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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2.13 17:29:32
  • 최종수정2019.02.13 17:29:32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음성군 음성읍 읍내리에 '역말'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조선시대에 연원도찰방(連原道察訪)에 딸린 감원역(坎原驛)이 있었던 곳이라 하여 생겨난 이름이다. 괴산읍 동부리에 있는 '역말' 또한 연원도찰방(連原道察訪)에 딸린 인산역(仁山驛)이 있었다 하여 인산이라고도 부르고 주변에 역고개, 역말다리 등의 지명이 파생되었으며, 영동군 영동읍 부용리의 '역말'도 역이 있었던 지역임에 다름이 없다.

이와같이 역이 있었다하여 역말이라는 지명을 가지게 된 곳은 서울특별시 강서구 화곡동과 은평구 역촌동의 역말을 비롯하여 세종특별자치시 소정면 대곡리,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충남 아산시 송악면 역촌리, 충남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 충남 아산시 신창면 창암리, 충남 아산시 영인면 역리, 충남 예산군 오가면 역탑리, 경북 상주시 낙양동 등 전국적으로 많이 있다.

오늘날 교통기관의 발달로 철로가 설치되면서 각지에 기차역이 생겨나고 버스를 타고 내릴 수 있는 버스역이 생겨나 먼 길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역이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시설이 되면서 주택을 구입할 때도 역세권의 주택을 선호하게 되어 가격도 비싸게 호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에 각지에 역이 왜 존재하였을까·

역은 본래 역참(驛站)에서 나온 말이다. 역참이란 중간에 쉬어가거나 말을 갈아탈 수 있도록 육상 교통로에 설치된 교통 통신 기관이다.

역참이라는 제도는 신라 때로부터 존재하였는데 조선시대에 와서 크게 발달하였다. 처음에는 변방으로 가는 공문서의 신속한 전달을 위하여 설치한 통신수단이었지만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필요성이 증대하여 봉수제의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선조 30년 1597년, 승지 한준겸의 건의에 따라 파발(擺撥)을 설치하였다. 그래서 각 역에 소속되어서 공문 등을 가지고 역참 사이를 나르는 사람을 파발꾼(擺撥-)이라고 했으며 파발꾼이 타는 말을 파발마(擺撥馬)라고 했던 것이다. 인조 때에 서발(西撥), 북발(北撥), 남발(南撥)의 삼대로(三大路)를 근간으로 한 파발제가 완성되었다. 파발제의 조직은 지역에 따라 직발(直撥)과 간발(間撥)이 있고 전달수단에 따라 말을 타고 전송하는 기발(騎撥)과 사람의 속보로 전달하는 보발(步撥)이 있었다.

대동지지(大東地志)에 수록된 파발의 조직망을 보면 서발(西撥)은 의주(義州)에서 한성(漢城)까지 1,050리, 86참(站)을, 북발(北撥)은 경흥(慶興)에서 한성까지 2,300리, 96참(站)을, 남발(南撥)은 부산 동래(東萊)에서 한성까지 920리, 31참(站)을 설치하여 전국의 통신망이 거미줄처럼 치밀하게 운영되었던 것이다. 서울 은평구 구파발의 이름도 서발(西撥)의 첫 역참(驛站)으로  현재 구파발의 역 입구에 파발터 표석이 설치되어 있으며 구파발의 지명도 여기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러면 역참과 역참의 거리는 대략 얼마일까· 역참간의 거리가 일정하진 않지만 설치된 역참간의 거리를 역참 수로 나누어 보면 대략 30리 정도가 된다. 아마도 말이 빠르게 달리다가 쉬어가야 할 만한 거리, 그리고 사람이 걸어서 가다가 쉬어서 갈만한 적절한 거리가 30리 정도라 하니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역참을 설치했는지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거기다가 공무로 출장 가는 사람들의 숙식을 접대하는 '원'이라는 제도를 운영했는데 이태원, 퇴계원, 장호원, 조치원 등의 지명이 바로 원이 있던 지역의 흔적인 것이다. 지명을 통해 남아 있는 우리 조상들의 이러한 훌륭한 지혜를 이제는 후손들이 세계에 자랑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오늘날 쓰는 '한참동안'이라는 말이 있는데 한참이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가리키는지 애매하여 그 어원이 무엇일까 궁금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말은 바로 역참에서 나온 말임을 알고는 궁금증이 시원하게 풀리게 되었다.

'한참'이란 '하나의 참(역참)'이라는 뜻이다. 즉 '한참'은 '두 역참(驛站) 사이의 거리'를 뜻하는 단어로, 역참과 역참 사이의 거리(대략 30리 정도)를 걸어서 오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므로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이란 뜻으로 쓰이게 된 단어로서 '한참'은 공간 개념이 시간 개념으로 바뀐 단어인 것이다. 일을 하다가 잠시 쉬는 동안 먹는 음식인 새참(사이참)이나 밤에 먹는 군음식인 밤참도 여기서 파생된 말이라는 것을 알면 그 의미가 더 분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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