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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명산책 - 창지개명(創地改名)의 청산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

  • 웹출고시간2019.10.09 15:29:06
  • 최종수정2019.10.09 15:29:06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창지개명의 잔재를 청산하는 좋은 본보기는 경북 포항시 남구 대보면 대보리 일대의 호미곶(虎尾串)을 들 수가 있다. 이곳은 한반도 지형에서 꼬리 부분으로 꼽히므로 16세기 이래 김정호, 최남선 등의 학자가 한반도는 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 상이며, 백두산이 코라면 이곳은 꼬리에 해당하는 곳이라 지목한 땅이다. 그런데 일제는 한반도를 호랑이 상이 아닌 토끼 모양으로 왜곡하면서 땅 이름도 장기갑(長鬐岬)으로 고친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기(鬐)'란 '물고기의 등지느러미'의 의미를 지닌 말로 1995년부터는 장기곶으로 불리다가 2002년 들어 호미곶(虎尾串)으로 이름을 확정하여 오늘날 국민들에게 해맞이 장소로 유명한 호미곶(虎尾串)으로 알려지게 되었으니 자랑스런 우리의 역사와 미래의 기상을 지닌 훌륭한 이름을 되찾게 된 것이다.

그런데 창지개명의 잔재를 청산하는데 부딪치는 문제의 하나는 지명을 관리하는 행정부서가 나누어져 있다는 것이다. 행정 단위인 시, 군, 읍, 면, 동, 리의 이름인 행정 지명은 행정안전부, 하천과 도로명은 국토교통부, 자연적으로 형성된 지형이나 지역에 붙여진 이름인 산과 고개, 골짜기, 들판 등의 이름인 자연지명은 해양수산부 국토지리정보원, 해양, 해협, 만, 포구, 수로 등의 이름과 해저지형의 지명은 국립해양조사원 소관이어서 지명의 변경을 일관되게 추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2005년 녹색연합에서 광복 6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에 왜곡된 22개 땅이름을 조사하여 발표한 바 있으며, 2006년 안전행정부에서 일제 강점기에 왜곡된 명칭, 왜곡 가능성은 적으나 일제 강점기 행정구역 개편으로 명칭이 붙여져 고유 명칭으로의 복원이 필요한 명칭, 어감과 의미가 나빠 주민들이 변경을 희망하는 명칭, 단순히 방위를 나타내는 등 지역 특수성 표현이 부족해 정비가 필요한 명칭 등을 대상으로 조사 정비를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모두 1회성으로, 체계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한 한계가 있다. 특히 공부를 정리하는데 많은 예산이 소요되다보니 아직 정리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며 일제가 새로운 이름으로 인한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해 호감이 가는 한자를 사용함으로서 주민들이 변경을 희망하지 않거나, 이미 고착된 상태여서 창지개명된 지명을 되돌리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충북에서도 일제의 잔재를 청산한다는 취지로 지명 변경을 시도하다가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2007년에 시민단체에서 국토지리정보원에 일제 강점기에 왜곡된 지명 정비 요청 민원을 제기하였다. 속리산 '천황봉(天皇峰)'이 조선시대의 각종 지리지에 보면 '천왕봉(天王峰)'으로 기록되어 있으므로 일제에 의하여 '천왕(天王)'을 일본의 '천황(天皇)'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천황봉(天皇峰)'으로 바꾼 것이 분명하므로 다시 '천왕봉(天王峰)'으로 바꾸게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단체들과 지역 주민들이 오랜동안 '천황봉(天皇峰)'으로 사용해 왔으므로 바꾸기가 어렵고, 조선 시대의 다른 문서에는 '천왕봉(天王峰)'으로 표기되어 있어 원래부터 혼용되어 쓰이던 것이므로 일제에 의하여 바뀐 지명이 아님을 주장하며 불가하다고 하여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보은군 지명위원회는 천황봉을 천왕봉으로의 개명을 의결하면서 일제강점기 때 왜곡된 지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속리산 여러 봉들이 불교와 연관된 명칭이 많고 각종 고지도와 문헌집을 살펴 볼 때 '천황'보다는 '천왕'으로 불리었음이 정통성이 있다고 보아 본래 지명을 되찾자는 의미에서 개명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지도를 보면 천왕봉과 천황봉이 혼용되고 있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와같이 부분적으로 일시적인 시도를 하다보면 오류를 범하거나 시행착오를 겪을 수가 있으므로 지역단위로 지명 변천 과정을 조사하고 지명의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며, 지명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 언어 형태적 특성은 물론, 지명이 생성된 지역의 지리에 대한 이해가 선행적으로 요구된다. 따라서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를 거쳐 바로잡아야 할 대상을 골라낸 후 전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예산을 마련하고 일시에 변경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면 국민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일제 청산이 한꺼번에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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