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 왔습니다. 결혼을 앞둔 신랑과 잠시 대화를 나누려 합니다. 싱글벙글 입 꼬리가 귀에 닿았네요. 그렇게 좋은지요?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한 번 어려움이 있었지만 만난 지 일 년 만에 결혼하는 서른두 살 신랑입니다." -신혼집은 준비하셨는지요? 결혼 후 가정의 경제계획은 어떻습니까? "신혼집은 부모님의 도움과 그간 모아둔 돈을 합쳐 전세로 마련했습니다. 결혼 후에도 맞벌이를 할 작정입니다." -신랑 나이가 적지 않은듯한데 자녀계획이 쉽지 않겠습니다. "민감한 부분입니다. 둘의 생활에 워낙 영향이 큰일이어서 의견 모으기가 쉽지 않습니다. 출산하면 우선은 아내에게 휴직이 필요하고, 경제적 지출이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저도 육아휴직을 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아내나 저나 한 해라도 동료에게 밀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요."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자녀를 갖지 않는 경우도 생각하고 계신가요?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반드시 자녀를 갖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우리 살기도 이렇게 팍팍한데 다음 세대라고 만만할까요?" -그래도 부모님이 기대하실 테고 자녀가 있어야 가정에 활력이 있지 않을까요?
중학생이 된 소년은 테스를 읽으면서 꿈을 꾸었고, 노트르담 꼽추를 읽으면서 순수한 만남을 기다렸다. 고등학생이 된 소년은 데미안을 읽으며 상징계로 넘어갔으며, 닥터 지바고를 읽으며 사유의 폭을 넓혀갔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자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거린 문학과 음악에 대한 동경을 품고 왠지 잘살아갈 수 있다고,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학과 음악은 삶 일부로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었고, 오랫동안 꿈꾸어온 거잖아"라고 속삭이며 필자는 무작정 길을 찾아 나섰다. 생애 첫 번째 '클래식기타 중주 밤' 대연주회, 두 번째, 세 번째 연주회도 성공리에 마무리했고 시인이라는 이름표도 받았다.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에 잠길 때 주변에선 "음악과 문학은 전망이 불투명하다"라며 더 이상 가지 말라 만류했다. 하지만 국문학과에 편입하여 시문학을 공부했으며, '시인으로 살고 싶다'는 결심으로 대학원을 택했을 때도 묵묵 필자 길을 걸어갔다. 가지 말라는 권유가 있었지만 '나는 나'이기 묵묵히 길을 걷기로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1997년 IMF 때도 '나는 잘해낼 수 있을 거야' 하면서 잘 이겨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래 가지고
바람이 시원하다. 멀리 짙푸른 숲과 바람까지 싱그럽다. 무심코 바라보는 순간 새 한 마리가 펄쩍 날아오른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정도는 되어야 하늘에 날개를 달아주는 산새들 위상이 드러날 거라고 했는데, 천적인 맹금류에 쫓기고 있었던 것일까. 오래 전 병법에서는 그럴 경우 숲 속 어딘가 잠복해 있을 군사를 의심했다. 하늘을 향해 쏜살처럼 날아오르는 모습이 참으로 장관이었으나 목숨을 건 탈출이다. 하늘을 선회하던 새가 돌연 하강할 때는 먹이를 찾은 것일 수 있지만 대부분은 뭔가에 놀라 급히 날아오를 때였다. 얼마 후에는 안심을 한 듯 하늘 높이 날아가곤 했는데…. 느낌이 묘하다. 평화로운 정경일수록 두려운 뭔가를 수반하지만 그 또한 섭리가 아닐까. 내가 본 그 새도 갑자기 사태에 놀랐겠지만 화들짝 날아오를 때의 하늘이 가장 푸르고 맑았을 거다. 우리 또한 심오한 진리를 발견하게 된다면 운명이라는 복병에 놀랐을 때다. 위험은 그렇게 뜻밖의 아름다움을 창출한다. 엊그제 인근의 3층 건물에서 명랑한 새소리를 들었다. 숲속에서 듣는 것처럼 아름다운 소리에 놀란 것도 잠시, 먼저 온 친구가 유리창 사이에 낀 새를 보았다고 한다. 뒤따라 몇몇 친구가
청주시는 고속철도 오송역을 비롯하여, 청주역, 오근장역, 청주공항역 등 모든 철도역사가 도심과는 동떨어진 외곽에 위치해 있다. 철도이용이 쉽지 않아 자동차 중심의 도시로 성장해왔고, 청주시민 입장에서 철도보다 자동차 이용이 당연시됐으며 오랜 세월동안 교통혼잡, 교통사고, 주차 문제 등 각종 도시 교통문제를 떠안고 살아왔다. 청주시가 자동차 중심의 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청주시 철도역사가 처음부터 도심 외곽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청주역의 경우 1921년 청주시청 인근에서 보통역으로 설치되어 영업을 시작했으며, 시장, 상점 등 역사를 중심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선형이 불량하고 여객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1980년 도심에 있던 충북선을 도심 외곽으로 이설하였다. 이로 인해 여객수요는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져 화물중심의 역사로 운영되었고, 청주시는 철도로부터 철저히 소외된 도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러한 점에서 충청권 광역철도 청주도심 통과 노선은 그동안 철도로부터 소외되었던 청주시민의 간절한 염원이며, 나아가 청주시 교통정책의 대 변화를 이끌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충청권 광역철도의 목적은 대전-세종-청주 간 철도를 통해 충청권 메가시
[충북일보]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25 한국전쟁과 6·29 제2 연평해전이 일어났다. 6월 6일은 현충일이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고 얼을 위로하는 기념일이다. 전국 곳곳에서 많은 추념행사가 열린다. 충북에서도 지역마다 추념 행사가 엄숙하게 열린다. 국민의 애국심 고취와 국가유공자를 예우하는 사회적 분위기 확산을 위해 다양한 행사가 이어진다. 지금도 어디선가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목숨을 바치는 분들이 있다. 성인이 된 이후 나라의 부름을 받아 군대생활 하는 장병도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타인의 생명을 구하다 희생된 순직군경이나 의사상자도 다르지 않다. 6·25전쟁 등과 같은 국가재난 시 국가를 위해 아무런 대가 없이 목숨을 바친 전몰군경과 참전용사들은 두말 할 것도 없다. 국가와 사회에서 더 존중하고 예우해야 마땅하다. 나라 위해 바친 숭고한 희생보다 더 값진 건 없다. 진정한 국가에 대한 충성은 진정한 보훈에서 나온다. 지금 누리는 자유와 평화, 안정, 경제적 풍요의 의미를 잘 알아야 한다. 앞선 사람들의 고귀한 헌신과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이다.
보리 수확이 끝난 비탈밭 산길을 오른다. 어머니가 보고 싶어 오르는 산길에 하얀 적삼 고름 바람에 여미며 달큰한 젖내에 젖어 있는 꽃, '어서 오너라', 찔레꽃이 산 마중을 나왔다. 길섶에 비켜서서 두 팔을 벌리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눈부시다. 어머니를 뵌 듯 웃음 지으며 인사를 하였다. 종다래끼에 보리 이삭을 주워 담으며 해찰하는 나에게 어머니는 다독이듯 채근하듯 말씀하셨다. "이삭을 많이 주워야 참외를 많이 살 수 있는데…." 그럴 때면 시무룩한 느림보 대신 산등성이 너머 뻐꾸기가 뻐꾹 뻐꾹 울었고, 가랑잎을 스쳐 온 산들바람이 송골송골 이마에 맺힌 땀을 씻어 주었다. 밭고랑을 벗어나면 숲 가 어디쯤 산딸기가 익었을 것 같고, 또 어디쯤에는 붉은 보석처럼 산 앵두가 익어 나뭇잎 속에 숨어 있을 텐데… 자꾸만 눈길은 밭고랑을 지나 찔레꽃 핀 밭둑을 넘어갔다. 눈치를 채신 어머니는 "그래, 좀 쉬었다가 하거라…. 뱀 조심하고…." 찔레꽃 필 무렵이면 무논에 모내기도 시작되었다. 무논에 철퍽철퍽 흙물 튀기는 써레질 소리에 놀란 개구리가 사선으로 달아났다. 농부들의 거친 손끝에서 한 배미 한 배미마다 연초록 색감이 더하여질 때 어머니는 똬리 위에 광주리
지난 토요일인 5월 27일은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이었다. 마침 대체 공휴일도 생겨서 월요병 없는 한 주를 맞게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혹시 '불기'에 대해 조금 관심이 있다면 "불기 제 몇 년, 부처님 오신날"은 잘 못 된 명칭이라 하는 말을 들어 보았을 수 있겠다. 우리나라와 같이 여름, 겨울이 뚜렷한 지역은 동안거와 하안거로 일 년에 두 번의 안거기간이 있지만, 인도는 여름 우기에 한 번 안거를 하게 된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열반에 든 다음 해에 제자들이 여름 안거를 끝내면서 "부처님 없이 우리끼리 여름 안거를 보낸 첫 번째 해" 이런 식으로 세기 시작한 것이 불기이다. 스님들이 승려가 된 이후의 나이, 즉 출가한 햇수를 '하랍(夏臘)'이라 하여 '여름 하(夏)'를 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애당초 불기는 부처님 오신 해가 기준이 아니라 열반에 든 해가 기준이었다. 다만 이것은 기원이 이렇다는 것이고, 실제 이렇게 '기년' 즉 해를 센 것이 남아 있지 않으므로 불기는 부처님의 탄생과 입멸 연도를 어떻게 추정하느냐에 따라 아주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한편, 부처님 오신날짜에 대해서도 음력 2월 8일, 음력 4월 8일, 음력 4월 보름 등
"국민연금 청렴1번지 동청주지사가 약속합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공직사회가 예전보다 많이 깨끗해졌다는 평이다. 필자가 국민연금에 입사한 90년대 중반에는 공공기관의 청렴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이란 게 없었다. 공직을 수행하는 개인이 깨끗한 양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일이 아니면 국민들이 알 길도 없고 조직에 피해가 갈 일도 크지 않았다. 2023년 지금은 어떠한가. 인터넷과 SNS의 영향으로 해남 땅끝에서 일어난 일이 실시간으로 청주까지 전해진다. 우주에서 발생하는 소식도 생중계되다시피 하는 세상이다. 부패한 행위나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들은 개인뿐만 아니라 그가 일하는 조직에 극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준다. 한 번 손상된 이미지는 복구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공공기관의 청렴도는 민원 서비스를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처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들도 투명하고 공정한 일 처리를 무엇보다 청렴하다고 느낄 것이다. 국민연금 지사를 방문하는 다수의 고객은 노령연금 수령을 위해서이고 또 다른 고객은 가족의 사망에 따른 유족연금이나 장애로 인한 장애연금 가능 여부,
농부가 심었다. 토질이 좋고 나쁨을 평하지 않았고, 왜 그곳이냐고 자리를 논하지 않았다. 숙명인 양 주어진 땅을 의지하여 토양이 주는 대로 양분을 받아먹고 조심 조심히 싹을 틔웠다. 어느 날 농부가 칭찬하며 쓰다듬자, 감격하여 더 조심히 작은 공을 형성했다. 접동새가 지나다 말랑말랑 연초록 공의 탄생을 축복하자, 감격하여 보름달처럼 크고 둥글어지는 꿈을 꾸었다. 햇볕을 벗 삼아 씨앗을 여물게 했고, 줄무늬 패션으로 장식하며 몸을 불리니 바람이 지나며 단단해지게 도와주었다. 감격하고 감격하며 조심히 자라서, 달고 시원한 극상품 수박이 되어 농부를 웃게 했다. 그뿐이다. 수박이 뭐라 했기에 수박, 수박, 하는가. 수박은 말하지 않는다.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툭하면 수박을 소환한다. 달고 시원하다는 말은 쏙 빼고 부정적인 의미로만 쓴다. 일을 건성건성 하여 못마땅할 때 쓰는 ‘수박 겉핥기’란 말만 해도 그렇다. 겉만 핥으면 참외도 사과도 포도도 속 맛을 모르기는 매한가지 아닌가. 그런데 사과 겉핥는다, 참외 겉핥는다, 하지 않고 수박만 가지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겉과 속살 색깔이 다르다면서 수박을 깨부수고 짓밟기도 한다. 사과 표면이
국어사전은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전문가로 정의한다. 통계청의 한국표준직업분류에서는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를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개념과 이론을 이용하여 해당 분야에 관한 연구·개발, 자문, 지도(교수) 등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분류하고 있다. 전문자격사는 국가가 법률적으로 자격을 인정해 주고, 이들만이 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종의 '특허'와도 같다. 전문자격사의 업무가 그만큼 국민과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고도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인문계 분야에서는 변호사, 회계사, 감정평가사, 노무사, 관세사, 법무사, 세무사가 있고, 자연계 분야에서는 기술사, 변리사, 약사, 의사, 한의사가 있다. 전문자격사는 관련 법률에 따라 독점적인 지위가 보장되고, 전문자격사가 아닌 사람이 법률상 전문자격사의 업무를 하게 된다면 처벌받는다. 권한을 부여하는 만큼 그에 따른 의무도 부여받고 있음은 물론이다. 독점적 지위가 있는 만큼 업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고도의 윤리의식을 요구받고 있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시점이 목전에 와 있다. 후쿠시마 시찰단 21명이 5박 6일 방일해서 일본 오염수 정화를 직접 확인 했다고 한다. 사절단은 이번 사찰활동을 통해 일본의 오염수 정화 및 방류시설 전반의 운영상황과 방사성 물질 분석열량 등을 직접확인하고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더 필요한 조치를 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안한 국민들이 얼마만큼 이해하고 납득할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2020년도를 기준으로 68.4㎏으로 세계 수산물 소비량 보다 3배 이상 많은 양으로 우리나라의 식(食)문화에서 수산물이 매우 중요한 부분임을 보여준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만큼 바다와 관계된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는 국민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해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 130만t을 동해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한 보도 이후 국민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방사능이 우리에게 위협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고 인체 발암성이 입증되어 국제암연구소(IARC*)는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해서 관리하고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핵분열을
최근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자신감 있는 겸손(Confident Humility)'이 주목받고 있다. 자신감 있는 겸손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하고, 약한 부분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전문성과 강점에 대해서는 강한 확신을 갖는 것'을 의미하는데 어떻게 하면 '자신감 있는 겸손'을 갖출수 있을지에 대해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의 애덤 그랜트 교수는 3가지 방법을 제시 하였다. 첫 번째 방법은, '도전과 실패의 선순환 사이클 구축'이다. 도전과 실패를 공유하는 학습문화를 구축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 실패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시도하면,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춰 실패에 대해서도 보상을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도전적인 시도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또 이렇게 쌓인 실패를 포함한 모든 경험을 구성원들끼리 공유해, 모두가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리더가 도전과 실패를 직접 경험하고 이에 대한 전 과정을 공유하는 것은 조직의 장기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 뿐만아니라, 리더 자신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알고 있다는 확
결혼 전 특별히 내놓을 만한 조건이 없던 그 사람은 솥뚜껑 같은 손을 들이 밀며 자기를 믿어 달라고 했다. 미래의 대책도 없이 무엇 때문에 당당한지 그가 신임이 가지 않았다. 배짱 하나로 살아간다나 어쩐다나. 그렇게 우리는 만나 토끼와 거북이처럼 살아가고 있다. 오래 전 지난날을 회상한다. 연애시절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이 30분을 넘기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끝장 낼 참이었는데 또 늦다니……. 부아가 치밀었다. 일찍 와서 먼저 기다려도 시원찮은데 벌써 왔느냐며 미안하단다. 일방적으로 먼저 전화해서 만나 달라 사정해 놓고 번번이 늦게 와서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그 뒷말은 더욱 가관(可觀)이다. 가지고 온 돈이 없으니 차(茶) 값을 나보고 지불하란다. 생긴 얼굴이 두꺼워 어릴 때 별명이 두꺼비였다고 하는데 참 염치없는 사람이었다.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 만났던 것이 평생 인연이 되어버린 우리 사이. 그 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막무가내로 만나달라고 졸라댔다. 그 당시 나는 대그룹 경리과에 근무했고 독신을 선호(選好)하는 사람이었다. 또한 남자에게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해 그 흔한 연애 한 번 하지 못 했다. 어떤 이는 결혼을
전시장 입구에 노숙자가 누워있는가 하면 말(馬)의 시체가 허공에 매달려 있다. 낯설고 어둡고 음울하다. 그런가 하면 고흐의 '구두'를 연상케 하는 낡은 부츠속에 한 생명이 자라고 있다. 죽음 같은 어둠과 살아있는 생명. 헌데 천정 높은 곳에 소설 '양철북'을 연상케 하는 한 소년이 양철북을 두드리고 있다. 이게 뭐지? 사방을 둘러봐도 어리둥절이다. 여기저기에 박제된 비둘기들, 교황이, 히틀러가 등장하고 냉장고 속에 어머니가 웅크리고 있다. 2023 올해 가장 뜨거운 전시란다. 현존하는 이탈리아 설치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의 주제는 'WE'이다. 리움 미술관은 카텔란의 작품에 대해 "무례하고 뻔뻔한 진실을 직시하게 하고 우리 인식의 근간을 순식간에 뒤엎어 버렸다"고 소개한다. 정말 그랬다. 카텔란이 누구인지 몰랐던 사람들은 1억500만 원 짜리 바나나를 전시했다면 엥? 바나나가 무슨 작품이 되며 왜 그렇게 비싸라며 어이없음과 의아함을 표출할 것이다. 카텔란의 작품은 그렇게 어이없고 기발하며 생뚱맞은 발상으로 다가왔다. 별 성의 없이 벽에다 공업용 테이프로 바나나를 붙여 놓은 게 작품이라니 어이가 없다. 일반적인 일반 상식으론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 봉사로 가는 방문 수업을 마치고 대상자와 같이 집 밖으로 나왔다. 태국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인데 매년 태국 고추와 여러 종류의 채소를 심어 친구들에게 판매도 한다. 집 옆에 있는 작은 비닐하우스 안의 모종들을 빨리 심어야 하는데 날씨가 추워서 밭으로 옮겨 심지 못한다고 했다. 작년에도 고추를 늦게 심어서 수확이 많이 줄었는데 올해는 날씨 때문에 또 늦어진다고 걱정이다. 농사짓는 밭의 크기도 적지 않았고 직장을 다니는 남편 대신 혼자 하는 일이라 쉽지 않을 텐데 일하는 것은 두렵지 않다며 친환경으로 열심히 농사를 짓는다. 태국 고추의 종류가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처음 보는 채소와 요리 방법도 새로웠다. 눈썰미가 좋아서 뭐든 한 번 알려주면 잘 기억하고 내게도 태국의 채소를 소개하며 먹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도 알려준다. 집 주변을 돌아보면 다 그녀의 일거리들이지만 내 눈에는 평화로운 시골 풍경이다.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로 설명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예쁘게 핀 꽃들을 구경하는데 비탈진 밭둑 군데군데 소복하게 올라온 쑥 무리에 눈길이 머물렀다. 외진 곳이라 공기도 깨끗한 곳이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같이 밭둑에 난 쑥을 삼십 분
[충북일보] 전국 곳곳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요구 목소리가 끊임없다. 충북에서도 다르지 않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30일 청주시청 임시청사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이 자리서 "충북은 '장애인 이동권 꼴찌'라는 수식어를 떼지 못하고 있다"며 "도청 소재지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다른 시·군의 모범이 돼야 할 청주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저상버스와 계단버스의 혼합배차로 저상버스가 언제 올지 예측하기 어렵고, 정류장 시설 미비 등으로 실효성이 낮다"며 "외곽지역은 저상버스 예외노선"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별교통수단인 해피콜 법정대수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저녁시간과 주말, 공휴일은 감차 운행해 대기시간이 1시간을 훌쩍 넘는다"고 토로했다.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의 날인 지난달 20일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4·20 충북장애인차별철폐 공동투쟁단' 출범식을 가졌다. 이 자리서도 "장애인 이동권과 평생 교육권, 노동권 등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청주시는 지난해 기준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해피콜 차량 60대를 운영하고 있다. 오는 7월부터 개정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이 시행된
[충북일보] 윤건영 충북교육감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해외 방문을 마쳤다. 윤 교육감은 지난 19일부터 27일까지 7박 9일 동안 교직원 9명과 함께 스웨덴과 영국을 방문했다. 방문 기간 동안 스웨덴 국립과학기술관 탐방, 낙카교육청과 교류 협약, 영국 옥스퍼드·케임브리지대학, 대영박물관, 현지 학교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윤 교육감의 이번 순방은 충북 노벨 리더키움 해외 프로젝트의 하나였다. 자신의 공약인 '충북 글로컬 노벨 영재 리더키움 해외프로젝트', '노벨과학 리더키움 해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윤 교육감은 먼저 스웨덴 국립과학기술박물관 등을 방문했다. 이어 노벨 위원회 의학상·생리학상 위원장인 닐스 고란 라르손 교수를 만나 수상자 선정 과정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스웨덴 왕립공과대학 방문 뒤 교육정책·기후 환경 특강도 들었다. 현지 중·고 학교도 방문해 교육 과정도 비교해 봤다. 현지에서 낙카교육청과 학생, 교사 교류, 양 기관 교육 프로그램 협력 등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세계 10대 노벨상 수상국인 영국도 찾았다.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학을 잇따라 방문해 방문 목적을 되새겼다. 옥스퍼드대는 영국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인 T
겨우내 그려낸 천장 곰팡이 구름 아래로 그늘 없이 날아가는 어린 딸애의 비행기 벽화는 그냥 두고 간다 죽자고 올라서던 베란다 난간 위에 뜨던 달 그건 어차피 이 집에 들어올 때부터 있던 거다 부엌과 화장실의 근접, 강장동물처럼 구토와 배설을 식음과 혼돈했던 버릇은 잘 묶어 문가에 내논다 밤마다 여자의 얼굴에 푸른 절망을 새기던 304호 남자의 망치는 돌려주었나 짐을 다 싸고 306호의 늙은 여자가 준 무장아찌에 짜장면을 시켜 아들이 다녀간 날 요양원으로 떠난 그녀를 빈 그릇으로 내놓고 간다 그렇게 떠난다 그런데도 미어질 듯 용달은 흔들리고 집은 부동산이 아니다 ―시 「이사」 전문 이 시는 적잖은 전세살이를 한 필자가 한때 이사를 하면서 썼던 글이다. 전세를 살면서 늘 전세보증금을 잃을까 전전긍긍했던 기억이 난다. 근래 전세 사기로 젊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내려놓았다는 가슴 아픈 기사를 벌써 여러 번 읽었다. 사태가 커지자 며칠 전 전세 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법안은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정부가 경매와 공매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즉
현재 한국농어촌공사의 신입사원으로 계약업무를 맡고 있다. 계약업무란 공사, 용역, 자재를 발주하고 조달업체를 선정하는 등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공조달 업무이다. 그 과정에서 빠져선 안 될 서류가 있다. 바로 청렴계약입찰특별유의서와 청렴공정계약특수조건이다. 말은 어려워 보이지만 한마디로 계약당사자들에게 청렴하고 공정한 계약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규정이다. 비단 계약담당자뿐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 직원에게 청렴은 의무이다. 그렇다면 공공기관 직원에게 필요한 청렴이란 무엇일까? 좁게는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지도, 제공받지도 않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직원 개인이 사적인 이익을 얻지 않더라도 각 민원인에게 공평하지 않게 업무를 처리한다면 그 직원은 결코 청렴하다고 할 수 없다.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임에도 이를 외면하는 직원 역시 청렴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필자는 넓은 의미의 청렴은 '스스로 마음에 거리낌이 없이 자기 직분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매일 각 업무 단계마다 규정을 살피고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특히 신입사원인 만큼 내가 모르기 때문에 놓치고 있는 나의 역할 없는지 경계하고 있다. 우리 지사 직원들 역시
5월은 계절의 여왕으로 군림한다. 일 년 중 가장 날씨가 좋고 청명하며, 수려한 자연환경을 과시하기 때문에 붙여진 명예일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1980년 5월을 회상하는 일이 즐겁고 기쁘지만은 않다.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항쟁은 강원도 모 사단 군 복무 중에 발생하였다. 내무반에서 손바닥만 한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쏟아지는 긴급 속보와 뉴스는 광주에서 폭동이 발생하였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군부대가 투입되었다는 장면들을 선정적으로 보도하였다. 외부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군 조직 문화 때문에 그 소식을 그대로 접하면서 광주는 폭도들에 의한 무법천지가 되었음에 치를 떨며 빨리 사태가 진압되기만을 고대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내가 근무하던 대대는 1년 365일 훈련과 교육이 일상 업무였다. 그런데 갑자기 상부의 지시라며 모든 일상 업무를 중단하고 시위 진압 훈련을 받게 되었다. 단독군장에 대검까지 착검하고 진형을 갖춰서 앞으로 전진 하는 훈련은 참으로 생경하였지만 전국으로 확산하는 불법 소요가 신속히 진압되어 우리의 일상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모두 열심히 훈련에 임하였다. 한 달 여의 훈련 끝에 우리 대대는 강원도
환경은 삶과 직결되므로 환경에 대한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므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환경이 오염되고 파괴되면 그 악영향은 고스란히 인간에게 되돌아오며 지속 가능한 삶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인간은 자신의 자연 지식과 법칙을 밝혀냄으로써 자연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었다. 나아가 자연에 대한 지배와 자연으로부터 획득한 물질적 풍요를 공동선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자연스럽게 자연을 물질적 대상으로 인식하여 자연과 인간의 상호 관계성을 간과, 무시하는 이원론적 세계관을 확립하게 되었다. 이 이원론적 세계관은 물질 개발주의와 결합하여 자연을 최대한 분석하고 조작, 응용하려는 기계론적 세계관을 팽창시켜 자연 파괴를 가속했다. 환경과 관련하여 지구 온난화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구 온난화란 온실 효과를 말하는데 지구 대기 중에 포함된 수증기나 이산화탄소와 같은 대기 성분이 지구에 도달한 태양 에너지가 외부로 복사되는 것을 차단하여 지구 온도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온난화'라는 순화된 표현과는 달리 폭서와 가뭄, 예측 불가능한 태풍과 홍수를 몰고 오는 기후 재앙이다.
[충북일보] 이차전지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충북을 포함해 전국의 5개 지역이 이차전지 특화단지 선정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정 결과는 다음 달 말 발표 예정이다. 유치 열기는 아주 뜨겁다. 울산시는 정부 종합 심사에서 울산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여론전을 펴고 있다. 경북은 경북대로 포항의 강점을 부각하고 있다. 전북도는 이차전지 기업이 선호하는 새만금 산업단지를 홍보하며 맞불 작전을 펼치고 있다. 충북도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충북은 이차전지 산업으로 국내 최상위 성과를 내고 있다. 정부의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에서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 2월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신청했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일단 전력 용수 등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연구·개발 등을 위한 천문학적인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인허가 신속 처리, 각종 부담금 감면 등의 각종 혜택도 제공받게 된다. 세제 지원 혜택 등을 통해 기업의 대규모 투자도 유도할 수 있다. 특화단지는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3개 분야로 구분된다. 전국 지자체 15곳이 반도체 특화단지를 희망했다.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전에는 충북
하얀 도화지에 불 먹은 인두가 생명을 불어 넣는다. 국화가 피어난다. 중국 당대 최고의 시인 도연명(365~427)이 노래한다. 採菊東籬下 ·然見南山(채국동이하 유연견남산) -동쪽 울타리 아래서 국화를 따다 물끄러미 남쪽 산을 바라보네- 열린공방 낙화장(烙畵匠) 5번째 공개 시연 행사가 지난 4월 보은 전통공예체험학교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국가무형문화재 낙화에 대한 이해와 낙화장 김영조의 삶을 들여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낙화(烙畵)는 불에 달군 인두를 이용해 종이, 나무, 가죽 등 표면에 그림이나 문양 등을 표현하는 한국 전통 예술이다. 이러한 기능을 가진 사람을 '낙화장'이라 부른다. 김영조 낙화장(71)은 시연에 앞서 "보은 문화예술관계자를 초청하여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편하게 진행하려 준비했다"고 취지를 설명하며, 낙화가 국가무형문화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충남 부여가 고향인 낙화장은 독립운동가인 조부모와 정치가인 아버지 때문에 경제적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밥 먹은 기억보단 도토리 먹은 기억이 많다'는 그는 고 3때 아버지를 여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학생 김영조는 '낙화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는 나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의 삶의 궤적을 알고 대화하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은 외향적이며 상냥하고 붙임성도 좋지만, 가끔은 내향적이고 다른 사람을 경계하며 마음을 드러내지 않을 때도 있다. 당신은 현실을 따지는 현실적인 사람이지만, 조용할 때 가끔 비현실적인 것을 상상하기도 한다.' 이런 결과를 접하면 이것은 마치 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성격유형검사의 결과는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자신에게 해당하는 듯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자신의 성격, 행동유형과 조금이라도 유사하면 '자신이 이야기'라고 여긴다. 과도한 일반화가 발생한다. 이러한 심리 현상이 바넘 효과(barnum effect)이다. 영화 에서 소개된 것처럼 곡예단 흥행에 관련된 일을 하던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P. T. Barnum)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람들의 성격 혹은 심리적 특징을 마치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으로 인지하는 것이 바로 바넘 효과이다. 사람들이 느끼는 정서 상태는 비교적 오랜 기간을 거쳐 일관성을 보이게 되는데 '나는 어
오월 찔레 향기에 아찔한 날, 괴산에서 청주 문의(文義)까지 오늘 참석하는 시화전행사에서 할 축사를 즐거운 마음으로 연습하며 당나귀처럼 봄길을 달렸다. 국도 따라 가는 길가에 노랗고 하얀 풀꽃들이며 흐드러지게 핀 작약에 눈이 호사스러웠다. 문의(文義)란 고장 이름이 의를 위하여 글을 쓴다는 뜻이라고 한다. 지명에 이런 인문학적 상상력이 투영되어 있는 곳에 가서 글(文)을 이야기한다는 게 무슨 매치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이 행사에 초대받은 계기가 있다. 내 첫시집을 받아본 시인이 나를 기억하게 되고 문단모임에서 회원으로 서로 처음 얼굴을 보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가 주관하는 문학단체의 시화전행사를 위해 나한테 축사를 부탁한 것이다. 나는 그 제의를 받고 기분이 좋아 덜렁 승낙을 했더랬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듣는 자리에서 인사말이나 축사 등을 하려면 준비를 해야 하기에 미리 원고를 써서 보였더니 너무 마음에 든다 해서 또 기분이 좋았다 어린애처럼. 행사장에는 회원들이 애써 써 낸 작품들이 봄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다양한 소재로 순수한 감정과 깊은 생각이 깔린 연륜이 묻어나는 글들이 두루두루 마음에 와 닿았다. 회원 대부분이 같은 지역에 살
[충북일보] 청주시가 심야시간대 주거지역 이륜자동차 소음 단속 기준을 강화하고 기준 위반 대상자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시는 1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심야시간대 배달 소음 민원이 폭증함에 따라 이륜자동차 배기소음을 95데시벨(db)로 제한한다"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이동소음원 규제지역 개정안'을 다음달 10일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 포함된 이동소음원 규제지역은 △주택법상 공동주택 부지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50m 이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전용·일반·준주거지역이다. 해당 지역에서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배기소음 95dB을 초과한 이륜자동차 운전자들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는 단속 기준 강화와 함께 소음경감 유도책도 병행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시는 소음기 구조변경 원상복구 검사수수료 지원, 배달대행 사업장 협약 및 컨설팅 등을 통해 고소음 이륜자동차 소유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심야시간대 배달 소음 민원이 폭증함에 따라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청주 오창에 본사를 둔 ㈜에코프로가 청주·포항에 이어 서울로 전략적 분사 체계를 실시했다. 이차전지 주요소재 양극재 생산 기업인 에코프로는 IR·영업분야 활동에 적합한 활동을 어나가고자 그룹사 전략기획본부를 충북 오창에서 서울 강남으로 이전했다고 1일 밝혔다. 전략기획본부에는 산하 경영기획·재무기획 조직 임원과 직원 10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은 서울로 근무지를 옮기게 됐다. 기업 IR활동과 재무·금융, 해외 영업 활동 등이 서울권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업무 연관성이 높은 지역으로 배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최근 에코프로의 급격한 성장·확장으로 인한 대규모 인재 채용도 분사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기준 69명이던 에코프로 임직원 수는 2023년 1분기 기준 130여 명이다. 에코프로는 지난 3월 올해 신입·경력직 사원 1천 명을 새로 채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눠 각각 100명의 신입 사원 공채와 800명의 경력직 수시채용을 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인력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기존의 본사 사무실로는 공간이 부족해진 부분을 이번 서울 분사를 통해 일부 해결한 부분도 있다. 올해 에코프로
[충북일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국내 시장에 '콜라겐'이라는 이름 조차 생소하던 시절 장부식(60)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는 콜라겐에 푹 빠져버렸다. 장 대표가 처음 콜라겐을 접하게 된 건 첫 직장이었던 경기화학의 신사업 파견을 통해서였다. 국내에 생소한 사업분야였던 만큼 일본의 선진기업에 방문하게 된 장 대표는 콜라겐 제조과정을 보고 '푹 빠져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해당 분야의 첨단 기술이자 생명공학이 접목된 콜라겐 기술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분야였다. 회사에 기술 혁신을 위한 보고서를 일주일에 5건 이상 작성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던 장 대표는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 기업으로 선진 견학을 갔다. 정작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장 견학만 하루에 한 번 시켜주고 일본어로만 이야기하니 잘 알아듣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견학 때 눈으로 감각적인 치수로 재고 기억해 화장실에 앉아서 그 기억을 다시 복기했다"며 "나갈 때 짐 검사로 뺏길까봐 원문을 모두 쪼개서 가져왔다"고 회상했다. 어렵게 가져온 만큼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견학 다녀온 지 2~3개월만에 기존 한 달 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