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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1.18 16:30:06
  • 최종수정2017.01.18 16:30:06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북진나루에서 청풍으로 들어가기 위해 강을 건너려면 사람이 많을 때는 사공이 알아서 배를 대기도 하지만 사람이 적을 때는 200여m 폭의 강 건너편에 있는 배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는 사공을 불러야 했기에 흐르는 물소리 때문에 목소리가 작은 사람은 사공을 목이 터져라 불러도 허공의 메아리로 그치기 일쑤여서 시간이 바쁠 때는 조바심을 내며 나루터를 서성이곤 했던 것이다.

나루터에 앉아 청풍을 바라보면 푸른 물결과 100m가 넘는 폭으로 넓게 펼쳐진 자갈 백사장에 펼쳐져 있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수석들의 향연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북진 나루의 나무 그늘에서 사공을 기다리고 있노라면 강가에서 강물 쪽으로 불쑥 튀어나온 큰 바위를 볼 수가 있는데 큰 바위를 큰 가마바위라고 하고 조금 작은 바위는 작은 가마바위라고 부른다. 바위가 주민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유명해진 것은 바로 장마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강가의 도시라서 비가 많이 오면 수해를 입게 되기에 주민들은 장마에 예민하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큰 가마바위가 물에 잠기면 학생들의 등교가 금지되기에 아이들은 큰 가마바위가 물에 잠기면 환호성을 지르곤 했던 것이다.

이 가마바위는 그 모양이 가마솥의 모양이라서 가마바위라고 이름지었다고 전해지는데 강물에 침식되어 횡으로 층을 이룬 모습이 가마솥의 받침대와 닮은 공통점이 있기도 하겠지만 사실은 '가마솥'이 '큰 솥'의 의미로서 '가마'란 '크다'는 의미의 고유어인 '감, 가마, 검'에서 온 말로 '가마실, 가마리, 감실, 가막산, 거무실, 거미실, 개미실' 등으로 지명에 흔하게 쓰여온 말인 것이다.

따라서 가마바위는 '큰 바위'라는 의미로서 비가 오면 이 가마바위를 바라보며 수해를 예측하고 피해에 대비하기 위하여 이 곳에 올 때마다 가마바위를 보며 물이 어디까지 찼는지를 관심있게 바라보는 주민들의 모습과, 학교에 가기가 싫어서 가마바위가 물에 잠기기만을 학수고대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눈에 보이는 듯 선하다.

북진 나루에서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 넓은 자갈 백사장을 가로질러 걸어오면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이 팔영루라는 누각이다. 북진 나루에서 읍내로 가자면 팔영루의 옆을 돌아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충주에서 오는 길은, 황석나루를 건너 오는 길과 만나서 청풍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버스는 팔영루 옆을 돌아서 가지만 도보로 가는 주민들은 빠른 길로 가기 위해 팔영루를 통과하여 오게 된다. 그런데 팔영루를 통과하다 보면 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낮고 좁아서 옛날에는 말을 타고는 통과할 수가 없어 말에서 내려 지나가야 했다고 하며 수레 1개가 겨우 통과할 정도의 문인데 천장에 호랑이 그림이 있어서 호랑이의 위엄을 올려다 보며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 낮에 통과하는 사람들은 호랑이가 잘 보이지만 저녁때가 되면 호랑이가 잘 안보이기에 하루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날이 얼마나 저물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팔영루(八詠樓)는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되었으며 '남덕문(覽德門)'이란 현판이 걸려있는 것으로 보아 옛 청풍부(淸風府)를 드나드는 관문(官門)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처음 지은 시기는 알 수 없으나, '팔영루사적비(八詠樓史蹟碑)'를 보면 숙종 28년(1702)에 부사 이기홍(府使 李箕洪)이 현덕문(賢德門) 자리에 중건하고 '남덕문(覽德門)'이라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 당시에는 '현(賢)'과 '람(覽)'을 잘못 표기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덕을 널리 바라보며 펼친다'는 의미를 부여했겠지만 오늘날 한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남덕문(覽德門)'을 보며 '현덕문'이라 읽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고종 때의 부사 민치상(府使 閔致庠)이 다음과 같이 청풍8경(淸風八景)을 노래한 팔영시(八詠詩)를 짓고 팔영루(八詠樓)라는 현판을 걸면서 팔영루(八詠樓)로 널리 불리게 되었던 것이다.

"淸湖眠鷺(청호면로) 맑은 호수에 백로가 졸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고 / 尾島落鴈(미도낙안) 섬 끝에 기러기 내리는 모습이 일경이라 / 巴江流水(파강유수) 유유히 흐르는 물에 파도가 장관이요 / 錦屛丹楓(금병단풍) 비단 단풍을 두른 듯한 금병산 단풍이 절경이라 / 北津暮煙(북진모연) 북진나루에 저녁연기 피어오르는 것이 일품이요 / 霧林鐘聲(무림종성) 안개숲 속에서 들려오는 새벽종 소리가 좋고 / 中夜牧笛(중야목적) 들 가운데서 목동들의 피리소리가 유명하며 / 飛鳳落照(비봉낙조 비봉산 해떨어질 무렵 일몰이 장관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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