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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5.25 14:26:32
  • 최종수정2016.05.25 14:26:32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구만리'라는 지명은 부르기도 쉽고 듣기에도 여러 의미가 연상되어 자연스럽게 지명으로 굳어지게 되었지만 원래는 '굼안이'에서 온 말로 '골짜기 안쪽'이라는 의미라는 설명을 앞에서 한 바가 있다. 그런데 '구성리'라는 지명도 부르기 쉬운 이름이지만 소리만 듣고서는 그 의미를 짐작하기가 어렵다.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구성리는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구담평(龜潭坪)'과 '주성리(酒城里)'의 이름을 따서 구성리라 하였는데 한자로 龜城里라 표기하지 않고 九城里라 한 이유는 아마도 이 지역에 '구성(九城)'이라는 마을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이 된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의 '구성리(九姓里)'는 아홉 개의 성씨들이 모여 산다고 하여 구성리라 한다는 유래가 전하지만 원래의 어원은 내수읍의 구성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전국에 '구억리'라는 지명이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구성리'라는 지명은 국어의 일반적인 언어 현상인 ㅅ탈락 현상에 의해서 대부분 '구억리'로 변이된 것으로 보인다.

충남 금산군 제원면(濟原面)의 '구억리', 대전(大田)광역시 가오(加午)동의 '구억골(부엌골이라고도 불림)', 충남 예산군 고덕면(古德面) 용리의 '구억뜸', 충남 예산군 대흥면 손지리의 '구억말' 들이 있으며, 충북 지역에도 옥천군 군서면 사정리의 '구억말'을 비롯하여 청주시 서원구 강내면 석화리의 '구억뜸', 괴산군 감물면 구월리의 '구억리(九億里)', 옥천군 이원면 의평리의 '구억담' 등이 있다.

그런데 '구억'은 줄어서 '궉'으로 발음이 되므로 '궉말' 또는 '궝말'이라는 지명은 '구억말'에서 온 것으로 짐작되며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마산리의 '궉말'과 비상리의 '궝말'을 비롯하여 보은군 산외면의 '궉말', 옥천군 안남면 화학리의 '궉말', 음성군 금왕읍 유포리의 '궉말'을 예로 들 수가 있으며' 청주시 상당구 영운동의 '궝말'이라는 마을은 예전에 영운동에서 금천동으로 넘어가는 소로(小路)에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면 구억말, 궉말이라는 지명의 변이 이전 형태인 '구성'의 원래의 의미는 무엇일까?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의 구성리는 '구석이'라고도 불리며 음성군 원남면 상당리의 '구억말'은 '구성말', '구석말'로도 불리는 것으로 보아 '구성'의 어원은 '구석'으로 추정된다. '구석말', '구석리'를 소리나는 대로 표기하면 '구성말, 구성리'가 되는 것으로 보아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궝말'의 '궝'은 중세국어 '구석'으로 소급할 수 있으며 '구석'이 '구억'으로 변한 뒤 축약되어 '궉'이 되고 이어서 'ㅁ'에 동화되어 '궝'이 된 것이다. '구석→구억→궉→궝'의 변천 과정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구성리, 구억리, 궝말'은 모두 '구석에 있는 마을'로 해석된다. 마을 인근에서 중심이 되는 지형지물의 구석에 치우쳐 있어서 붙여진 이름인 것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구석말, 구성리, 구억말, 구억리, 궉말, 궝말, 국말, 정말'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정말'은 '궉말'로부터 변형된 것이다. '궉말'이 '적말'로 변한 뒤에 'ㅁ'에 동화되어 '정말'로 나타난 것이므로 역시 '구석진 마을'로 해석된다.

땅이름(지명)은 우리 조상들이 남긴 옛 언어와 함께 그 지역의 내력이 오롯이 들어 있으며 조상들의 생각과 느낌, 그리고 삶의 애환과 꿈과 이상이 녹아있는 무형문화재이다. 지명은 해당 지역의 과거사를 압축적으로 보여 주기 때문에 한 번의 잘못된 개명은 뜻을 일그러뜨리고, 사실을 왜곡시키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의 이름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우리말이었지만 기록은 한자로 남겼기에 표기 과정에서 혼란을 겼어 왔다. 더구나 토박이 지명은 조선시대에 한자 지명화됐다가 일본 강점기에는 일제의 민족 말살 정책에 의해 의도적으로 유래조차 짐작할 수 없는 엉뚱한 지명으로 변질되기도 하였다. 기록이 되지 못하고 우리말로 오랫동안 구전되어온 땅이름은 와전에 의해서, 미화하기 위해서 또는 풍수지리적인 입장에서 의도적이건 비의도적이건 간에 여러 차례 변이를 겪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지명은 시간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작품이기도 하므로 그 어원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역사, 철학, 풍수지리 등에 대한 전문적 지식은 물론 상상력과 추리력까지 요구되는 어려운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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