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옛날에 대부분의 농토는 산을 개간하여 사용하는 밭이었을 것이고 특별히 물을 댈 여건이 되는 일부 지역에만 벼농사를 지었기에 벼농사를 짓는 '배미'는 드물기도 하지만 특별한 사람들이 가진 농토이어서 선망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벼농사란 손이 많이 가는 농사라서 자주 가보아야 하고 또한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해야 하는 농사이기에 '배미'를 그 모양이나 위치에 따라 구분하여 부를 필요가 있으므로 이렇게 해서 생겨난 말이 지명의 역할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높은 배미, 낮은배미, 큰배미, 작은배미, 긴배미, 배미가'를 비롯하여 '배미'의 인근에 있는 마을은 자연스럽게 '배미골'이라 불리었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이 된다.

따라서 농촌 지역에서 지명으로서 가장 유연성을 가진 말로는 농토를 가리키는 말로 이루어진 '배미골'을 들 수가 있을 것이다. '배미골'은 벼농사를 짓는 논을 가리키는 '배미'가 있는 들이나 마을을 가리키는 말로서 제천시 청풍면 대류리의 '배미골', 괴산군 청천면 대전리의 '배미골', 괴산군 문광면 흑석리의 '배미골', 괴산군 청천면 대전리의 '작은배미골', 음성군 삼성면 상곡리의 '운봉배미골'을 비롯하여 타시도에도 충남 예산군 고덕면 오추리의 '배미골', 경기 여주시 대신면 보통리의 '배미골', 강원 영월군 주천면 금마리의 '배미골', 충남 서산시 읍내동의 '배미골', 경기 포천시 신북면 신평리의 '배미골', 전남 강진군 성전면 명산리의 '배미골', 경북 상주시 함창읍 대조리의 '배미골', 충남 논산시 연산면 천호리의 '썩은배미골' 등 전국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배미'의 모양을 묘사하는 형식의 지명들은 주로 '( )+배미'와 같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형식의 지명을 충북에서 찾아보면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상야리의 '한배미' 는 '큰 배미(큰 논)'의 의미이고,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대율리는 본래의 자연지명이 '대배미'였는데 한자로 '대야미(大夜味),대율(大栗)'로 표기하였다. 내수천 가에 큰 배미가 있어 대배미라 했다고 전해지는데 아마도 처음에는 '한배미'라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외에도 '음성군 원남면 문암리와 소이면 비산의 '장배미', 음성읍 평곡리의 '인배미', 음성군 금왕읍 삼봉리의 '승배미들', 음성군 금왕읍 육령리의 '엄배미' 등을 들 수가 있다.

옥천군 동이면 지양리에는 '진배미'라는 지명이 있는데 논의 모양이 길어서 '긴배미'라 부르던 것이 구개음화라는 음운 변이에 의하여 '진배미'가 된 것으로 보인다.

경남 밀양군 산내면 원서리의 새보안이라는 마을에는 '질배미'라는 자연 지명이 있는데 논의 형상이 길다고 하여 생긴 지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자로 '장야답(長夜畓)'이라 표기한 것을 보면 '긴배미→ 진배미→질배미'의 변이 과정을 유추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강원 삼척시 미로면 천기리에도 '진배미'가 있지만 충무공 이순신이 백의종군을 하다가 다시 삼도수군통제사의 자리에 오르면서 군사를 훈련했다는 장소도 진주시 수곡면에 있는 '진배미'였다. 사람들은 군사들이 진을 친 자리라 하여 진배미(陳배미)라고 한다고 해석하고 있지만 이것은 역사적 사실과 억지로 결부시킨 것이며 사실은 '긴배미, 진배미'에서 온 말로 이러한 지명들이 한자로 '장사골, 장사동(長巳洞)'으로 표기되면서 힘센 장사들이 나온 마을로 둔갑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금왕에서 삼성으로 가는 583번 군도를 따라가다 보면 금왕읍 내곡리를 지나게 되는데 이곳에 경사가 꽤 있는 고개가 있다. 이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높은 봉'이라 하고 한자로 '고봉(高峰)'이라 표기하고 있다. 높은 고개이니 자연스럽게 높은 봉우리와 연관지은 것으로 보이나 예로부터 주민들에게 전승되어온 지명은 '높은뱅이'였다. 여기에서 '뱅이'란 '배미'에서 변이된 말로 지명에 많이 쓰인높은 배미, 낮은배미, 큰배미, 작은배미, 긴배미 등의 예에서 볼 때 '높은배미→높은뱅이'의 변이 과정을 쉽게 유추할 수가 있을 것이다.

또한 '묵은 배미'는 '묵은 배미→묵배미→묵뱅이→먹뱅이→묵방리(墨坊里)'의 변이를 보이듯이 '배미'가 '뱅이', '방이'로 변이하는 것도 지명에서 매우 빈번하게 볼 수가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