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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청주 성화초 교장·소설가

혜민 스님이 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읽노라면 선배 스님이 들려주었다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집을 직접 지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법당 공사를 하던 중에 지붕의 기와를 올려야 하는 시점이 오니까 이상하게도 제 눈에는 어딜 가나 가정집이든 절이든 지붕 위에 있는 기와들만 자꾸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그 다음엔 또 마루를 깔 때쯤 되니까 이번엔 가는 곳마다 마루만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어딜 가나 그곳 마루의 결이나 색깔, 단단함 같은 것에만 눈길이 가더라고요. 그런데 이 사실을 제 스스로 자각한 순간 작은 깨달음이 있었어요. 세상을 볼 때 우리는 이처럼 각자의 마음이 보고 싶어 하는 부분만을 보고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점이었어요. 우리에게 보이는 세상은 온 우주 전체가 아니라, 오직 우리 마음의 눈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한정된 세상이라는 걸 새삼스레 발견하게 된 것이지요'

이번에는 고려 말부터 조선 초에 이르기까지 우의정과 좌의정을 역임하면서 조선 전기(前期)의 문화 창달에 크게 기여한 맹사성의 일화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열아홉 살에 장원급제하여 스무 살에 군수에 오른, 뛰어난 학식을 지닌 맹사성은 젊은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올라 자만심으로 가득했습니다. 어느 날, 맹사성은 그 고을에서 유명하다는 선사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 생각하오?"

그러자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런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먼 길 온 내게 해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차나 한잔하고 가라며 붙잡았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찻잔에 찻물이 넘치는데도 계속 차를 따랐습니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치는 맹사성에게 스님은 말했습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부끄러웠던 맹사성은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다 문틀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답니다"

요즘, 지방선거에서 승리의 월계관을 쓰고 개선장군처럼 취임한 단체장들이 자신감에 넘쳐서는 각종 비전과 시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때맞춰 언론 또한 이들의 말과 행동을 앞 다투어 보도하며 의욕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너무 의욕에 넘쳐서는 자신의 마음이 기우는 부분만을 바라보며 사시(斜視)를 가지고 공무를 추진하여 대의(大義)를 그르치는 시행착오를 범하지나 않을까 싶어서, 또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후보자 시절의 고난은 물론 자신의 본분과 의무마저 잊어버리고는 기고만장하는 우(愚)를 범하지나 않을까 싶어서 두 가지 이야기를 소개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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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