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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일제의 조선 식민지 수탈을 위한 창지개명의 시초이면서 가장 악랄한 것이 바로 산경도를 없애고 산맥도를 만든 것이라고 하겠다. 산맥도는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것일까·

19세기에 조선은 금이 많이 나는 미지의 땅으로 서양에 알려지면서 각국이 조선의 금광 채굴권을 얻기 위하여 광분하였다. 당시에는 서양의 강대국들이 앞다투어 무력으로 약소국을 차지하여 식민지로 만들어 부를 축적하던 때였으므로 일본은 서양의 강대국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이를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워 실천하기 시작하였다.

일본이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조선에서 많이 생산되는 금을 비롯한 지하자원이었다. 그래서 1900년 가을에 고토분지로(小騰文次郞)라는 지질학자를 조선으로 파견하여 조랑말 4마리와 6명의 인부를 데리고 지질조사를 하였고, 1902년에 다시 조선으로 보내어 같은 방식으로 조사를 실시한 다음, 266일에 걸쳐 조사한 두 차례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조선의 전통 산줄기인 백두대간 등 15개 산줄기를 36개로 분해하여 '산맥(山脈)'이란 임의의 이름을 부여한 "조선산악론 및 지질구조도"라는 논문을 1903년 동경제국대학 논문집에 발표하였고, 1908년에는 조선의 교과서에 싣도록 하는 등 조선 수탈을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하였던 것이다.

우리 선조들도 당시에 이를 눈치 채고 정연호라는 분이 1906년에 '최신 고등 대한 지지'라는 책에 우리 산줄기를 있는 그대로 실었으나 일제 통감부에 의거 금서로 지정되었으며, 이에 최남선이 주도하고 장지연 등이 실무자로 있던 <조선 광문회>에서 위기 의식을 느껴 1913년에 <산경표(山經表)>를 영인본으로 편찬함으로써 오늘날까지 전해지게 된 것이다. 일제는 대동여지도 같은 어려운 책은 없애지 않았는데 이 책은 민족정기 말살차원에서 공개를 못하도록 했던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의 출판 배경에는 일본인들에 의해 왜곡되어 가는 우리 나라 산줄기의 갈래와 이름을 바로잡기 위한 민족적 저항 의식이 깔려있다. 이 활자본의 책머리에 실린 서문 겸 해제에 이 책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윽히 생각해 보건대 우리나라의 지지는 산을 논한 것이 많으나 허물을 들추어 보면 산란하고 계통이 없다. 『여지고』는 신경준이 편찬한 것인데, 그 「산경(山經)」에 산의 줄기와 갈래의 내력을 바르게 서술하고 있다. 높이 솟아 큰 산이 되고, 옆으로 달려가 고개가 되고, 산이 굽이돌아 안아서 읍치(邑治)를 만든 것 등을 상세히 기록하지 않음이 없으니, 진실로 산의 근원을 알려주는 조종이 된다. 『산경표』는 「산경(山經)」을 강(綱)으로 삼고, 옆에 이수(里數)를 부기한 것을 목(目)으로 삼아 나열하여 놓았으니, 모든 구역의 지경과 경계가 마치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듯 분명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바탕으로 삼은 「산경」의 금상첨화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로 지리가(地理家)의 나침반이 될 만하다 하겠다." 고 하면서 『산경표』를 우리나라 산의 줄기와 갈래를 제대로 나타낸 책으로 평가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일제에 의하여 산맥도가 사용되면서 '산경표'에 실린 우리 전통적 산줄기 이름은 잊혀지고 "지질구조선 = 산맥"이라는 개념이 성립되어 갔으며 그렇게 일제강점기를 지나는 동안 일제 학교교육을 통하여 인문지리와는 무관한 고토의 지질학적인 개념인 '산맥'을 전수 받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인 것이다.

그러면 <산경표(山經表)>란 어떤 것일까·

<산경표>는 1769년 영조의 명을 받은 여암 신경준이 신라시대 이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백두대간을 그 기둥으로 삼고 거기에서 파생된 산줄기 강줄기 등을 있는 그대로 파악해서 옛부터 발달해온 군현읍 지도와 지리서를 근간으로 하여 그 때까지 축적된 지리학적 지식과 정보를 학문적인 체계를 갖추어 족보형식으로 편찬한 우리나라의 '지리정보 종합서'라고 하겠다. <산경표>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원리에 의해 인문 지리적으로 쓰여졌으며 우리나라 산줄기와 갈래를 알기 쉽도록 만든 지리서이다. 그래서 한강 수계와 금강수계가 뒤엉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 충북의 지형을 한남금북정맥으로 정확히 기술함으로써 지명을 연구하는데도 커다란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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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