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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명산책 - 빼어나게 아름다운 고을 수곡동

  • 웹출고시간2015.06.14 14:50:13
  • 최종수정2015.06.14 14:50:11

이상준

전 음성교육지원청 교육장·수필가

청주시 수곡동은 원래 '숫골방죽'이 있던 산비탈 마을이었다. 지금은 산기슭의 과수원과 방죽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아파트가 들어서서 도심지로 변했지만 20여 년전까지만 해도 황량한 산골짜기였다.

'수곡'이라는 지명의 유래를 보면 '산이 불쑥 나온 골짜기'라는 뜻인 '숙골(쑥골)'이 변형된 것이라는 설과 '물이 많은 골짜기'라는 뜻인 '수(水)골'이 변형된 것이라는 설이 있다.

그러나 '수곡(秀谷)'이 생겨난 어원을 살펴보면 수골'이라는 전통적인 자연마을 이름을 한자로 표기할 때 '골'은 '곡(谷)'으로 적었지만 '수'는 그 의미를 알 수가 없으므로 그냥 음만 표기하였는데 '골짜기(谷)'를 수식하는 말이어야 하므로 '수(水)'보다는 '수(秀)'로 적어서 '빼어나게 아름다운 마을'의 의미를 지명에 담아내면서 처음에 수곡동(秀谷洞)으로 명명한 사람은 나름대로 매우 흡족해 하였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러면 원래 '숫골'의 '수'은 무슨 의미일까?

흔히 '숫골'은 '숯골'과 음이 같으므로 '숯'을 연상하기도 하지만 '방죽'과 '숯'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 '벼라는 곡식이 열리는 풀'이라는 의미를 지닌 고어에 '쉬'라는 말이 있는데 지명에서는 단모음화되어 '수'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수일(水日, 壽日, 禾日 - 밭을 논으로 개간한 곳)' - 충북 옥천근 안남면 화학리

'수골(水谷, 禾洞)' - 충북 충주시 금가면 유송리

'수골(禾洞)' - 충북 옥천군 청산면 법화리

등의 예에서 볼 때 '수'는 음차 표기인 '수(水), 수(壽)'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공통적으로 '벼(禾)'의 의미를 간직하고 있으며 '숫골방죽'의 '수'를 '벼'를 의미하는 말로 볼 때 벼농사를 짓기 위해 물을 대는 '방죽'과 자연스럽게 연관이 됨을 알 수 있다.

서울특별시 강서구의 화곡동은 서울특별시 강서구의 남동쪽 끝에 위치한 마을이다. 동 이름은 골짜기 사이에 땅이 기름지고 벼가 잘 되는 마을이라는 뜻에서 유래하였다고 전해지며 이 마을에 벼가 누렇게 익으면 골짜기 사이에 황금 물결이 이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 마을이 한자로 기록되기 전의 고유한 땅이름은 '수골(쉬골)'이었을 것으로 짐작이 되나 기록이 없어 아쉽지만 나이가 많은 토박이 주민들 중에는 전승되어온 옛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벼농사가 점차 확대되면서 쌀이 주식으로 자리잡게 되자 벼농사를 짓는 논의 위치는 농업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며 지명으로서의 연관성이 아주 높은 역할을 하게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명을 한자로 바꾸는 과정에서 '쉬'가 '벼'의 의미임을 알고 있었기에 화곡동이라는 표기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지명에 쓰이고 있던 '쉬'가 '벼'의 의미임을 잃게 되자 '쉬'가 한자 표기가 가능한 '수'라는 음으로 바뀌고 의미는 수(水)나 수(秀), 수(壽) 등을 택하게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만약 '수곡'의 '수'가 '수(水)나 수(秀), 수(壽)'였다면 음이 '수골'이었겠지만 원래가 '쉬'였기에 '쉬꼴'로 경음화되면서 '숫골', 숯골'로의 표기가 가능하였던 것이다. 여러 지역의 옛지명에 남아 있는 '숯골', '숯고개'등이 '숯'과 관련지어 지명의 어원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이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쉬'를 '쇠'로 발음하여 지명에서 한자로 '금(金)'과 '우(牛)'로 표기되면서 오늘날 지명의 어원을 밝히는데 적지 않은 혼란이 일어나게 되었다. '쉬논'이 '쇠논', '새누니'로 불리다 보니 '새'는 '신(新). 조(鳥)'로 '논'은 '눈(目)'으로 표기가 되고 '쇠논골'이 '세노골'로 불리다 보니 '세'는 '금(金), 삼(三)'으로 표기가 되었으며 '쇠머리(牛頭)'처럼 '우(牛)'의 등장으로 소(牛와) 관련된 각종 전설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지명 어원의 추론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수골'이란 '벼농사를 짓는 논(수)이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할 것이며 광주광역시 북구의 '수곡동(水谷洞)'도 같은 어원을 가진 지명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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