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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소설가·전 단양교육장

한 영화감독이 사막 한가운데에서 영화를 찍게 됐습니다. 영화 촬영이 한창 진행되던 어느 날, 어디선가 늙은 인디언 한 명이 찾아와 말했습니다.

"내일은 비."

그 다음 날, 정말로 비가 내렸습니다. 일주일 뒤 인디언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내일은 태풍."

다음 날, 정말 태풍이 불어와 촬영을 못했습니다. 감독은 조감독에게 말했습니다.

"그 인디언, 정말 대단한 사람인데…그 사람에게 돈을 주고 계속 날씨를 알려 달라고 해야겠어."

그 뒤, 인디언은 몇 차례에 걸쳐 돈을 받고는 날씨를 알려 줬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 며칠째 인디언이 나타나질 않았습니다. 감독이 조감독에게 말했습니다.

"그 인디언, 요즘 왜 안 나오지? 내일 중요한 촬영이 있으니까 날씨를 꼭 좀 알려 달라고 해."

조감독이 인디언을 찾아가 날씨를 묻자 인디언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몰라. 라디오가 고장 났어."

누군가가 지어낸 이야기겠지만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의 많은 현상들은 때때로 이처럼 엉뚱한 곳에 신뢰의 근거를 둠으로써 엉뚱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한동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구원파 교주 유병언 사건이 이를 잘 웅변합니다. 검찰과 경찰이 그를 잡기 위해 현상금을 거는 등 전국적으로 북새통을 떨었지만, 어이없게도 그는 참사가 발생한 지 98일 만에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패된 시신의 모습으로 발견되어 모두에게 허탈감을 선물했습니다.

온 국민이 그를 잡기 위해 그동안 매진해왔던 수고는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고, '첨단 수사 방식을 동원해 유병언을 체포하겠다'며 호언장담하던 검찰과 경찰은 졸지에 헛발질의 명수로 낙인찍히고 말았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장소에서 허망하게 세상을 등진 채 구더기의 먹이가 되고 있던 그를 해외 도피 어쩌고 하면서 '난리 부르스'를 치던 정부와 언론을 생각하면 지금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천안함 침몰 사건 때에 있었던 유언비어들도 뭇사람들의 억측을 유도하기 위해 기를 썼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북한 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되었다는 정부의 발표가 자작극이 분명하다느니, 천안함 침몰이 미 해군의 소행이 분명한데 이를 은폐하기 위해 북한에게 뒤집어씌웠다느니, 뻔한 거짓말을 일삼던 인사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쓴웃음이 지어집니다.

광우병 괴담은 또 어떠했습니까? 광우병이 라면스프, 화장품, 생리대, 심지어 공기로도 전염된다는 황당한 거짓말에 속절없이 말려들어서는 어린 여학생들이 '뇌 송송, 구멍 탁'을 부르짖으며 '열여섯 살밖에 못 살았다'고 울부짖었던 게 불과 7년 전입니다.

살펴보면 세상은 허망의 극치입니다. 사건만 터졌다 하면 수많은 전문가들이 나서서 제 나름의 이론을 펼치며 사태를 추이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고 나면 지극히 추상적인 근거를 가지고 억측을 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 와중에 국민들만 농락을 당합니다. 때문에 인디언의 날씨 예보 이야기가 자주 생각나는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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