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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10.12 19:27:50
  • 최종수정2016.10.12 19:27:50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원-'계의 지명들을 보면 다음과 같이 역원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곳도 많이 발견이 된다.

옥천군 이원면에 원동리(院洞里)가 있는데 심천 쪽으로 넘어가는 작은 언덕(봉이둑)을 오르는 오르막 고개를 원재라고 한다. 원재의 논밭에서 기와편이 많이 발견되므로 인근에 적등원이라는 원이 있었던 곳으로 추측하면서 역원과 의도적으로 연관지으려 하지만 사실은 '원'이 '원재'라는 고유 지명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가 있다.

경기도 양주시 유양동에 있었던 자연 마을인 원골(員谷, 院谷)은 고을 원님인 양주목사가 있는 읍내로 들어가는 길목의 골짜기이므로 원골로 불렀다고 하는데 억지로 관청과 연관짓고 잇는 것으로짐작이 된다. 강원도 원주시 원인동(園仁洞)의 원동은 인근에 있는 남산(南山)이 둥근 형태를 띠고 있어 둥글'원(園)'자를 써서 원동(園洞)이라 불렀다 한다.

서울시 종로구 원서동에 있던 원동(園洞, 院洞, 苑洞)은 창덕궁 요금문 밖에 함춘원이 있던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며 창덕궁 밖의 내명부 수도처인 정업원(淨業院)이 있었으므로 이곳의 이름을 유학의 본산인 성균관이 있던 지역의 관동(館洞)과 대비, 원동(院洞) 혹은 정업원동이라 하던 것이 변하여 원동(苑洞)이 되었다는 설이 있지만 그 이전부터 이미 원골이라고도 불리었던 것이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약대동의 원골이라는 골짜기는 '부천사 연구'에 완곡(阮谷)으로 표기되어 있고, '조선지지자료(朝鮮地誌資料)'에는 원곡(源谷)으로 표기되어 있다. 원(源)은 바다나 하천을 의미하므로 원골은 할미산에서 흘러내린 물가에 닿아 있는 계곡이라는 뜻이 된다.

그밖에도 남일면 가산리 원골(원동),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 원골, 괴산군 소수면 길선리 원골, 단양군 대강면 장림리 원골, 보은군 마로면 적암리 원골, 청주시 가덕면 상야리 원동, 가덕면 한계리 원동, 영동군 영동읍 가리의 원골, 영동군 심천면 구탄리의 원골, 옥천군 청성면 삼남리의 원골, 경북 상주시 공성면 용신리의 원골, 충남 금산군 금산읍 음지리의 원골 등을 찾아볼 수 있다. 북한 지역에도 황해북도 수안군 천암리 소재지의 동쪽에 있던 원골은 마을 주변에 원나무(고리버들)가 자라고 있었다고 하며, 황해남도 배천군 원산리 동남쪽에 있는 원골은 마을이 들어선 골 안에 산수가 수려하여 선녀가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깃들여 있으며 '선녀골, 옥수샘'이라고도 한다. 평안남도 평원군 심원리 상산 남쪽에 있는 거리마을인 원골은 조선시대 말기에 영유 고을 원이 용강행차에서 돌아오던 길에 쉬어간 다음부터는 원거리 또는 원골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경북 구미시 무을면 원리(원동)는 북쪽으로는 머무산을 등지고 남쪽으로는 경상북도 김천시 감문면과 이웃하고 있는 마을로, 약 500년 전에 안동 권씨가 처음으로 개척하여 산 곳이라고 한다. 옛날에 상주 개령 원님이 서로 왕래하면서 경북 구미시 무을면 원리의 정자나무 밑에서 쉬어갔는데, 원님은 존경받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마을 주민은 정자나무에서 원님이 쉬어간 것을 기념하여 마을 이름을 원동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또한 청주시 강내면 부탄리의 원뎅이라는 들판과 청주시 가덕면 상야리의 원동을 '완동(院洞)'이라고 표기한 것으로 보아 역원과는 전혀 연관이 없이 '원'이 고유어에서 파생되어 나옴 말임을 짐작하게 해준다.

앞에서 '원통산'의 어원을 탐구하면서 '온티(큰 고개, 높은 산 고개) < 원티 < 원퉁이, 원팅이 < 원통'의 변이 과정을 유추하여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지명의 음과 유사한 어휘가 후대에 나타나 확고한 지명 유래로 자리잡음으로써 원래의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운 지명들이 의외로 많다.

이와같이 역원이 있던 지역이라는 의미로 지명이 만들어진 '원골, 원동'과, 고유어에서 변이된 '원골, 원동'이 음이 유사하여 구별하기 어려운 혼란이 초래되었던 것이다.

그러면 고유어 '원골, 원동'의 어원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일까?

고유어에서 비롯된 '원골, 원동'의 '원'은 '크다'는 의미의 '온'에서 온 말이다. 따라서 '원골'이란 '작은 골짜기'라는 의미의 '개골'의 상대어인 '큰 골짜기'의 의미이며, 고유어 '원동'의 뿌리는 '온뎅이 < 원뎅이'로서 '큰 들판, 또는 큰 등성이'의 의미라고 본다면 비로소 지형의 형태를 나타내게 되어 지명으로서 제 역할과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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