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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소설가, 전 단양교육장

사우나에서 모두들 옷을 갈아입느라 정신이 없는데 휴대폰의 벨이 울렸습니다. 옆에 있던 한 남자가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들었습니다. 휴대폰의 성능이 워낙 좋아 옆에서도 상대방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통화 내용이 모두 들렸습니다. 휴대폰 저쪽에서 소년으로 보이는 목소리가 말했습니다.

"아빠, 나 게임기 사도 돼·"

휴대폰을 든 남자가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어, 그래."

"아빠, 나, 신형으로 골라도 되는 거지·"

"그럼!"

"아빠, 아빠, 이참에 나 새로 나온 컴퓨터까지 사도 돼· 게임을 하려면 속도가 너무 늦단 말이야."

옆에서 듣기에도 컴퓨터까지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남자는 명쾌하게 허락을 했습니다.

"너 사고 싶은 것 다 사."

"야, 신난다. 인터넷으로 지금 주문한다·"

"알았어."

아이의 부탁을 모두 들어준 뒤 전화를 끊은 남자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외쳤습니다.

"이 휴대폰의 주인, 누구세요·"

다음 이야기.

어떤 남자가 이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삿짐의 정리가 다 끝나기도 전에 정전이 되었습니다. 그가 양초와 성냥을 겨우 찾았을 때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열어보니 한 아이가 서 있었습니다.

"아저씨, 양초 있으세요·"

그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이사 온 첫날부터 나에게 양초를 빌려달라고 하다니…. 만일 지금 양초를 빌려주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것저것 빌려 달라고 할 거야.'

남자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얘야. 우리 집에는 양초가 없단다."

문을 닫으려는 순간, 아이가 말했습니다.

"아저씨, 이사 온 첫날부터 정전이 되어 불편하실까 봐 제가 양초를 가지고 왔어요."

아이는 양초 2개를 그에게 내밀었습니다. 차마 남자는 아이의 맑은 눈망울을 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두 가지 이야기 중 분명 후자의 경우가 선심(善心)입니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가 선심으로 둔갑하여 횡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선심의 경우 횡액을 불러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원장을 맡으면서 여러 가지 칼바람을 불러왔던 김상곤 씨가 잠시 머물렀던(?) 경기도교육감 시절 도입한 무상급식이 예산 부족으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몰아오고 있습니다. 예산을 사이에 두고 광역자치단체와 광역교육청간에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입니다.

충북에서도 예외없이 작년부터 시작된 신경전이 평행선을 이루더니 결국 파국을 맞을 낌새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 쓰듯 도입한 정책이 예산 부족이라는 암초를 만나 표류하게 된 것입니다.

불교에서 선심은 '자기 스스로와 남에게 부끄러움,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 없는 마음'이라고 정의됩니다. 선심의 진의(眞義)가 되풀이 상기되는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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