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1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청주에서 충주로 가는 36번 국도를 가다 보면 증평을 지나 도안면 화성리라는 곳에 '울어바위'라고 유난히 크게 새긴 마을 표지석을 볼 수가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며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도 마을 이름이 이상해서 한번 더 쳐다보게 되는데 정작 마을에 들러 살펴보면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된 울어바위는 찾을 수 없고, 거대한 울어바위 마을 표지석이 마치 자신이 울어바위인 것처럼 마을 입구에 덩그러니 서 있다. 이 울어바위라는 마을 이름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을까·

울어바위 마을은 한자로 명암(鳴巖)이라 표기하고 있으며 본래 청안군 북면의 지역인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성도리(城都里), 구화리(九花里), 상작리(上作里), 행화정리(杏花亭里), 칠곡리(七谷里), 하작리(下作里), 명암리(鳴巖里), 비석리(碑石里) 일부를 병합하여 구화(九花)와 성도(城都)의 이름을 따서 화성리라 하여 괴산군 도안면에 편입되었다. 1990년 괴산군 증평읍, 도안면을 관할하는 충청북도 증평출장소가 설치되었다가 2003년 증평읍이 증평군으로 승격되면서 도안면이 괴산군에서 분리되어 증평군에 소속하게 되었다.

마을 표지석에 보면 울어바위 마을의 유래와 전설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울어바위(鳴巖) 마을은 이성산 삼봉의 정기를 받고 보광천이 흐르는 청주-충주간 국도변 증평-도안 연계에 위치한 500여년 된 곡산 연(延)씨 세거지이다. 전설에 의하면 이곳을 지나던 어느 대사가 마을 동남쪽 안산 아래에 있는 넓고 큰 바위를 보고 신령한 바위라 하여 '鳴巖'이란 글자를 새기고 국가의 대란이 있을 때 이 바위가 울 것이라 예언한 뒤로 마을의 이름을 울어바위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그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바위가 큰 소리를 내어 울었다고 하며 당시 안음현감 연충수(延忠秀)께서 의병을 일으켜 왜적을 물리친 사실이 동국여지승람에 전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910-1926년 36번 국도와 (구)충북선 철도가 놓이면서 바위는 매몰 파손되었고 일제의 행정구역 개편으로 1914년 인근 마을과 함께 화성리로 편입되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 속에는 역사의 기록에 근거하여 사실인 것처럼 서술하고 있으나 전설은 전설일 뿐 사실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울어바위라는 이름의 소리에 따른 의미와 역사적 사건을 잘 결부시키고 있지만 지명이란 지형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주변의 지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화성리의 이웃 마을인 연촌리는 해발 584m의 두타산 아래에 위치하므로 지형적으로 험한 벼랑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벼루재(硯峴), 안벼루재(內硯), 바깥벼루재(外硯), 연티리(硯峙里)' 등과 같은 지명들에 있는 '벼루'는 한자로 '硯(벼루 연)'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벼랑'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 마을을 언제부터 울어바위라고 부르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1970년에 한글학회에서 간행한 <한국지명총람>에 의하면 주민들이 '우러바위'라 하지 않고 '우래바위'라고 발음하므로 마을 이름을 '우뢰바위'로 기록하고 있다. 우뢰바위라는 이름은 벼락바위를 한자로 기록한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가 있으며 벼락 바위는 벼랑바위가 변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 마을이 이성산의 산자락에 있어 벼랑이 많은 지형이며 이 마을의 자연 지명에 '벼락골'이라는 이름이 아직도 전해오고 있다. 그리고 이 마을에 있는 '큰파랑골, 작은 파랑골' 등의 자연 지명도 '벼랑골'에서 변이된 것이다.

지명에서 벼랑골의 변이형이 많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음성군 음성읍 삼생리와 소여리, 음성군 원남면 문암리, 음성군 감곡면 단평리 등에도 '벼락바위'가 있으며 보은군 내북면 성티리에는 '비재, 벼재, 별재, 성티(星峙)'로, 단양군 영춘면 별방리에는 '별왕골, 별방골, 별방리'로,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바랑골, 발산(鉢山)'으로 단양군 적성면 파랑리에는 '바랑골, 파랑곡'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 마을이 이성산 아래에 위치하여 지형적으로 벼랑이 많은 지역에 속하기 때문에 '벼랑골'이라는 자연 지명이 일부는 '파랑골'로 변이되기는 하였지만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다. 이곳의 벼랑을 이루는 바위도 자연스럽게 벼랑바위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벼랑바위는 벼락바위로 불리게 되었고 이곳에 마을이 들어서면서 이 자연 지명이 마을이름이 된 것이다. 그런데 마을이름은 한자로 기록하여 조정에 보고해야 하였기에 '벼락바위'를 한자로 기록하다보니 '우뢰(雨雷)바위'가 된 것이며 이것이 음운 변이되어 '우뢰바위→우러바위→울어바위'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