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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12.04 15:47:12
  • 최종수정2019.12.04 15:47:12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하늘에서 우리 한반도를 보면 산줄기가 어떻게 보일까·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산맥도처럼 보일까, 아니면 우리 조상들이 350여년전에 만든 산경도에 가깝게 보일까? 많은 사람들이 산맥도처럼 보일 것이라 대답하겠지만 사실은 산경도처럼 보이게 된다. 우리나라 국토는 바람이나 물의 흐름과 같은 외적 작용에 의해 오랜 기간 침식을 받아 산줄기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분수계를 기준으로 산줄기를 그린 산경도가 우리 땅의 참된 모습인 것이다. 물은 항상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에 분수계에 의한 산줄기 인식 방법이 정확한 우리 지형을 파악하는데 적합하다. 일본은 화산과 지진 등 내적작용에 의해 형성된 땅이므로 지질구조선에 의해 산맥을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물리적으로 적합하지 못한 것이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산맥 지도는 지하자원의 수탈을 목적으로 일본인 지질학자가 제작한 지도로서 단층선과 지질 구조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산맥의 생성 원인, 지질 등 지형의 형성 과정과 지질 구조, 지하 자원의 분포, 토양 등을 이해하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산경표를 지도로 표현한 산경도를 살펴보면 모든 산줄기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지형을 파악하기가 쉬우며, 하천의 유역과 생활권이 잘 구분되는 장점이 있다.

교통이 불편했던 과거에는 사람들이 높은 산을 넘어 왕래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분수계 안에 흐르는 하천을 중심으로 문화, 언어, 음식 등이 비슷한 하나의 생활권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므로 산경도는 산지를 경계로 한 하천 중심의 전통 생활권을 파악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지역별 언어권과 주거 양식의 차이는 실재하는 산지를 경계로 구분되며, 5일장과 같은 정기 시장이 열리는 범위, 즉 사람들의 이동 범위에도 활용된다. 또한, 산지 분포는 등산과 여행에도 활용될 수 있으며, 지하의 물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으므로 수질 오염 문제의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산경도의 중심을 이루는 분수계는 지역을 나누는 경계 역할도 하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이 지명을 어떻게 명명하고 한자로 어떻게 표기되어 왔는지를 짐작할 수가 있으며 지명의 어원을 밝히는 데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 땅의 이름을 분석해보면 강과 산, 하천, 고개, 골짜기 등의 모양(크다, 작다, 높다, 낮다, 길다, 짧다, 둥글다)이나 위치(위, 아래, 가운데)와 관련 지은 것이 유난히 많은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이 또한 산경도를 그린 우리 조상들의 지리적 관점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하겠다.

예를 들면 산의 이름에는 '백두산, 소백산, 함백산, 태백산, 소백산, 백마산, 백악산, 백운산, 백화산' 등에서처럼 높다는 의미의 '박, 백'이 수식하거나, '금수산, 금적산, 감악산, 거무산(현무산), 검단산, 오성산, 오두산' 등에서처럼 '크다'는 의미의 '금, 검, 감, 오(감-가마귀)'가 수식하는 경우가 많으며 '고개'의 지명에서도 '높고 큰 고개'라는 의미의 '박달재, 감우재, 말티고개, 박석고개' 등 단순히 산의 크기를 나타내는 이름도 있지만 생활에 관련된 수식어가 붙어 만들어지는 지명도 많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고개는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피반령(옛 사람들의 주식인 피밭이 있는 고개), 새재(이화령과 하늘재 사이에 새로 만들어진 고개), 방고개(밤고개, 율티-농사짓는 농토인 배미로 가는 배미 고개) 등을 들 수가 있으며, 그 밖의 지명들은 지형과 생활 관련어가 합쳐져서 만들어지게 된다.

예를 들으면 잣고개는 '산을 넘는 고개'라는 의미이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그 의미를 잘 알 수가 없게 되자 한자로 '柏峙(백치), 梨峙(이티)'로 표기되어 그 음이 바뀌기도 했지만, 생활의 필요에 의하여 농산물을 이고 지고 고개를 넘어서 5일 장을 갔다가 필요한 물건을 짊어지고 다시 고개를 힘들게 넘어오는 일이 잦아지자 고개 이름을 아예 장고개로 바꾸어 부르는 지역이 의외로 많다.

또한 길이 산으로 막혀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에 있는 마을이 '산막골'이요 돌로 막히면 '동막골'이라 했으며, 산줄기가 양쪽에서 뻗어내린 사이에 있는 고개가 살구지재(사이고지 재)가 되고 이러한 지형에 놓인 다리가 살구지다리(사이고지 다리)가 되는 것이니 이 모두가 산경도에 따른 산줄기를 따라 만들어지는 이름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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