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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자주, 아니 가끔이라고 해야겠군요. 별 과오도 없이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매도당한 뒤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자신이 안타까워 뒤돌아 후회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를테면, 이편에서 별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저편에서 몰아붙일 경우 멍청하고 우둔하게 대응해 놓고는 시간이 흐른 뒤 가만 생각해 보면 자신이 별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당했다 싶어 시나브로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면서 바보 같이 여겨져 울분을 토하며 몸부림치는 경우 말입니다.

 그러한 것들은 뇌리에서 지워지지도 않은 채 기억 속 깊이 가라앉아 있다가는 시시때때로 떠올라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들곤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오욕의 상처를 선물한 상대방에게 증오와 함께 저주를 퍼붓기 마련이지요. 어찌 보면 한심하고 어찌 보면 졸렬한 보복이 아닐까 싶네요.

 지난해 봄에 농장에 심은 와송이 겨울을 제대로 나지 못하고 대부분이 얼어 죽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태 전엔 너무도 무성하고 싱싱하게 자라 항암효과가 있다는 그것들을 수시로 즙을 내어 먹었기에 안타깝더군요. 해서 당초의 구입처에 다시금 모종을 신청했습니다. 며칠 후, 모종이 도착했는데, 얼씨구, 이건, 그늘진 시루에서 자란 콩나물처럼 연약하고 비리비리한 것이 도무지 와송 노릇을 할 것처럼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바로 회사의 홈페이지에 시들시들한 와송의 모습을 찍은 사진과 함께 불만사항을 적어 올렸습니다. 이튿날 그곳에 근무하는 여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피해자인 소비자를 달래는 것이 아니라 적반하장격으로 핏대를 세우며 목소리를 높이더군요. 어이가 없어 필자도 마주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마지막엔 무엇을 원하느냐고 묻더군요. 불량제품을 약점으로 잡아 일확천금을 노리는 소비자 취급을 당한다 싶어 아무 것도 원하는 것이 없다고 소릴 쳤습니다.

 그렇게 상황은 일단락되었습니다. 헌데 뒤돌아 가만 생각하니 튼튼한 모종을 다시 보내달라고 요구했어야 마땅한 일인데 흥분하다보니 없던 일로 만들어버린 자신이 한심하게 생각되더군요. 예의 없는 여직원 때문에 공연히 손해를 보게 되었다 싶어 뒤늦게 상대방에게 두고두고 험구를 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요.

 오년 전쯤으로 기억됩니다. 막내가 갑자기 복통이 심하게 와 급히 병원을 찾았습니다. X선 촬영을 한 뒤 정밀검사를 위해 소변채취를 요구하더군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아이는 긴 시간을 두고 소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일부러 많은 양의 물과 음료를 마셨지만 심리적인 영향 때문인지 소변이 나오지를 않았던 것이지요. 초조한 시간이 자꾸 흘러 기다리다 못해 원장실로 들어갔습니다. 찍은 사진을 분석했을 것으로 여겨져 정중하게 복통의 원인을 물었습니다. 필자와 비슷한 연배로 여겨지는 원장은 필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그러니까 지금 검사를 진행하고 있잖아"하고는 대뜸 반말을 하더군요.

 화가 치솟았지만 참았습니다. 아직 아이의 복통에 대한 진단이 나오지 않았기에 불이익이 생길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지요. 헌데 필자는 그날 병원을 나올 때까지 원장에게 마음속의 말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이를 바드득 갈면서도, 참자, 했던 것이지요. 그리고는 돌아와 울분을 토했습니다. 바보처럼.

 두 가지의 사례만 들었지만 기억 속을 뒤지다 보면 이러한 경우는 수도 없이 많을 것입니다. 공격적인 상대방에게 즉각 대응하지 못해 후회스러웠던 경험 말입니다. 하지만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하면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선현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싶습니다. 마주 언성을 높이다 격해져 사건을 만들기보다는 이 사회를 지키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조용하게 생활하면서 걱정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도 현명한 삶(?)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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