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1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영동군 상촌면 궁촌리(弓村里)에 가면 궁촌이라는 마을이 있다. 궁촌에서 산으로 험한 길을 따라 올라가면 황학산 7부 능선에 위치하고 있는 산속 마을인 지통 마을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 마을이 '집으로'라는 영화의 촬영지인 지통마을이다.

궁촌은 마을 지형이 활과 같아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과, 옛날에 활을 쏘던 마을이라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는데 전국의 궁촌 또는 궁말이라는 지명을 보면 '궁'이 두가지 의미로 그 유래를 설명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하나는 '왕이 거처하는 대궐(宮)'의 의미의 의미로 보는 것과 또 하나는 영동 상촌의 궁촌처럼 '궁'을 '활(弓)' 의미로 보는 것이다.

'궁'을 대궐(宮)과 연관짓고 있는 지명을 예로 들어 보자.

충남 보령시 궁촌동의 궁촌은 궁중(宮中)에서 땅을 거느린 마을이라 궁말 또는 궁촌이라고 부른 데에서 유래하였다고 하며,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의 궁촌은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이 나라를 조선에 넘기고 삼척에 유배를 왔다가 이곳에서 살해를 당하자 왕을 따르던 남은 신하들은 지금의 건의령에 두건과 옷을 걸어두고 함백산 아래에 터를 잡고 세상을 멀리했다고 한다. 그래서 공양왕이 살해된 이곳을 궁촌이라 하고 신하들이 은거했던 곳은 두문동이라 했다고 한다.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의 궁촌리는 고종(高宗)의 순빈(淳濱) 엄씨의 경우궁(慶佑宮)이 있었으므로 궁말 또는 궁촌으로 불려지다 궁촌리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 후백제 견훤이 견훤산성에는 석성을 쌓고 여기에는 토성을 쌓았으며 이곳에 궁실을 지었다고 해서 궁말이라 하였다고도 한다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에 있던 궁말이라는 마을은 서오릉 부근에 능의 관리소가 있던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으며 서울시 강남구 수서동은 한강의 서쪽을 흐르는 물이라는 의미로 지은 이름인데 옛부터 궁말 또는 궁촌이라고도 불리었다. 그것은 이 마을에 조선 태조의 제7자 무안대군 방번 내외와 그 봉사손 광평대군 내외 및 그 자손들의 묘소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북 지역인 황해북도 곡산군 사현리 궁촌(宮村)은 옛날 왕의 별궁터와 인접한 마을이라 하여 궁촌이라고도 하였다고 전하며 황해북도 연산군 대평리 소재지의 서쪽에 있는 마을은 옛 궁궐이 있던 마을이라는 뜻에서 궁말, 또는 궁촌이라고도 하였으며 주변에 궁궐대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고 한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삼가동 궁촌마을은 '궁말'이라고 하는데 다음과 같은 유래가 전해온다.

'삼가동에 있는 마을로 조선시대 궁방전(宮房田)이 있었으므로 궁말이라 하였으며 환관내시들이 살았으므로 궁촌이라고도 한다. 즉 인체에 있어서 궁(宮)은 성기를 뜻하는데 옛날 5형(刑)의 하나인 궁형(宮刑)은 남성의 성기를 거세하는 형벌을 뜻한다. 따라서 생식능력이 없는 내시마을이라는 것을 은유하여 궁촌이라 하였다는 일설이 있다'고 한다.

'궁'을 '활(弓)' 의미로 보는 지명으로서는 전북 고창군 심원면 궁산리의 활뫼(弓山)를 들 수가 있다. 마을 뒷산의 모양이 활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또한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에 있던 궁촌(활터마을, 弓村) 마을은 조선시대에 활을 쏘던 활터가 있던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밖에도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관정리의 중심되는 마을의 이름이 '활미'였으며 경북 상주시 공성면 인창리의 활미는 '화리미'라고도 불린다.

이상에서 볼 때 '궁촌'의 '궁'을 한자 '宮으로 표기가 된 곳은 대궐, 궁궐과 연관지은 유래가 만들어졌으나 궁궐은 한 나라에 하나뿐인 것이니 지역마다 산골짜기에 널리 흩어져 분포한다고 볼 수가 없고, 활의 의미로 본 곳은 '궁(弓)'으로 표기하였으나 지형을 활로 묘사한다는 것도 객관성이 없다고 하겠다. 따라서 자연지명으로서 '궁'의 음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 곳이 많은 것으로 보아 '궁'은 고유어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궁'을 고유어로 본다면 지명이 만들어지는 지형과의 유연성과 연관지어 볼 때 '구석에 위치한 마을'이라는 의미의 '구석말'이 '구억말, 궉말'로 변이된 예를 앞에서 많이 보았거니와 '구억말, 궉말'이입에서 입으로 진해지는 지명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궝말, 궁말'로의 변이될 가능성을 쉽게 유추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