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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음성군 삼성면 선정리에 흥태동(興泰洞)이라 불리는 마을이 있다. 원래는 충주군 천기면의 소재지인 냇거름의 남서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었는데 이 마을 앞으로 삼성에서 대소로 가는 신작로가 새로 만들어지고 버스가 다니게 되면서 갑자기 교통이 좋아졌다. 또한 이 마을이 삼성과 대소의 중간에 위치하여 일제 강점기에는 삼성과 대소를 관할하기 위한 경찰 주재소와 천평공립소학교를 이마을 인근에 설치하여 삼성과 대소지역의 학생들이 이곳으로 학교를 다니고 장터도 생겨나다보니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대는 큰 마을이 되었다.

주민들에게 전해오는 말로는 마을의 옛이름이 '망태동, 망태박골'이었는데 이 마을에 잘 되는 사람이 없고 항상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여 '망'자를 '흥'자로 변경하여 '흥태동'으로 고친후 온 마을이 부유하게 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 누가 고쳤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어 확인할 길이 없으므로 처음에는 '망(亡)'자와 '흥(興)'자를 가지고 연상하여 꾸며낸 이야기로 생각했지만 '흥태동'이란 지명이 전국에 이곳 한 곳밖에 없고, 망태골이란 지명은 전국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상상해서 꾸며낸 지명이 아니라 원래의 지명이 망태동인데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흥태동으로 바뀌게 된 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북에서 '망태골'이라는 지명을 찾아보니 괴산군 연풍면 적석리, 영동군 상촌면 유곡리, 단양군 영춘면 동대리 등의 '망태골' 등을 들 수가 있는데 다른 지역의 지명에서도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걸은리,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입리,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대구시 달성군 유가읍 초곡리,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북리,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반곡리, 충남 청양군 비봉면 중묵리, 충남 공주시 신풍면 백룡리, 강원도 영월군 중동면 직동리,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 강원 홍천군 내촌면 물걸리,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노동리,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북리, 경북 군위군 고로면 괴산리, 경북 영천시 화남면 용계리, 경북 울진군 북면 소곡리 등 아주 많이 분포되어 있다.

마을 이름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전후 사정과 환경적 요인을 다음과 같이 추리해 보았다.

음성군 생극면 생리의 '망태골'이 한자로 '만대동(晩垈洞), 또는 마태동'이라 표기하듯이 이 마을의 원래 이름은 '망태골'인데 한자로 표기하면서 '망태동'이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가 되면서 교통이 좋아지고 행정기관들이 들어서자 마을이 번창하였다가 1914년 일제에 의한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삼성면(천기면, 지내면, 두의곡면을 병합)과 대소면(대조곡면과 소탄면을 병합)이 생겨나게 되자 불과 10여년 후인 1920년대에 이르러 천평공립보통학교는 삼성공립보통학교와 대소공립보통학교로 옮겨가고 행정기관들도 모두 옮겨가니 갑자기 적막한 시골 마을로 변하게 되었다.

음성군 삼성면 덕정리의 '흔터골', 세종시 전동면 송정리의 '흔터골',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백운리의 '흔터골', 경기도 가평군 북면 제령리의 '흔터골',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월송리의 '흔터골' 들처럼 마을이 있다가 폐허가 된 곳을 '흔터골이라 부르듯이 이 마을도 자연스럽게 흔터골이라 부르다 보니 '망태골과 흥태골(흔터골), 망태동과 흥태동'이 혼용되고 그 의미가 대비가 되다보니 선택하는 과정에서 '망태동'보다는 '흥태동'을 선호하면서 자연스럽게 바뀌게 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망태골이라는 지명은 어떤 의미를 가진 이름이었을까?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내평리의 '망태봉'은 망태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며 강원도 양구읍 덕곡리의 짐만태골은 약 400여 년 전에 강릉김씨라는 한 선비가 이곳에 와보니 산세가 좋아 이곳에서 살기를 마음 먹고 이곳에 짐망태를 벗어 놓았다 하여 생긴 이름이라고도 하고 김씨의 망태라 하여 짐망태골(김망태골)이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청주시 상당구 남이면 문동리의 '망태골'은 망태같이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며 경북 울진군 울진읍 신림리의 '동망태골'은 '돌망태골'이 변이된 것이다.

여기에서 '망태, 망태기'라는 말과 '망태골'이라는 마을의 지형과의 연관성을 밝혀본다면 망태골이라 이름지은 조상들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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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