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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BTS의 '진'이 입영을 한다는 소식에 세간이 들썩인 적이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병역문제는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일정기간 동안 사회생활의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이겠지요. 마침 어느 월간잡지에 유학 중인 어느 젊은이가 자신의 병역 의무 수행에 대해 진솔한 글을 썼기에 소개합니다.

마음이 고귀한 이 젊은이는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났습니다. 열심히 공부해 워싱턴에 위치한 최상위권 명문 사립대인 조지타운대 외교학부를 졸업했죠. 곧바로 하버드대 로스쿨에 입학할 예정이었는데 돌연 입학을 유예하고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곤 군에 입대해 육군 병사로 복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며 국민들이 군인들에게 보내는 무한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병원이나 구청 같은 공공시설은 물론 극장이나 카페처럼 일상적인 공간에서도 참전용사를 만나면 "당신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Thank you for your service)"라는 말로 고마움을 전하는 모습을 수시로 만났던 것입니다.

당연히 그 나라의 국가정책은, 군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사회적 여론이 그러하니, 현역 군인이나 제대 군인을 우대하는 쪽으로 이어졌겠지요. 젊은이는 그들의 대우가 개선되어 실질적인 복지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입대시기를 고민했습니다. 때문에 적절한 시기가 오면 늦지 않게 한국으로 돌아와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마음을 다졌습니다.

결심의 시기는 바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입대할 결심을 알리자 그 반응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축하한다" "국방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아 고맙다"는 말 대신 "왜 굳이?" 하며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한국 국적을 가졌지만 미국의 영주권자인 그에게 군 복무를 추천하는 사람은 손을 꼽을 정도였거든요. 특히 또래의 젊은 남성들이 군 복무가 명예롭다거나 자랑스럽다고 인식하기보다는 학업이나 경력에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어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젊은이는 주변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평소 동경하던 군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예정대로 군 입대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10여 년의 미국 생활을 뒤로하고 고국으로 돌아왔을 때 공항 입국장에서 그를 처음으로 반겨준 사람들은 다름 아닌 육군 장병들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육군'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조끼를 입은 그들은 입국하는 내외국인들에게 코로나와 관련한 각종 지침을 알리거나 휴대전화의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도와주는 등 영어와 중국어는 물론 베트남어와 러시아어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대민봉사에 앞장서고 있었습니다. 순간 그는 입대를 결심하고 돌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가 이전에 전해 들었던 군 생활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에 안심이 되기도 했고요.

국가가 필요로 할 때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봉사활동을 하는 군인들의 모습이 실로 멋지고 존경스러워 보였던 것입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공항을 오가는 국민들에게 위안과 신뢰를 주는 것은 물론 외국인들에게 대한민국의 얼굴이 되어 친절하게 선진 방역 체계의 첫 단추가 되어주는 그들이 너무도 자랑스러웠던 게지요. 그러한 모습을 보며 젊은이는 '그래, 나도 저렇게 내가 가진 능력을 통해 더 유의미한 군 생활을 해야지'라는 각오를 새겼습니다.

그렇게 그는 대한민국의 육군이 되었고, 강원도에서 신병생활을 몇 개월 거친 후 바람대로 인천국제공항으로 파견되어 나머지 기간을 통역병으로 근무하며 병역 의무를 마쳤고, 지금은 다시금 유학의 길에 올랐습니다. 글을 읽으며 요즘 세상에 이런 젊은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라워 오랜 시간 흐뭇함에 젖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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