칠 때까지 2만 5천평 땅에서 자라는 보리가 주인공이다.

허성준 대표는 중학교 때부터 농기계를 타고 다닐만큼 농사와 가깝게 자랐다. 친인척들의 농사를 거들던 도움의 손길이 주체적으로 변한 것은 군 제대 후다. 친환경 땅을 물려주신 할아버지와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도 늘 농업이 미래라며 그 중요성을 역설하던 아버지의 영향이었다. 2012년 고향인 생극으로 돌아온 그는 뜻이 맞는 친구들과 유기농 벼와 콩 등의 작물을 재배했다. 15만 평 규모에서 일구는 농업은 만만치 않았다. 농사에 몰두한 지 4년쯤 지날 무렵 1차 생산만으로는 어려운 현실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농산물 가공과 새로운 사업으로 눈을 돌리던 중 생각한 것이 보리와 맥주다. 간혹 농사지은 쌀로 만든 막걸리나 소주 등은 볼 수 있지만 직접 재배한 보리로 맥아를 만들고 맥주를 생산한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수제 맥주를 주장하는 양조장도 수입 재료에 의존하기 일쑤였다. 원재료부터 제품까지 직접 만드는 것으로 차별을 꾀했다. 농사를 지으며 재료를 수급한다면 판로 걱정 없는 농산물과 원재료 고민 없는 생산물이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생극양조 인스타그램
그렇게 시작한 보리는 벼와 달랐다. 2년 정도는 보리 생산에서 실패와 성공을 확정 짓기 어려웠다. 농촌진흥청, 음성군 농기센터 등과 협업해 맥주보리 품종을 개량하고 생산하는 작업부터 시작이었다. 파종 시기를 바꾸고 종자와 농법 등을 개선해가며 시도를 거듭했다. 맥아를 생산하기 위한 장비를 직접 제작하고 컨설팅을 받아가며 하나하나 부딪혀 찾은 방법들이다.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예정된 시일보다 제품 출시를 미루고 연구를 이어갔다. 이는 오히려 완성도 높은 맥주를 생산하는 계기가 됐다.
2022년 괴산 유기농 엑스포에서 처음 등장한 생극양조의 맥주는 수제 맥주가 아니라 로컬 맥주라는 타이틀로 이목을 끌었다. 음성군에서 직접 재배한 보리로 만든 국산 유기농 맥주의 등장에 애주가뿐 아니라 맥주를 취급하는 여러 유통업체와 레스토랑 등도 관심을 보였다.

생극양조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은 세 가지다. 'UF 유기농 싱글몰트 라거'는 유기농 인증을 받은 보리로 생산해 국내 최초 유기농 인증을 받은 맥주다. 한 종류의 맥주보리만 활용해 짙은 보리 향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구매층에 남성이 많아서 DON이라고 이름 붙인 에일은 7.4도로 맥주로는 비교적 높은 도수다. 달달한 듯하지만 쌉쌀한 맛을 길게 남겨 과일 등과 어울린다. 'UF amber intenso'는 건과일류의 향으로 당도가 높은 에일이다. 캐러멜맥아와 쌀을 첨가해 만든 적갈색의 색채와 온도가 높을수록 살아나는 풍미가 이색적이다.

생극양조의 거래처는 100여 곳에 이른다. 생산량이 정해져 있기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이들이 스스로 유기농 맥주를 찾아왔다. 펍 등에서 시그니처 맥주 개발과 제조 등을 온전히 의뢰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것도 생극양조의 주조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건물 주위로 벼와 보리가 가득해지는 계절이면 유기농 맥주의 제조과정을 궁금해하는 이들의 단체 견학이 이어진다. 밭에 있던 보리가 맥아가 되고 맥주로 익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로컬 맥주의 진수를 확인한다.

수확량은 곧 맥주 생산량으로 치환되기에 여유로울 틈이 없다. 보리와 벼, 콩 등의 농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복숭아와 살구 등 지역 과일 등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도 분주함을 거든다. 늘 빠른 발걸음으로 밭과 공장을 오가는 허성준 대표의 열정이 '극강의 신선함(Ultra Fresh)'에 수긍하게 만드는 생극양조의 동력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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