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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6.29 14:34:53
  • 최종수정2016.06.29 14:34:53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은 본래 청주군 서주내면의 지역으로서 구루물이라 불리던 마을인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산직리, 하봉리, 사창리의 각 일부와 북주내면의 외덕리 일부를 병합하여 운천리(雲泉里)라 해서 사주면에 편입되었다가 1935년에 청주읍이 되고 1949년 지방자치법 실시에 의하여 청주시로 승격되면서 운천동이라는 오늘날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운천동(雲泉洞)이란 이름에 들어있는 구름(雲)은 농민들에게 고마운 비를 내려주는 일도 하지만 하얗게 피어나는 뭉게구름은 보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은 심어줌은 물론 무언가 상서로운 이미지를 주는 좋은 의미를 가진 말이다.

지명이란 좋은 의미의 글자를 마구 따다가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명은 그 지역의 특성과 연관되어 그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말로서 여러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불려지면서 굳어진 것이며 그 지역의 역사와 뿌리가 온전히 녹아있는 이름인 것이다.

따라서 좋은 지명일수록 그 속에 들어있는 역사와 뿌리를 찾아내어 바로 알고 보존하는 것이 조상의 얼을 계승하는 것이며 후손들의 바른 도리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운천동(雲泉洞)의 뿌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운천동은 원래 구루물이라 불리었다고 하며 예로부터 한자명으로 운천골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구루물'이 '운천(雲泉)'으로 표기된 것은 '구루물'을 '구름물'로 본 것이다.

다른 지역의 지명을 살펴보면 구루물의 의미를 확인할 수가 있다

강원 원주시 문막읍 취병리의 '구루물들'은 구메바위 밑에 있는 굴에 있는 물이 있는 주변의 들을 가리키며, 서울시 강서구 외발산동 신광명에 있던 우물을 구루물이라 하는데 한자로 굴정(窟井)으로 표기하고 있어 '굴우물'임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시 중구 충무로2가 진고개에 있던 굴우물도 역시 굴정(窟井)이라고 표기하였으며 인조 임금때 학자 이민구(李敏求)가 어렸을 때 진고개에서 놀다가 바위 밑에서 물이 나오는 것을 보고, 동네 아이들을 모아 우물을 파서 길 가는 사람들이 먹게 하였는데, 그 후 점점 더 파서 굴같이 되었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북한 지역에 있는 황해북도 수안군 천암리 소재지의 동쪽에 운정동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에 굴우물이 있다하여 구름 운(雲)과 우물 정(井)을 써서 운정동(雲井洞)이라 하였다고 한다.

그밖에도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유정리의 굴우물,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가월리의 굴우물,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신하리의 굴우물 들이 모두 구루물의 어원은 굴우물임을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소금 먹은 소 굴우물 들여다보듯 한다'는 속담이 있는데 소금 먹은 소가 목이 몹시 타지만 우물이 깊어 물을 먹을 수가 없게 되니, 눈만 크게 뜨고 우물 안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 하는 말이며 '굴우물에 돌 넣기'라는 속담은 깊은 우물에 돌을 아무리 넣어도 차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제힘으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일을 감히 하려고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굴우물이란 '물이 아주 깊은 우물'을 의미한다고 나와 있는 것처럼 굴우물이라는 말은 예전에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던 말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청주의 운천동에도 굴우물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찾아보니 구루물이라고 부르는 큰 우물이 청주시 흥덕구 사직1동 247-1번지에 있는 부강아파트(호국로 162번길 22) 1층 주차장에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폐쇄되어 볼 수가 없다. '구루물(운천골)'은 그 샘 주변의 마을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며, 지금의 사직변전소 주변 지역을 가리킨다. 구루물(운천골) 마을은 택지개발에 의하여 이미 시가지화되어 옛 모습을 찾을 길이 없다.

따라서 구루물이라 불리던 운천동이라는 이름의 뿌리는 구름물이 아니라 '굴우물'임을 알 수가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굴천동, 굴정동'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 구루물이 운천골로 이어온 것도 이 지역의 역사이기에 운천(雲泉)이라는 말처럼 구름같이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살기 좋은 마을, 구름처럼 발전하고 번창하는 마을로 만드는 것이 바로 후손들이 조상들의 빛나는 얼을 계승하고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매년 10월에 열리는 '구루물 문화축제'는 청주고인쇄박물관, 백제유물전시관 등을 포함한 지역의 역사를 바로 알리는 매우 의미가 깊은 행사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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