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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8.09 13:26:32
  • 최종수정2017.08.09 13:26:40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제월리(霽月里)는 괴산읍 동부에 위치하는 농촌마을이다. 본래 괴산군 이도면(二道面)의 지역으로서 둥근 산이 갯가에 외따로 떨어져 있으므로 개다리라 하였는데 이를 한자로 제월(霽月)이라 표기하였다고 전해진다. 또한 산수가 아름답다고 하여 산수동이라고도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대덕리(大德里) 일부를 병합하여 제월리라 하여 괴산읍에 편입되었다.

자연 지명을 한자로 표기하는 조상들의 지혜를 보면 유머와 위트가 넘쳐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개다리'라는 지명을 한자로 표기하는데 있어서 '다리'는 '달'의 의미로 보아 '월(月)'로 표기하였으나 '개'의 의미를 정확히 알 수가 없어 고심을 한 듯하다. '개'를 '견(犬)'으로 의역하기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개'라는 음을 그대로 두고 음역한다면 아무리 좋은 의미의 한자를 쓴들 입에서 부르는 음은 '개'이므로 '날씨가 개다, 비나 눈이 그치다'라는 의미의 '제(霽)'로 표기함으로서 날이 개어 달빛이 환하게 비치는 '제월(霽月)'이 되었으니 얼마나 시적이고 재미있는 표현인가·

그러면 '개다리'라는 이름은 원래 무슨 의미를 가진 말일까·

황해남도 배천군 향정리 개울 기슭 다리목에 있는 마을 이름이 '개다리'인데 '개'와 '다리(橋)'가 전혀 관련이 없으므로 개울물에 사는 게를 연상하여 하여 한자로 '게의 다리 마을'의 의미로 해교동(蟹橋洞)으로 표기하였다.

옛날에 많이 쓰던 개다리 소반(---小盤)은 상다리 모양이 개의 다리처럼 휜 작은 상을 말하는데 개상소반(-床小盤), 구족소반(狗足盤)이라 표기하는 등 개의 다리의 의미로 널리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개다리 소반은 글자 그대로 작은 상을 가리키는 것이며 상이 작다 보니 상의 다리도 작아서 원래는 '작다, 좋지 않다'는 의미의 '개'가 접두사로 붙어 쓰인 '개다리'인데 '개의 의미를 상실하게 되자 자연스럽게 '개의 다리'의 모양을 연상하게 된 것이다.

소설가 박경리가 쓴 대하소설 <토지>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개다리 출신이긴 해도 양반은 양반 아니가. 그 꼴 좀 보지· 이 마을에서 쓸개 빠진 놈 아니믄 그 사람을 양반 대접할 놈 하낫도 없다. 와 그렇노· 돈이 없인께 그렇지."

여기에서 개다리 출신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국어 사전에 보면 '예전에 총 쏘는 기술로 무과에 급제한 사람을 얕잡아 부르는 말'이라 설명하고 있으며 '개다리'라는 말이 다음과 같이 부정적인 말로 많이 쓰이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개다리상제'는 예절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되지 못한 상제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며, '개다리질'은 방정맞고 얄밉게 하는 발길질이나 체신없고 얄미운 짓을 이르는 말이다. '개다리 참봉'은 돈으로 능관직인 참봉 벼슬을 사서 되지 못하게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쓰인다.

오늘날 많이 쓰이는'개다리 춤'이란 말에는 '개의 다리'의 의미도 있겠으나 '막 추는 춤'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도 들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개'가 '개(犬)'과 음이 같아서 부정적인 말로, 나아가서는 상스러운 욕으로까지 의미가 변하게 되었으나 사실은 '작다, 조금 못하다'는 의미로 쓰이던 순수한 우리말인 것이다.

괴산의 '개다리'는 '제월(霽月)'이라는 이름으로 승화되어 재탄생하였지만 '개'를 그대로 두고 '다리'만 '월(月)'로 표기된 지명도 경기 화성시 양감면 대양리의 '개월', 충남 홍성군 홍동면 월현리의 '개월', 제주도 제주시 봉개동의 '개월이오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의 '개월촌' 등을 들 수가 있다.

'개다리'의 '다리'가 '교(橋)로 표기하지 않고 '월(月)'로 표기한 이유는 괴산의 제월리에서 찾을 수 있다. 제월리에 '갯들'이라 불리는 들판이 있는데 한자로 개평(開坪)이라 표기한다. '들'의 의미는 분명하므로 '평(坪)'으로 표기하였으나 '개'는 의미를 알 수가 없어 음만 표기한 것을 볼 수가 있다. 이 '갯들'의 옛 이름이 '개다리(개달이)'였고 '달'의 음을 의역하여 '월(月)'로 표기되었으나 '다리(달)'의 의미가 '들판(坪)'이었음을 '갯들'이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월리(霽月里)와 '개다리'와 '갯들'은 '작은 들판'의 의미로서 결국 같은 곳을 지칭하는 같은 의미의 이름으로 볼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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