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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6.24 14:34:03
  • 최종수정2015.06.24 15:05:21

이상준

전 음성교육지원청 교육장·수필가

청주시 금천동에는 '장자마을'이 있는데 도시 개발로 옛 고을의 모습과 옛 지형은 모두 사라지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아파트의 이름 속에 '장자마을'을 포함시켜 아파트 벽에 크게 표기함으로써 고유한 옛 마을 이름을 되살려 놓았다. 그래서 이곳을 지날 때마다 사라지는 옛 이름을 되살려준 데 대한 다행스럽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장자골'이라는 지명은 음성군 생극면 송곡리, 괴산군 괴산읍 능촌리, 괴산군 문광면 옥성리, 충주시 직동,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 등에 있고, '장자마을'도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과 옥천군 군북면 소정리에 있는 등 '장자'가 붙은 지명이 각처에 존재하는데 여기에서 '장자'란 무슨 의미일까?

'장자골'은 '장자'와 '골'로 분석되며 '장자(長者)'는 '큰 부자를 점잖게 이르는 말'이다. 지명에서 '장자'는 단독 또는 선행 요소로 매우 빈번히 사용되고 있는데 '장자', '장자거리', '장자고개', '장자곡', '장자골', '장자논', '장자동', '장자리', '장자못', '장자물', '장자바우', '장자방죽', '장자밭', '장자불', '장자산', '장자우물', '장자울', '장자터' 등이 그 예이다. 그리고 이런 지명에는 예외 없이 부자라는 의미의 '장자'와 관련된 유래담이 전한다.

고창군 대산면에는 '장자못'이라는 큰 못이 들판 한 가운데 있는데, 이곳은 원래 큰 부자가 살았던 집터였다. 큰 부자로 살았던 장자는 인색하고 덕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중이 와서 시주를 부탁했는데, 내가 먹을 것은 있어도 부처님을 먹일 것은 없다며 바랑에 퇴비를 부어 주었다. 그것을 본 며느리가 중을 괄시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몰래 나와 시주를 하였다. 중이 며느리를 향해 따라오라며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그 집에 곧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예언했다. 어느 정도 가자 며느리는 이쯤에서는 괜찮을 것 같아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며느리는 장승으로 변하게 되고, 그 집은 못이 되었는데 사람들이 이 못을 '장자못'이라 불렀다고 전한다.

또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에 전해오는 유래를 보면 "옛날 어느 부자가 어찌나 인색하였든지 시주를 청하는 중에게 쌀 대신 쇠똥을 퍼다 준 죄로 그 집터가 늪이 되었다고 하며 이를 장자늪, 장자소라 불렀다."고 전해 온다.

이와 같이 '장자'를 큰 부자를 의미하는 말로 해석하다 보니 가난하게 살던 시대에 부자에 대한 반감으로 인색한 부자에게 벌을 주는 내용의 유래가 공통적으로 전해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장자못 설화 유형은 중을 학대하여 그 악행에 대한 벌을 받아 집터가 연못으로 변해버린 이야기를 통틀어 부르는 지명 전설 유형으로서 구전되는 것으로만 전국적으로 수백 가지에 이른다. 또한 장자못 설화는 옹고집전의 근원 설화로도 알려져 있으며, 구약 성서의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와도 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장자'라는 말은 어디에서 온 말일까·

괴산군 사리면 방축리의 '잔다리들', 괴산군 소수면 길선리의 '장골고개', 단양군 단성면 황정리의 '작은견박골, 잔견박골, 장견박골', 음성군 소이면 비산리의 '장자골'과 원남면 주봉리의 '장자밭고개', 감곡면 연산리의 '잔자골', 감곡면 주천리의 '잔자골고개' 들의 예를 보면 '장자'의 '장'은 '작은', '잔'과 혼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장'은 '작다'는 의미의 형용사형인 '잔'이 '장으로 변이된 것으로 짐작해 볼 수가 있다.

그리고 '장자'의 '자'는 그 의미가 분명치 않아 진천읍 산척리에서는 '장자골'을 '장척마을'로 '척(尺)'으로 표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단양군 어상천면 연곡리의 '장티, 장재(長峙)', 경남 양산시 상북면 소석리의 '장제마을'에서처럼 '장자' 대신 '장재', '장제'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으로 보아 '장자'의 '자'는 '산, 고개'라는 의미의 '잣'이며 일반적으로 지명에서 '자, 재'로 쓰여왔다.

따라서 '장자'는 '작은 고개' 또는 '여러 개로 갈라진 작은 산줄기'의 의미임을 알 수 있으며 '장자'계의 모든 지명을 이러한 의미로 해석해 보면 지형의 형태를 통한 지명 명명의 유연성은 물론 주변 지형과 '장자' 뒤의 후행 요소와의 연관성이 비로소 속시원히 풀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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