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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음성군 삼성면 선정리에 '고태'라 불리는 자연지명이 있다. '괴터, 괴태, 괴테'라고도 부르며 한자로는 '귀대(鬼垈), 귀곡(鬼谷)'으로 표기하고 있으나 이는 전해오는 자연지명을 음차와 훈차를 이용하여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전해오는 말로는 이 부근에 괴혈(鬼穴)의 명당이 있다고 하는데 이 역시 한자 표기된 지명에서 유추한 것으로 보인다.

'괴'를 '귀(鬼)'로 보는 것은 괴산군 청안면 장암리의 '괴터골'과 상통한다고 하겠으며 강원도 동해시 이기동의 '귀터골', 경북 상주시 외서면 대전리의 '귀터골'과도 같은 예라고 하겠다.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과 정선군 임계면 도전리를 이어주는 해발고도 810미터의 '이기령(耳基嶺)'은 '동기(銅基)'의 순수 우리말로 '구리터'가 있던 마을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고 하며 구리터의 중간 자음인 'ㄹ'이 탈락되어 '구이터'가 되고 '구이'가 '귀'로 축약되어 '이(耳)로 표기하였다고 전해지는 등 다른 의미의 지명도 있지만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 위치한 '괴밭산' 주변의 자연지명을 보면 '괴박산, 괴톨재, 무당봉, 무당골, 상여바위' 등으로 보아 모두가 '귀신(鬼)'과 연관이 있는 지명임을 알 수가 있다.

하지만 '고태'는 한자로 표기하기 전의 자연지명으로서 언어의 변이 과정이나 지형으로 보아 '곶터'에서 변이된 것으로 보이며 이의 흔적을 다른 지명에서 확인할 수가 있다.

'곶'의 원래의 의미는 '바다 쪽으로 좁고 길게 내민 땅, 바다로 길게 뻗어 세 면이 바다로 둘려 있는 작은 육지'인데 지명에서는 바다가 아니라도 산줄기가 들판으로 길게 뻗은 지형을 '곶'이라 하였으며 우리 조상들이 만든 한국식 한자로 '곶(串)'으로 표기하였다.

영동군 상촌면 고자리의 고자마을은 '곶처럼 길게 뻗은 산줄기에 있는 마을'의 의미이며, 의왕시에서 수원시, 화성시 평택시를 흐르는 황구지천(黃口池川)은 '한(큰)+고지(곶)+천'으로서 '큰 곶(고지)이 있는 강'이라는 뜻으로서, '한'이 '황'으로 변한 것이다.

또한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과 인천광역시 남동구 고잔동의 '고잔'은 '곶안(곶의 안쪽)'이라는 의미이다. '곶과 곶의 사이'이거나 '곶의 안쪽'은 사람들이 모여 살 수 있는 지형이므로 '곶안→고잔→고장'의 변이을 거쳐서 '마을'을 뜻하는 순수한 우리말 '고장'이라는 말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세종특별자치시 전동면 청람리의 '고장산'이라는 지명을 예로 들어볼 수가 있으며 제주도 방언에서는 고장을 고단이라고 하기도 한다.

우리말에 '곳집'이라는 말이 있는데 '마을의 상여를 보관하는 집'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서 '곳'이란 어디에서 유래한 말일까? 한자 '고(庫)'의 훈(訓)은 '곳집 고'라고 한다. '곳집'은 순수한 우리말일 것이므로 '곳집'을 '고(庫-창고)가 있는 집'으로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마을의 상여를 보관하는 집'을 '곳집'이라 했을까?

이는 '곳집'을 '곶집'으로 보면 이해할 수가 있다. 즉 '곶집'이란 '곶(길게 뻗은 산줄기)'에 지은 집을 말하는 것이다. 풍수지리로 볼 때 길게 뻗은 산줄기의 끝에 위치하는 땅은 산줄기의 기가 모여 있는 명당의 자리에 해당하며, 이러한 위치에는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성황당(서낭당)이 있게 된다. 또한 마을(곶안)에서 가장 명당의 위치이기에 인간의 집이 아닌 '신(神)이나 귀(鬼)'의 집이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마을의 상여를 보관하는 집'인 곳집은 귀신과 연관이 있기에 '곶'에 위치하는 것이며 '곶집'이 '곳집'이라 불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경북 봉화군 소천면 현동리의 '곳집마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의 '곳집마을'들은 '곳집의 인근에 있는 마을'의 의미이며 지명으로서 많이 쓰여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북 구미시 도량동의 '고자터', 경남 산청군 오부면 대현리의 '고자터'는 '곶터'로서 '곶이 있던 터'의 의미인데 '곶'이라는 산줄기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우므로 '곶터'를 '곶집터(곶집이 있던 터)'의 의미로 본다면 '곶터'를 '괴터, 괴태, 귀터, 귀곡'이라 표기하여 귀신과 연관지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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