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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4.10 17:05:15
  • 최종수정2019.04.10 17:05:15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미원에서 청주로 들어오는 길은 4차선 도로가 개통된 이후 교통량도 꽤 많아졌다. 미원의 먹골 고개를 넘자마자 낭성 가는 길과 갈라지는 관정삼거리가 나오고 이어서 만나는 첫 마을이 낭성면 관정리다. 4차선 도로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그대로 통과하지만 옛날 도로는 관정리 마을을 지나게 되어 있었는데 가을이면 도로변의 은행나무 가로수가 장관을 이룬다. 그리고 조선시대 숙종 2년(1676)에 신 각(申覺)이라는 선비가 세상의 풍진을 피하여 지었다는 백석정(白石亭)이라는 정자가 감천(紺川) 개울가에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 지나가는 길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관정리(官井里)는 본래 청주군 산내이상면(山內二上面)의 지역인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호산리(浩山里), 묵정리(墨井里), 관기리(官基里), 호동(浩洞) 일부, 감당리(甘棠里) 일부를 병합하여 관기와 묵정의 이름을 따서 관정리라 하여 낭성면에 편입되었다.

관정리를 지나면서 낭성면 추정리로 넘어가는 큰 고개를 넘게 된다. 이 고개 이름이 추정리로 가는 고개라 하여 추정재라 하는데 원래의 자연 지명은 '머구미고개'였다고 한다. '머구미'라 하면 '먹다'라는 말이 연상되므로 현재 머구미고개에 머구미라는 식당이 성업 중인 것은 지명을 장사에 재치있게 잘 활용한 것이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우리말 지명을 보존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같이 관정리에는 머구미, 활미, 관터 등의 자연마을이 있는데 그 이름들이 아름다운 경관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하여 이름 속에 들어 있는 원래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머구미는 활미의 서남쪽에 있는 마을인데 먹우물로 불리다 보니 한자로 '묵정(墨井)'이라 표기하게 되었고 이곳의 우물 빛이 먹물처럼 검게 보인다는 지명 유래를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그런데 활미에서 미원면 미원리 쌀안 장터로 넘어가는 고개를 '먹고개' 부르고 활미 북쪽에는 먹골이라 불리는 골짜기가 있으며 먹골 동남쪽에는 먹골 방죽이 있는 것으로 보아 '먹'이 지형의 특성을 나타내는 수식어로 쓰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미원면 내산리와 문의면 문덕리, 문의면 소전리, 내수읍 묵방리, 보은군 장안면 장안리, 충주시 앙성면 지당리 등에 있는 '먹뱅이'와 보은군 회인면 건천리의 '먹뱅이골', 보은군 수한면 광촌리의 '먹뱅이골' 들은 한자로 '묵방리(墨坊里)'라 표기하고 있으나 사실은 '묵은 배미(농경지)'라는 의미로서'먹'의 어원은 '묵다'라는 말에서 온 것이므로 '머그미'의 '먹'과는 의미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지명에서 '먹'과 유사한 음이 지형을 수식하는 의미로 쓰인 예를 찾아보면 문의면 마동리와 괴산군 문광면 광덕리, 괴산군 칠성면 율지리, 보은군 수한면 광촌리 등에 있는 '동막골', 그리고 가덕면 삼항리, 미원면 성대리, 남이면 산막리, 괴산군 청천면 신도리, 보은군 산외면 아시리, 옥천군 동이면 남곡리, 옥천군 이원면 수묵리 등에 있는 '산막골'을 들 수 있는데 동막골은 '돌로 막힌 골짜기나 마을'의 의미이고 산막골은 '산으로 막힌 골짜기나 마을'의 의미이므로 여기에서 '막'의 어원은 '막다'에서 온 것이다. 음성군 맹동면은 두성리의 '맹골'의 이름을 따서 '맹동(孟洞)'이라 한 것인데 맹골은 '막골(막힌 골)→ 망골→맹골'의 변이를 거쳐 만들어진 이름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변이 과정의 예는 청주시 용암동의 '망골'에도 남아 있는 것이다.

'막다'라는 의미의 '막'이 '먹'으로 변이된 지명으로 보은군 회인면 중앙리의 '먹티골'을 들 수가 있다. 먹티골은 '먹골(막골-막힌 골짜기)'이라는 지명이 먼저 생겨나고 후에 '먹골로 가는 고개'라는 의미의 '먹티'가 생겼으며 '먹티' 인근에 마을이 들어서자 '먹티골'로 명명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이와 같이 '막다, 묵다'의 어원에서 파생된 '먹'이 쓰인 지명들은 '먹'을 한자로 '묵(墨)'으로 표기하면서 '검다'는 의미가 연상되어 '옛날에 먹을 만들어 파는 묵방(墨房)이 있었다, 고개가 높고 검은 구름이 항상 모여 비가 자주 왔었다, 이 마을에는 옛날부터 숫돌이 많이 생산되었다'는 등 검은 것과 연관지은 유래가 만들어지기도 했던 것이다.

따라서 낭성면 관정리의 '머구미, 먹골, 먹고개' 등에 쓰인 '먹'의 어원은 은 '막다'로서 산으로 막힌 지형을 가리키는 '막은 뫼(산)'에서 머그미로, 산으로 막힌 지형을 가리키는 '막골, 막고개'가 '먹골,먹고개'로 변이된 것으로 추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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