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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십자봉은 제천시 백운면 덕동리와 강원도 원주시 귀래면 귀래리에 걸쳐 있는 산으로 겨울에는 설경, 가을에는 단풍과 낙엽, 그리고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으로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산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산으로 들어서면 등산로마다 잡목수림이 터널을 이루고 있어, 여름철에 더위를 피하기 위한 장소로 그만이다.

제천시 백운면 덕동리 원덕동에서 이 산의 서쪽을 바라보면 산 모양이 촉새 부리처럼 뾰족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고 하여 촉새봉이라 불리었다고 전해진다. 옛 기록에 나타나는 불영대산(佛影臺山)이라는 이름은 불교가 융성한 고려 이후에 산자수려한 이 지역에 절이 들어서면서 지어진 불교적인 명칭으로 지명으로 정착된 것은 아닌 듯 하며 촉새봉이라는 이름이 이곳 주민들이 예부터 조상 대대로 불러온 이름으로 아직도 덕동리 주민들은 이 산을 촉새봉이라 부르고 있다.

십자봉이라는 이름을 언제 누가 지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지형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촉새봉을 한자로 표기하기 위하여 촉새의 일본식 이름이면서 자신들의 애조인 '십자매'로 바꿔치기한 것이라는 설이 매우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요즈음 등산하는 사람들에게 산을 소개하는 책자들의 기록을 보면 십자봉은 산 모양이 십자가처럼 뾰족하게 생겼다는 의미에서 생긴 이름이라고 설명하는데 이것은 근거를 찾을 수가 없으며 산이름의 단어 의미와 연관지어 만들어낸 말에 불과한 것으로 짐작된다. 제천시 백운면 귀래리의 십자봉 산 서쪽 자락에 있는 '천은사'라는 절 이름도 '십자봉 천은사'가 아닌 '백운산 천은사'로 부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십자봉이라는 이름이 오랫동안 불리어온 고유의 이름이 아님을 알 수가 있다. 십자봉이라는 이름이 일제의 잔재라면 이제는 조상 대대로 우리가 불러온 촉새봉으로 바꿀 때가 되지 않았을까·

그러한 의미에서 이 글에서는 십자봉을 촉새봉이라 부르기로 하자. 촉새봉은 해발 984.8m로서 1,000m에 가까운 높은 산이다. 이 산 줄기에는 제천시 백운면,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과 판부면 등 3개 면의 경계 지점 부근에 용수봉이라 부르는 산이 솟아 있는데 해발 967m로 다른 이름으로 '조두봉, 조두치'라고도 한다. 십자봉과 용수봉 사이가 되는 덕동리 원덕동과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간에는 지형이 까마귀 머리 모양인 해발 731m의 '오두재'라는 고개가 있는데 '오두티, 오두치고개, 용두재'라고 부르며, 오두재 동북쪽 상학동에서 상학동천을 거슬러 올라가 강원도 원주시로 이어지는 곳에 상학재라는 고개가 있다. 그리고 십자봉 남쪽 원주시 귀래면 운남리와 충주시 엄정면 유봉리 경계 부근에는 옥녀봉이 있고, 십자봉과 옥녀봉 사이에는 뱃재가 있다.

촉새봉 동쪽 비탈 계곡에서 흘러 내려온 계곡수는 오두재에서 발원한 계곡수와 만나 원덕동에서 상학동천과 합쳐져 유명한 덕동계곡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용수봉과 조두봉, 조두치, 오두티, 오두치고개, 용두재 들은 모두 같은 의미를 가진 말임을 알 수가 있다. 즉 용수의 '수(首)'와 용두, 조두, 오두의 '두(頭)'는 모두 '머리'의 의미를 지닌 말로 높은 산봉우리를 가리키는 말이며, '조두'는 '오두'의 '오(烏)'를 '조(鳥)'로 잘못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한자의 '오(烏)'와 '조(鳥)'는 한자의 모양이 흡사하여 구분하여 읽기가 어렵다는 것을 감안해 보면 두 글자의 상호 교체는 매우 빈번하게 일어났던 것이다.

이상이라는 시인의 <오감도(烏瞰圖)>라는 시도 문학적으로는 여러 해석이 있겠지만 조감도(鳥瞰圖)라는 말을 이용하여 '오(烏)'와 '조(鳥)'를 치환함으로써 다양한 의미를 함축시키고자 하는 언어 유희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오(烏)'는 무슨 의미인가· '오(烏)'는 '가막, 가마귀'의 의미이므로 고어에서 '크다'는 의미의 '가마, 감, 검'이 쓰인 지명을 한자로 표기할 때 주로 '오(烏)'를 많이 사용했던 것이다. 따라서 한자어 '오두(烏頭)'로 표기하기 전의 우리말 이름을 재구해 본다면 '가마마리, 가마머리, 가마마루' 라 할 수 있는데 '머리'와 비슷한 의미의 고어인 '받'이 쓰인다면 '가마받, 가마박'을 유추해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십자봉과 옥녀봉 사이에 있는 '뱃재'는 '받재, 배재'에서 온 말로 '받재'보다 더 높은 '가마받재'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 '오두재'가 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받재'가 '박달재'처럼 '박재'로 변이되지 않고 '뱃재'가 된 것은 '받'의 원형을 보존하기 위한 근거로 볼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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