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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7.04 17:42:22
  • 최종수정2018.07.04 17:42:22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에 저산리(猪山里)라는 마을이 있다. 오늘날의 강서동과 일부 시내지역을 포함하는 지역은 조선시대에 서강내일면(西江內一面)이었고 서강(美湖川)의 안쪽의 두번째 면이 서강내이면(西江內二面)이었다. 저산리는 서강내이면(西江內二面) 지역이었는데 1909년에 서강내이상면(西江內二上面)과 서강내이하면(西江內二下面)으로 나뉘었다가 5년 뒤에 부군면(府郡面) 통폐합에 따라 강내면(江內面)으로 통합되었으며, 2014년 7월 1일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되면서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으로 변경되었다.

마을 인근에 저산(猪山)이라는 산이 있으므로 이 마을을 '저산(猪山)' 또는 '계산(鷄山)'이라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백천리(白川里), 상저산리(上猪山里), 하저산리(下猪山里), 남차이면(南次二面)의 삼티리(三峙里) 일부를 병합하여 '저산리(猪山里)'라 하여 강내면에 편입된 것이다.

저산리(猪山里)라는 마을 이름의 유래는 은적산(恩積山)에서 비롯된다. 마을 동쪽의 은적산(恩積山)의 다른 이름이 저산(猪山)인데 멧돼지가 출몰해 그런 이름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은적산 정상에는 단군 성전이 있으며 고려시대 봉수터도 남아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 은적산에 저산이라는 이름과 연관지어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옛적에 어느 스님이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밤에 나와 목욕을 하다가 괴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것은 산쪽에서 내리쬐는 온화한 빛이 들쪽에서 뻗치는 살기가 감도는 빛과 맹렬한 싸움을 하는 것이었다. 스님은 부처님의 힘을 빌어 선이 악을 물리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다음날 마을사람들이 들판에 크게 파인 웅덩이에 가보니 커다란 흑구렁이가 비늘을 번득이며 죽어 있었다. 스님이 산길을 걸어가다가 피곤하여 잠시 소나무에 기대어 쉬고 있는데 산중턱에서 멧돼지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스님의 장삼 자락을 물고는 언덕 아래로 구르게 하였다. 그 순간 소나무 위에서 커다란 독사 한 마리가 뚝 떨어졌다. 멧돼지는 떨어진 독사를 죽이고는 다시 산속을 달려갔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스님이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멧돼지의 행방을 찾아 산속으로 들어가는데 절벽 아래에 맑은 물이 흐르는 곳에 온화한 광채를 띤 멧돼지가 새끼들을 데리고 누워 있다가 스님을 보고는 경의를 표하였다. 이에 스님도 멧돼지에게 감사하며 산을 내려갔다. 그 후로 사람들은 이 산에 멧돼지가 살고 있다고 해서 '저산(猪山)'이라고 부르고, 멧돼지가 은혜를 갚았다고 해서 '은적산(恩積山)'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저산(猪山)'과 '돼지'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경남 통영시 도산면의 '저산리(猪山里)'라는 마을은 마을 동남쪽 산등성의 형세가 마치 돼지가 누워있는 것처럼 생겼다는 설과 옛날 인근 야산에 산돼지가 많이 서식했던 데서 유래하였다는 설이 있는데 돼지와 연관지어 '저(猪)로 표기하였다는 점에서 강내면 저산리(猪山里)와 유사하다.

그러나 충남 서천군 판교면의 저산리(苧山里), 전북 김제시 공덕면의 저산리(楮山里) 등을 볼 때 '저'를 '돼지'로 생각한 것은 임의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천자문과 명심보감 정도만 겨우 배운 수준인 당시 고을의 아전들이 매년 각 마을의 호구를 조사하여 보고할 때 '저산'이라 불리는 마을을 한자로 기록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저'라고 하면 '손오공의 저팔계', 고깃간의 '제육(猪 +ㅣ+肉)'이 떠오르고 또 산에는 으레 산돼지가 출몰하게 마련이니 '돼지'의 의미로 본 것이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리라. 하지만 '저산리'라는 지명들은 한자로 표기하기 전에 불리던 자연 지명이 '저산'이기 때문에 '저'의 어원은 한자어가 아닌 순수한 우리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청주시 남이면의 척산리(尺山里)는 '잣산 →자산'으로 변이된 후 '자'를 한자로 '척(尺, 자 척)'으로 표기한 것이다. '저산'의 다른 이름이 '은적산(恩積山)'인데 '은'을 제외하면 뒤에 있는 '적산'은 분명히 '저산'의 어원인 '잣산'으로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잣산 → 자산 → 저산'의 변이 과정을 유추해 볼 수가 있으며 후세에 '저산'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저'의 의미를 알 수가 없자 어느 산이나 흔하게 있는 산돼지와 연관지어 '저(猪, 돼지)'로 표기하게 되고 산돼지와 연관된 유래까지 만들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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