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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4.24 17:34:23
  • 최종수정2019.04.24 17:58:37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낭성면 관정리는 자연지명인 관터와 머구미(먹우물)를 한자로 표기한 '관기(官基)'와 '묵정(墨井)'에서 한 자씩 따서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머구미는 산으로 막힌 지형을 가리키는 '막은 뫼(산)'에서 변이된 것으로 추정되며 관터는 활미 옆에 있는 마을인데 백제 시대에 낭비성(娘臂城)의 고을터라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관터라는 지명은 '관청이 있던 터'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것일까?

남일면 고은리의 '관터'는 고은 삼거리의 북쪽 국도변에 있는데 옛적에 관청이 있었다고 전해지며, 영동군 상촌면 임산리의 관터는 현(縣)의 현사(縣舍)가 있던 곳이라 한다. 그밖에도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를 비롯하여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쌍수리, 음성군 생극면 병암리, 충남 서산시 해미면 관유리, 충남 청양군 화성면 신정리, 경기도 아산시 둔포면 관대리,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좌항리, 경북 상주시 낙동면 유곡리,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석전리, 전북 완주군 운주면 금당리, 강원 횡성군 안흥면 상안리 등에 널리 퍼져 있는 '관터'의 유래도 관청이 있던 터라는 데는 다름이 없다.

또한 관터와 같은 의미와 유래를 지니고 있는 '관골'이라는 지명도 너무나 많이 찾아볼 수가 있다.

청주시 흥덕구 원평동의 '관골'을 비롯하여 옥천군 안내면 인포리, 증평군 증평읍 미암리, 충주시 중앙탑면 가흥리, 충남 공주시 신관동, 충남 천안시 동남구 구성동, 경북 문경시 농암면 화산리, 경북 문경시 농암면 화산리, 경북 문경시 가은읍 죽문리,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장안리 등지에 있는 '관골'이라는 지명의 유래가 한결같이 관청이 있던 곳이라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지명의 대부분이 역사 기록을 찾을 수 없으므로 유사 이전인 수 천년 전 삼국시대 초기나 아니면 그보다도 더 오래전인 부족국가 시대에 관청이 있었던 곳이라고 구전으로 전해온다는 궁색한 유래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관터'를 한자로는 '관기(官基)'라 표기하고 있어 표기된 글자의 의미로 보면 누가 보더라도 '관청의 터'라 해석하게 된다. 그러나 관청이 있었던 지역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지역에 분포되어 있고 그 입지가 도시로 발전하기 좋은 지역이 아닌 산골짜기에 위치한 것으로 보아 다른 말에서 변이된 이름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지명에서 '관'이라는 음으로 변이될 수 있는 지명 구성 요소로 '구안'을 찾아볼 수가 있다.

음성군 원남면에 구안리(九安里)라는 마을이 있는데 마을이 늘 편안하고 언제나 좋은 일만 생기라는 의미로 구안리(九安里)라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이 부르는 속칭으로는 '굴안이'인데 비슷한 음을 가진 한자로 표기하면서 좋은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보여진다. 전해지는 마을 이름의 유래를 보면 고려시대 고종 23년(1236년) 거란이 침입하여 이곳에 주둔하였으므로 걸안, 글안이라 하였다고 하기도 하고 긴 골짜기 안쪽이 되어 굴안이라 하였다 한다.

모두가 지명의 소리에서 연상되는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보이며 음운의 변이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 살펴보면 '굼'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가 있다. 괴산군 청천면 덕평리에 '구미'라는 마을이 있고 마을의 앞에 '구미들'이 있으며, 충남 예산군 고덕면(古德面)의 '구만리(九萬里)'는 지형이 구미(후미) 안쪽이 되므로 '굼안' '구만이' 구만'이라 하였다고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구만'은 '굼안(굼의 안쪽)'으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 굼이란 '구멍, 굴, 골짜기'라는 의미이다. 즉 '굼안'은 '골짜기의 안쪽'이라는 의미인데 '굼'의 의미를 잃어 의미 전달의 고리가 끊어짐으로써 '굼이'가 '구미(九美)'로, '굼안이'가 소리 나는 대로 '구만이' '구만리'로 불리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음성군 원남면 조촌리의 '골안'은 '골짜기 안쪽이라는 의미로 '谷內'로 표기하고 있으나 원남면 구안리의 '굴안'은 '굴'이 동굴(窟)을 연상하게 되어 '골짜기'와 연관짓지 못하다보니 여러가지 혼란이 일어난 것으로 생각되며 '구만리'와 어원을 같이하는 이름인 것이다. 따라서 '구만리'라고 하면 아득히 멀리 있는 상상의 마을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구안리, 굴안이'와 마찬가지로 '골짜기의 안쪽' 또는 '골짜기의 안쪽에 있는 마을'이란 의미로 볼 수가 있다.

이렇게 본다면 '관터'는 '구안터(굼안터)'에서 변이된 것으로 '골짜기 안쪽의 터'의 의미이며 '관골'은 '골짜기 안쪽의 마을'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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