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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8.30 14:58:29
  • 최종수정2017.08.30 14:58:29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호반의 도시 문의(文義)에 가면 유명한 시인 고은의 '문의 마을에 가서'라는 명시가 생각이 난다.

1967년 당시 승려이자 시인이었던 고은 선생이 신동문 시인의 고향인 문의면 산덕리에 문상을 와서 장례를 주관하면서 문의를 배경으로 한 편의 시를 쓰게 되는데 이 시가 고은의 네 번째 시집 '문의(文義)마을에 가서(1974)'의 표제시다.

문의(文義)라는 지명은 붓끝같이 생겼다는 문필봉에서 나온 것으로 '의(義)를 위하여 글을 쓴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항상 궁금했던 것은 문의(文義)라는 지명의 한자 표기는 너무나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오랜 옛날에 원래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한자 지명이란 어느 유학자가 사람의 이름을 짓듯이 좋은 의미의 한자를 조합하여 하루 아침에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한자를 모르던 그 옛날부터 사람들이 이곳을 다른 지역과 구분하기 위하여 그 지역의 특이한 지형을 토대로 부르던 명칭(주로 고유어)을 바탕으로 하여 역사적 사건에 연관된 전설 등이 가미되어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을 문의(文義)라 표기하게 된 원래의 고유 명칭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 지역의 의 지명에 대한 유래와 자연지명을 하나하나 분석해 보았다.

문의 지역은 삼한시대에 마한에 속했으며 삼국시대에는 세 나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삼각지점의 가운데 위치하게 되어 군사적 요충지가 되었다. 본래 백제의 일모산군(一牟山郡)이었는데 신라 자비왕 17년에 현 양성산에 성을 쌓고 일모산성(一牟山城)이라 하였으나 백제가 이곳을 점령해서는 일모산군을 설치하자 신라가 757년(신라 경덕왕 16년)에 연산군(燕山郡)으로 고치는 등 이곳에서 일진일퇴하였던 것이며 고려 태조와 후백제군이 격전을 벌였던 곳이기도 하다.

고려 때 청주에 소속되었다가 1172년(명종 2년) 감무를 두었으며 1259년(고종 46년) 위사공신(衛社功臣) 박희실(朴希實)의 내향(內鄕)이라 하여 문의현으로 승격시키고 현령을 두었다. 현재의 문의면, 가덕면, 현도면, 부용면을 아우르는 큰 고을로서 관아를 도당산 밑에 배치하였으며 충렬왕 때 가림(嘉林: 지금의 부여군 임천면)에 병합하였다가 곧 복구하였다.

임진왜란 때 청주에 속하였다가 1597년(선조 30년) 현으로 복구하였으며 1895년(고종 32년) 군으로 승격되었다가 1914년 행정구역개편 때 청주에 병합되었다. 1946년 청주읍이 시로 승격됨에 따라 청원군으로 개칭하게 되었다, 문의면은 본래 문의군(文義郡)의 읍내가 되므로 읍내면이라 하다가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문의군이 청주군에 병합되자 읍내면은 양성산(養性山)의 이름을 따서 양성면(養性面)이라 하였다. 1930년 9월에 양성면(養性面)과 용흥면(龍興面)을 병합하여 문의군(文義郡)의 이름을 따라 문의면(文義面)이 되었으니 문의라는 이름은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면면히 이어져온 이름인 것이다.

전국의 지명에서 문의는 아주 드물게 나타난다. 진천군 초평면 용기리의 문의미골이 있고 남해군 설천면 문의마을이라는 곳이 있을 뿐이다. 문의마을은 서당 많고 선비 많은 마을이라 '문의(文義)'라 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옛날에는 '무내'라 불렀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문의'의 어원을 '무내'에서 찾아본다면 일반적으로 지명에 많이 나타나는 '무내미, 무네미'와 같은 종류의 지명으로서 '물이 넘는 언덕'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한자로는 '수유(水踰)' 또는 '수월(水越)'로 표기하고 있는데 문의 지역에도 예전에 이곳에서 청주로 물이 넘어갔다고 하여 새미실에서 남계리로 넘어가는 고개를 무네미고개라 부르고 있는 곳이 있어 이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고려 시대 유명한 스님이 이 지역을 가리켜 사방의 정기가 이르고 물길과 물길이 사방팔방으로 통하니 장차 이곳에 문(文)과 의(義)가 크게 일어날 곳이며 숭상받을 곳이라 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 전설에서 우리 조상들이 이곳에 대청댐이 생길 것을 예언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물길에 대한 내용을 보면 이 전설은 이곳 지명인 '무네미'와 연관지어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문의라는 지명은 '무네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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