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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3.11 16:44:37
  • 최종수정2020.03.11 16:44:37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농사를 짓는 농토를 가리키는 '배미'라는 말이 지명의 생성 요소로 많이 쓰이면서 '배미'의 변이음인 '뱀'이 지명에서 많은 유래와 지명을 만들어내었듯이 또 하나의 변이음인 '밤'이 쓰인 지명도 많이 보인다.

'배미골'이 변이되어 만들어진 '밤골'이라는 지명이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금관리, 괴산군 사리면 이곡리, 옥천군 안남면 지수리, 영동군 학산면 도덕리 등에 분포되어 있다. 밤이 많이 나는 마을에는 당연히 밤나무가 많을 것이므로 '밤골'은 자연스럽게 '밤나무골(밤나무가 많은 마을)'로 불리게 된다. 이렇게 생겨난 '밤나무골'이라는 지명을 찾아보면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 기암리, 계원리, 옥화리에 있는 것을 비롯하여 충주시 앙성면 목미리, 살미면 설운리, 금가면 월상리, 수안보면 화천리, 주덕읍 제내리, 노은면 수룡리, 제천시 금성면 월림리, 봉양읍 장평리, 봉양읍 명암리, 한수면 서창리, 보은군 수한면 동정리, 수한면 차정리, 마로면 관기리, 속리산면 만수리, 진천군 백곡면 사송리, 음성군 대소면 태생리, 괴산군 칠성면 율지리, 청천면 후영리, 문광면 신기리, 칠성면 태성리, 단양군 단성면 두항리, 매포읍 도곡리, 영동군 용산면 한석리, 심천면 마곡리 등등 아주 많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친숙한 지명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언제부터 밤나무를 심어서 수확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중에는 실제로 밤나무가 유난히 많아서 밤나무골이라고 이름지은 지명도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대량 생산을 위하여 산을 온통 벌목을 한 후 밤나무를 대량 식재하여 밤나무 과수원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므로 밤나무는 마을마다 가정집의 울타리 안이나 동네 주변의 곳곳에 흔하게 심는 나무이므로 밤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 다른 지역과 차별화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처음부터 밤나무골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지명이 생성되는 유연성으로 본다면 '배미골'에서 변이된 '밤골'을 밤나무와 연관지어 '밤나무골'이라고 부르게 된 지명이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밤'의 의미가 중요하지 않다면 '밤골'은 '방골'로 쉽게 변이되었을 터인데 굳이 '밤골'을 유지해 온 것은 아마도 '배미골'의 의미를 오래 간직해 왔던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하겠다. 지명에서 '밤'의 활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의 옛 지명인 '방고개', 괴산군 장연면 송덕리의 '방고개', 증평읍 율리의 '방고개' 등에서 한자로 '율(栗)'로 표기한 것으로 보아 원래는 '밤고개'였음을 알 수가 있다.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의 '방고개'는 예전에 '밤고개'라 불리는 자연 지명이 있었는데 한자로 '율봉(栗峰) 또는 율티(栗峙)'으로 표기하였으며 조선 시대에 이곳에 역을 세우고 '율봉역'이라 하였다. 이후 '율봉'을 근거로 하여 '율상(律上), 율중(栗中)'이라는 지명이 생겨났으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시에는 '율봉'과 인근에 있는 양지촌(陽地村)의 이름을 따서 '율양리'라 하여 청주군 사주면에 편입되었다가 1963년 청주시에 편입되면서 율량동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지명의 변천과정으로 본다면 율량동(栗陽洞)은 한글로 '율량동'이라 해서는 안되고 '율양동'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또한 증평읍 율리의 '방고개(栗峙)'는 증평읍 율리 부점촌과 청원군 미원면 화원리 삼흥을 잇는 고개로 지금은 도로 포장이 잘 되어 있어서 승용차 통행이 가능하다. 원래는 '율치' 또는 '밤고개'라 불리었으며 고개 밑에 인조반정 때의 공신인 김치의 후손들이 정착하면서 이룬 '밤티'라는 마을이 있다.

지명에서 '밤고개'라는 지명이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수대리, 충주시 대소원면 완오리, 옥천군 옥천읍 구일리를 비롯하여 경기 안성시 삼죽면 율곡리, 경기 이천시 율현동, 경북 문경시 영순면 사근리, 경북 예천군 유천면 율현리, 전남 무안군 몽탄면 구산리,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금리, 충남 태안군 근흥면 안기리, 충남 아산시 배방읍 세교리, 충남 청양군 정산면 광생리,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 월현리 등에 분포되어 있고 한자로 '율티(栗峙)'로 표기한 곳도 옥천군 안내면 율티마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율티리의 '율티골' 등 여러 지역에 분포되었는 것으로 보아 '배미고개→밤고개→방고개'의 변이 과정을 추정해 볼 수 있으며 '배미로 가는 고개, 또는 배미 주변의 고개'라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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