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1.05.26 17:07:08
  • 최종수정2021.05.26 17:07:08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성대리에 있는 낭성산성은 낭성산 위에 있다. 이 낭성 산성으로부터 '낭성산, 낭성리, 낭성면'이라는 지명이 만들어지게 되고 나아가서는 '낭성'이 청주를 가리키는 이름이 되기도 하였던 것이다. 낭성산 밑에 자연 지명으로 '테미, 퇴미, 탯말' 등으로 불리는 마을이 있는데 한자로 '대산(垈山)'이라 표기하고 있다. '퇴미'란 '성이 있는 산'이라는 의미이므로 테뫼식 산성인 낭성산성과 연관이 있는 지명이라 하겠다.

그런데 '낭성'의 '낭'은 어떤 의미의 우리말을 한자로 표기한 것일까?

낭성의 어원을 찾기 위해서는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아야 한다. 학계에서 낭성산성이나 낭비성의 위치가 어디였는지에 대한 논란이 생기게 되는 이유는 이러한 이름의 성이 여러 곳에 많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낭'은 산성의 위치나 형태 등, 산성과 연관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말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낭성산성이나 낭비성들은 한결같이 '낭자곡성'이라고도 불리는 것은 '낭자곡성(狼子谷城 - 벼랑이 있는 산골짜기에 있는 성)'이 일반 명사로서 성을 두루 지칭할 수 있는 말일 것이며 여기에 공통적으로 쓰인 '낭'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테뫼식 산성에 대하여 알아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산성은 형태에 따라 포곡식 산성과 테뫼식 산성으로 구분된다. 포곡식 산성은 계곡을 성안에 끼고 산 능선을 따라 성벽을 쌓는 규모가 큰 형태이고 테뫼식 산성은 산정상부를 둘러싸고 성벽을 두른 것으로 '발권식 산성, 시루성, 머리띠식 산성'이라고도 하며 규모가 작아서 주로 군사적인 목적으로 축조되었다.

청주의 낭성산성과 낭비성은 테뫼식 산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산 정상 주변의 절벽을 이용하여 띠(테)를 두르듯이 성을 축조함으로써 적을 방어할 수 있는 구조라면 '테뫼식 산성'이라는 말이 금방 이해가 되며 절벽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벼랑에 세운 성'이라 표현한다면 '낭'의 뿌리가 보이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벼랑이라는 지형과 관련된 지명은 엄청나게 많다. '벼랑'이 지명에서 변이되어 '바랑골(벼랑골), 발왕산, 바랑미, 발산, 바람골, 벼락바위, 바리골, 족지곡(足芝谷), 파랑리, 비알산, 비하리, 낭골'로 심지어는 '비렁뱅이들'이라는 지명까지 생겨나는 것도 볼 수가 있다.

'벼랑골'은 충주시 동량면 조동리의 '높은벼랑골'을 비롯하여 전북 익산시 여산면 태성리, 경북 안동시 북후면 도촌리, 경북 안동시 남선면 원림리, 경북 안동시 길안면 송사리, 경북 영천시 신녕면 매양리, 경남 밀양시 하남읍 남전리의 '벼랑골', 경남 창녕군 남지읍 월하리의 '아랫벼랑골' 등이 있다. '벼랑'이 '랑'으로 줄어서 지명으로 만들어진 예를 충북 지역에서 찾아보면 괴산군 청천면 대티리의 '낭골'을 비롯하여 보은군 삼승면 선곡리, 충주시 살미면 향산리, 충주시 동량면 화암리, 영동군 양산면 누교리, 충주시 앙성면 영죽리, 단양군 대강면 직티리 등에 '낭골'이 있으며 전국의 지명에서는 각 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따라서 '낭'은 '벼랑'이 줄어진 말로서 지명에 두루 쓰이고 있음을 알 수가 있으며, 벼랑에 축조되는 성을 당연히 '낭성이라 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낭성'은 산성 중에서 벼랑에 축조된 성을 가리키는 일반 명사로서 충북 청주의 '낭성'은 일반 명사가 지명으로 정착한 예라고 하겠다.

청주대학교는 청주의 진산인 우암산 자락에 있다. 그러므로 이 학교의 교가에는 당연히 우암산의 우뚝 솟은 정기를 이어받는다는 내용의 가사가 있거나 아니면 우암산의 뒤를 받치고 있는 큰 산줄기인 상당산 또는 상령산(上嶺山)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일 터인데 1947년에 지어진 청주대학교의 교가에는 학교 뒤에 위치한 산을 낭성산이라 하였다.

최근까지도 '낭성'이라는 말이 '벼랑에 있는 성'을 가리키는 일반 명사로 쓰였던 것이라면 청주대학교의 옛 교가 가사에 나오는 낭성산은 상당산성이 있는 상령산 산줄기의 우암산을 낭성산이라 부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또한 낭성의 어원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