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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지난해에는 감나무에 감이 많이 열려 우리 충북의 영동을 비롯한 경북 상주 지역에서도 집집마다 곶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가 있었다. 그런데 곶감이 말라야 할 초겨울에 비가 많이 오고 고온 다습하여 곰팡이가 나고 썩는 바람에 곶감 농사를 망치게 된 것이다.

곶감 농사만 날씨에 민감한 것이 아니라 감나무도 아무 곳에나 자라지 않는다. 전남과 경남 등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로서 다른 지역에서는 기온이 적합하지 않기에 북쪽의 찬 바람을 막아주는 따뜻한 양지의 지형에서 선택적으로 자란다. 따라서 아무 마을이나 아무 집이나 감나무가 자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나무가 있는 마을이나 집은 사람이 살기에 좋은 명당의 자리로 주변의 부러움을 사곤 했던 것이다.

그래서 땅이름이나 마을이름에 감나무골이 많이 있는데 사람이 살기 좋은 명당이라는 의미가 들어있어 좋은 이름임에는 틀림없으나 감나무가 자랄 수 없는 환경으로서 감나무도 없는 마을인데 옛날에 감나무가 많았다는 믿을 수 없는 유래를 들고 있는 마을들을 많이 볼 수가 있다. 그래서 감나무골이라는 마을 이름이 정말로 감나무와 연관이 있는지 의심이 되고 궁금하기도 하여 그 이름의 뿌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청주시 남일면 가산리의 감나무골, 괴산군 장연면 방곡리의 감나무골, 보은군 삼승면 서원리 감나무골, 보은군 장안면 황곡리의 감나무골, 보은읍 지산리 감나무골 들이 모두 감나무가 많아서 붙인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그런데 옥천군 이원면 윤정리의 감골은 '나무'가 없이 그냥 '감골'이라 불리고 있고 청주시 가덕면 시동리의 감골은 감나무골과 혼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감나무골의 원이름은 '감골'인데 '나무'는 자연스럽게 붙여 부른 말로 짐작할 수가 있다.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 시목리는 감나무가 많아서 감나무골(枾木洞)이라 하는데 개암나무가 많아 진전(榛田)이라고도 하며 주변에 윗갬밭, 아랫갬밭이 있는 것으로 보아 원래는 '감들', '감밭'을 유사한 음의 '개암밭'으로 생각하여 '진전(榛田)'이라는 표기가 이루어졌고, 이 곳 주변의 마을을 '감골'이라 부르다가 '감나무골'이라는 이름이 생겨난 것으로 유추해볼 수가 있다.

그러면 '감골'의 '감'은 무슨 의미일까?

'감'은 '크다'는 의미로 쓰인 고어이다. 지명에서는 지형의 크기를 나타내기 위하여 '감'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구전되어 전하는 지명의 특성상 유사한 음으로 다양하게 변이되어 발음이 되고 더욱이 한자 표기 과정에서 혼란이 가중되었던 것이다.

즉 '감'이 '감, 가마, 가미, 검, 거미, 개미' 등으로 변이되어 큰 동네는 '감실, 감골, 검말, 검실, 가무리(감우리), 가마실(가마골), 개미실', 큰 섬은 '가마섬, 거문섬(거문도)', 큰 바위는 '가마바위, 거문바위' 등의 지명이 모두 '크다'는 의미의 '감'에서 나온 것이다.

단양군 적성면 현곡리의 감나무골은 현곡마을 뒤에 있는 골짜기를 부르는 이름이다. 현곡 마을 본부락을 가마실이라고 부르는데 '감골'이라는 원 이름에서 '감나무골'이 생겨나고 감골, 감실이 '가마실'로 음운변이 되었으며 '감골'이 '검은골'로 변이되어 불리다보니 한자로 '현곡(玄谷)'으로 표기된 과정을 추리해보면, 감나무골의 어원은 '감골'이고 의미는 '큰 마을, 큰 골짜기'라는 의미였다는 증거가 곳곳에 남아 있음에 놀라게 된다.

보은군 수한면 거현리의 감나무골에도 큰 고개가 있다 하여 '거현(巨峴)'이라 표기되고 있는데 '큰마을'이라는 의미의 '감골'을 땅이름에 숨겨놓은 조상들의 지혜를 찾아낸 것 같아 희열이 느껴진다.

보은군 수한면 노성리의 감나무골도 말골에서 등성이 너머에 있는 골짜기라고 하는데 '말골'의 '말'이 '크다'는 의미이므로 '감골'과 무관하지 않음을 눈치챌 수가 있다.

지명에서는 '감골'이 '감나무골'로 변이된 것도 있지만 그보다 '감'이 '가마'로 변이된 것이 더 많이 나타난다. 가마실, 가마샘, 가마티, 가마바위의 '가마'는 모두 '크다'의 의미의 '감'에서 변이된 것이며 한자로 '부동(釜洞, 가마골-미원면 금관리), 주곡(蛛谷 거미실-경북 청송)'로 표기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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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