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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4.26 13:19:46
  • 최종수정2017.04.26 13:19:46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해발 453미터의 박달재는 제천시 봉양읍과 백운면 사이에 있는 고개로 온 국민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정겨운 이름이 되었다.

치악산(해발 1282m)의 맥이 뻗어내려 백운산(해발 1086m)이 되고 그 줄기가 다시 남으로 달려 구학산(해발 982.9m), 시랑산(해발 691m)을 이루는데 구학산과 시랑산을 연결하는 산줄기의 낮은 능선을 넘는 박달재는 동서로 봉양과 백운을 잇고 멀리는 제천과 충주를 잇는다. 제천에서 충주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교통의 요지여서 외적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역사적인 장소였으며. 최근에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풍부한 주변의 역사성 때문에 교통로가 아닌 관광 자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노랫말에는 '천둥산 박달재'라 하여 마치 천등산을 넘는 고개인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박달재는 구학산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시랑산 자락에 위치하므로 시랑산 박달재라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충주에서 제천을 가려면 천등산 자락의 다릿재를 넘어 박달재를 넘게 되고, 제천에서 충주 쪽으로 가려면 박달재와 다릿재를 차례로 넘어가야 했기 때문에 이 같은 혼란이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천등산의 다릿재, 시랑산의 박달재라고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고개는 산 정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과 산 사이의 안부에 위치하게 되고, 시랑산과 천등산 줄기를 함께 넘는 고개들인데 시랑산보다 천등산(806.6m)이 더 높은 산이므로 천등산을 넘기 위한 천등산 박달재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산짐승들이 울부짖던 험한 산길, 나무꾼이나 사냥꾼이 산속을 헤매거나 도적떼가 출몰하는 공포의 길, 한양으로 과거 시험 보러가는 선비들이 괴나리 봇짐 지고 힘겹게 넘던 박달재에 신작로인 이등 도로가 개설된 것은 일제 강점기인 1910년대였다고 한다. 폭이 좁고 경사가 급하여 목탄차가 몇 번씩이나 쉬어 가야 했으며, 겨울이 닥치면 도로가 끊기기 일쑤였고 사고도 자주 일어났다. 이에 따라 1936년에 도로 개선 사업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져 '비행기재'라고도 일컬어지던 박달재의 사정이 다소 개선되었던 것이다. 이곳에 폭 11m의 포장도로가 완성된 것은 1975년 초였으며 박달재가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였다. 1996년 종합 관광 휴양지로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수십 세대의 화전민 마을이 사라지고 대신 상인들이 자리를 잡았다. 성황당이 복원되고, 박달재 노래비와 박달 도령과 금봉 낭자의 동상 등 여러 시설이 세워졌고 「울고 넘는 박달재」노래가 박달재 정상에서 언제나 울려 퍼지게 되었으며 아울러 박달과 금봉이는 제천시의 마스코트로 채택되었고 제천시에서는 해마다 '박달 가요제'도 개최하고 있다.

점차 자동차가 보급되고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터널이 필요하게 되어, 1996년에 박달재 터널이 생기고 2003년 말에는 다릿재 터널이 완공됨으로써 제천-충주 간 교통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이에 따라 박달재를 보려면 쉽고 빠르게 통과할 수 있는 터널로 가지 않고 일부러 고갯길을 올라가야 하므로 박달재를 찾는 이들이 전보다 줄어지게 되었으니 세월의 변화가 정말로 무쌍하고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불편하더라도 터널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박달재 휴게소에 들러 <울고 넘는 박달재>노래를 들으며 잠시나마 세속을 잊고 박달과 금봉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에 흠뻑 빠지다 보면 어느 정도 마음이 정화되지 않을까·

카타르시스(catharsis)라는 말이 있다. 정화(淨化), 배설(排泄)을 뜻하는 그리스어인데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철학자가 쓴『시학(Poetica)』의 제6장 비극의 정의(定義) 가운데에 나오는 비평 용어로서 진정한 비극이 관객에게 주는 효과를 묘사하기 위해 사용한 은유였다. 원래 몸 안의 불순물을 배설한다는 의미의 의학 용어인 '카타르시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 따르면, 비극의 목적은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이런 감정들을 정화한다는 것이다.

비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비참한 운명을 보고 간접 경험을 함으로써, 자신의 두려움과 슬픔이 해소되고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이 진정한 카타르시스라면 박달과 금봉의 슬픈 사랑이야기는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게 카타르시스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제천을 지날 때는 한번쯤 박달재 터널을 통과하지 말고 박달재에 올라 그동안 살아오면서 겹겹이 쌓인 온갖 스트레스를 풀어봄이 어떠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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