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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4.26 16:43:57
  • 최종수정2023.04.26 16:43:57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단양은 남한강가에 위치하여 유난히 수해가 심하였다. 그 옛날에도 물난리가 얼마나 자주 있었으면 물과 상극이라고 할 수 있는 불의 의미를 지닌 '단양(丹陽)'이라는 지명을 사용하였겠는가? '단양(丹陽)'이라는 지명 속에는 물의 피해를 막아서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조상들의 꿈과 소망, 그리고 간절한 염원이 배어 있다. 또한 옛 단양의 진산인 두악산을 소금무지산이라 부르는 것도 위대한 자연의 힘과 자연을 다스리는 신의 힘을 빌어 수해를 막고자 하는 안간힘으로 소금항아리를 묻었다는 전설이 생겨났을 것이다.

단양의 수해는 현대에 와서도 그치지 않았다.

1972년 8월 19일 태풍 베티가 불어 닥치면서 150년 만의 대홍수로 기록되고 있는 이때의 장마를 단양 사람들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이재민이 1만366명에 달했고 95명의 사상자와 실종자를 냈으며 거의 모든 도로와 하천이 유실된 당시의 참상은 기억하기조차 두려운 물난리였다. 단양군청 소재지가 있던 단양읍(현재 단성면) 시가지는 물속에 파묻혀 아예 흔적도 없었고 매포읍 시내 역시 물 위로 집채가 둥둥 떠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6·25 사변 전쟁 중에도 소실되지 않았던 군청의 보존 자료가 대피할 겨를도 없이 떠내려갔으니 그 피해의 심각함이 오죽했으랴.

그 해의 단양 수해에는 잊지 못할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바로 증도리(甑島里)라 불리던 시루섬의 재난이다. 이 섬에는 당시에 44가구 250여 명이 주민들이 살고 있었는데 강물이 점점 불어오기 시작하면서 어둠이 덮쳤으며 사면이 강물로 둘러싸인 시루섬에서 피할 곳이 없었다. 그런데 이 위기의 순간에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어렴풋이 보이는 물탱크를 향하여 사람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가 물탱크 위로 올라갔다. 높이 6m 지름 5m의 시멘트로 된 물탱크 위에서 190여 명이 물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 서로 손을 잡아 둥글게 울타리를 만들어 밤을 꼬박 새운 끝에 14시간만인 이튿날 아침에야 가까스로 구조되었다. 이 과정에서 생후 100일 된 아기가 압박을 못 이겨 숨을 거뒀지만, 아기의 어머니는 이웃들이 동요할까 봐 밤새 아기를 껴안은 채 슬픔을 삼켰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 후 충주댐 공사로 수몰되기 전까지 단양에서 제천으로 가는 버스가 매일 이곳 시루섬을 통과하였는데 마을은 흔적이 없이 사라지고 나무들만 외로이 서있는 모래섬일 뿐이었다. 수몰된 후에는 도로가 산 밑으로 이전하게 되었지만 이러한 눈물겨운 사연을 다시 생각하고 되돌아볼 겨를도 없이 지내다가 오늘날 단양이 수해를 벗어나고 전국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하게 되자 단양군에서 다시 그 때의 일을 되새기게 된 것이다.

"서양의 타이타닉 정신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시루섬의 정신이 있다. 시루섬의 기적으로 주민들이 보여준 희생과 헌신의 정신을 계승하는 한편 잘 기록 보존해서 단양의 역사와 후대에 전하겠다"는 단양군의 포부가 전국으로 그리고 세계로 전해져서 세계적인 명소로,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 나기를 기대해본다.

시루섬이라는 지명은 어떤 의미일까?

시루섬은 본래 단양군 읍내면의 지역으로서 시루 모양의 섬이라서 '시루섬' 또는 한자로 '증도(甑島)'라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증도리(甑島里)라 해서 봉화면(단양면)에 편입되었던 것이다. 시루섬은 물이 들고 남에 따라 강변에 띠를 두른 듯한 모양이 생겨 시루 모양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평시에는 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 언덕의 형태일 뿐이다.

지명에 보면 시루산, 시루봉이 많이 나타나는데 '시루'는 고대어 '높음, 으뜸'을 나타내는 고대어인 '살'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대어 '살'은 '살 > 술+(이) > 술이 > 수리'로 변이되었으며 장구한 세월동안 모음과 자음의 변화를 통하여 '수리, 시리, 시루, 수레, 솔, 술' 등으로 뿌리를 내린 것이다. 따라서 시루섬의 원래의 의미는 '큰 섬'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명을 시루섬이라고 부른 우리 조상들의 꿈과 소망이 오늘에 와서야 비로소 이루어져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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