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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코로나 19, 그 질긴 것이 아직도 우리 주변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그 녀석이 팔팔하게 살아 기승을 떨 무렵, 그러니까 온 국민이 코로나로 인한 각종 제약에 시달리며 신음할 무렵, 방역으로 생색을 내던 문재인 정부가 생각나는군요. K-방역 어쩌고 하면서, 주사기까지도 미사여구를 동원해 자화자찬하는데 일조를 했지요.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을 참 많이도 만들었습니다.

중국의 어느 지역에서 발생한 것이 분명한데 원망 한번 못했습니다. 원망이 뭡니까.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한다며 괴질 발생의 근원지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체로 조금도 거르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켜 종당에는 세계 1위 발생국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지요. 그게 그 잘난 K-방역의 결과인가 싶어 입 안 가득 욕설이 괴곤 했지만 참았습니다. 그 욕설을 듣는 사람은 곁에 있는 자신이라는 아내의 원망을 의식해.

어떻게 생각하면 발생국으로 여겨지는 나라가 원인제공자임을 부인하고, 그 나라의 큰 도움을 받고 있는 국제기구마저도 근원지를 찾는데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했기에, 더욱이 문 정부가 더 가까이 가지 못해 애달파 하던 나라이기에, 억지로 외면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괴질이 온 세상을 떠도는 동안 사람들은 두문불출했습니다. 필자 또한 예외 없었지요. 손주들을 자주 만나기에 특히 더 몸조심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신분증을 사용할 일이 없더군요. 하기는 세월 자체가 신분증이 없더라도 크게 불편할 일이 없긴 하지만.

가만 생각하니 몇 차례 용도가 있었습니다. 은행에서 정기적금이나 정기예금에 가입할 때, 또는 만기가 되어 찾을 때 그것을 내밀었던 기억이 있군요. 아, 보험사의 연금보험 수령 시에도 사용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송금되어 오지만 생존확인을 거쳐야만 지급받을 수 있어 주민등록증을 펴놓고 발급 받은 기관과 발급 받은 날짜를 알려주어야 했습니다. 연금보험이 네 가지가 있기에 한 해 동안 네 번은 되풀이 읽어야 했지요.

어느 날인가는 전화로 신분증의 사용 목적을 끝낸 뒤 그것을 차탁에 올려놓고 필자의 사진을 새삼스럽게 자세히 뜯어보았습니다. 퇴색했지만 제법 팔팔하더군요. 나이가 들고 보니 일주일은 물론이요 한 달이며 한 해가 찰나에 지나가버리는데 멈춘 시간 속에서 또렷하고 의지 있는 시선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세월이 화살촉처럼 빠르다 싶더군요. 살아온 날들, 그리고 그 시간 속에 녹아있는 희로애락, 소중한 추억, 후회스런 과오가 파노라마처럼 스쳤습니다. 특히, 생존확인을 목적으로 펼쳐 놓았기에 이승을 떠난 많은 사람이 생각나더군요. 부모님을 비롯해 친척은 물론이요, 가깝게 지내던 지인 몇도 기억 속에서 튀어나왔습니다.

필자의 권에 의해 수필가로 등단한 뒤 열심히 글을 쓰는 한편으로 등산까지 열심히 하며 건강을 돌보았지만 암이라는 괴물로부터 불의의 일격을 받아 책 한 권 출간하지 못한 채 서둘러 이승을 떠난 착한 친구의 모습도 떠올랐고, 생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게 심해 남과 잘 다투며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삶을 살았지만 병마를 극복하지 못한 채 바쁜 걸음으로 세상을 떠난 선배의 모습도 생각났고, 가족을 위해 주야 없이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피로가 겹쳐 어느 날 밤 갑자기 유언도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자영업자였던 지인도 생각났습니다.

회한에 잠기다보니 살아온 세월보다 살아갈 날이 짧기에 삶 앞에 참으로 겸손해지고 경건해지더군요. 때문에 여생을 큰 욕심 없이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겠다는, 이웃이며 지인들과 진솔하고 따스한 정을 나누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했습니다. 때 아닌 뒤돌아봄이며 각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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