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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청주시 용정동의 이정골은 어떤 의미로 이정골이라 불리게 되었을까?

용정이라는 이름은 용성골과 이정골에서 따온 말이므로 이곳에 이정골이라는 큰 마을이 오래전부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정골은 용정동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마을로서 '유정골'(有亭-), 유정리(有亭里)'라고도 한다. 마을에 전해오는 유래에 의하면 '유정골'은 마을에 느티나무 정자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며 '유정'이 '이정'으로 바뀌어 '이정골'이 된 것이라고 한다.

'이정골'이라는 지명은 전국에 여러 군데 존재한다

경남 합천군 대병면 유전리의 '이정골'을 비롯하여 울산 울주군 두동면 이전리, 충남 부여군 세도면 간대리, 충남 예산군 덕산면 낙상리, 전남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전남 함평군 학교면 죽정리 등에 '이정골'이 있으며, 전남 장성군 삼서면 유평리의 '유정골', 전남 나주시 봉황면 유곡리의 '유정앞골', 전남 무안군 청계면 청계리의 '학유정골' 등의 지명으로 보아 이정골은 이전골, 유정골, 유전골 등이 결국 같은 뿌리에서 나온 이름들로 보인다.

그렇다면 '유정골'에서 '이정골'로 변이되었다는 것이 사실일까? '유정골'이 원 뿌리라면 실제로 정자가 있다고 해 '유정(有亭)'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플어줄 열쇠는 충청북도기념물 제42호인 신항서원(莘巷書院) 창건 과정에서 찾을 수가 있었다.

'신항서원지(莘巷書院誌)' 서문에 의하면 "신항서원(莘巷書院)은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등 삼남의 가장 으뜸이 되는 서원으로 조선 선조 3년 경오년(1570년)에 청주의 사림(士林)이 유정곡(有定谷)에 서원을 창립하고 유정서원(有定書院)이라고 했다. 호서지방에서 보은의 상현서원(象賢書院)에 이어 두 번째로 건립된 서원으로, 1570년에 청주목 서주내면 유정리 안말 마을(현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 120번지)에 건립되었다. 신항서원의 창건 당시의 이름은 서원이 위치한 마을 이름을 따라 유정서원(有定書院)이라 했다가 1660년 사액을 받으면서 신항서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따라서 유정리라는 지명은 조선 초기에 서원이 설립되면서 이름을 지을 때 마을 이름을 따서 지은 것으로 본다면 이미 그 당시에도 유정골이라 했는데 '유정(有定)'이라 표기한 것으로 보아 정자가 있어서 '유정(有亭)'이라 했다는 유래는 후대에 정자가 지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직도 주민들에게는 자연지명으로 '이정골'이라 불리어 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유정골이 이정골로 변이됐다는 유래는 설득력이 없다. 왜냐하면 '이정골'이 원래의 자연지명이고 이를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유정'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연지명인 '이정골'은 무슨 의미를 가진 말일까?

유사한 음을 가진 지명을 찾아보면 광주시 남구 이장동의 '이장골'을 비롯해 경북 김천시 봉산면 인의리, 경북 영천시 화남면 죽곡리,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고현리, 경북 영덕군 영덕읍 삼계리 등에 '이정골'이 있고, 경북 봉화군 상운면 구천리와 경북 영양군 일월면 섬촌리의 '이전골'을 비롯해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주산지리의 '이전말', 강원도 홍천군 내면 창촌리의 '이전동' 등의 지명으로 보아 지명에서 '잣(산)의 변이음인 '장'이 '정, 전'으로 서로 교류하면서 혼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따라서 '이정골'의 '정'은 '장(잣)'에서 변이된 것으로 본다면 '이'음은 어디에서 왔을까?

청주시 용정동에 있는 자연지명을 찾아보면

'안골'(신항서원 안쪽에 있는 골짜기), '안말'(용정동 안쪽에 있는 마을), '앞말/아랫말'(이정골의 앞, 아래에 있는 마을), '뒷말'(마을로 들어가면서 개울 우측에 있는 마을), '문앞들'(이정골 앞에 있는 들) 들처럼 방향을 가리키는 말로 이름 지은 지명이 많이 존재한다.

경북 영덕군 창수면 신기리에 우장골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위장골로도 불리고 있으며 한자로는 '우정동(雨井洞), 위장곡(葦長谷)'으로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정골'도 '장고개(중고개)의 위쪽에 있는 마을'의 의미로 '위장골'로 부르다 보니 구전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정골, 유정골'로 변이된 것으로 추정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이정골로 넘어가는 고개인 '중고개'라는 지명도 '장고개(산을 넘는 고개)'에서 온 말임이 더욱 확실해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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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