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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가끔, 시간이 있을 때, 이를테면 잠이 쏟아져야 할 시각인데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온갖 상념들이 잠기운을 멀리 밀어내 마냥 뒤척거리고 있을 때라든가,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는 정원수가 가득한 공원의 벤치에 오순도순 모여 앉아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할머니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아파트에서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을 때, 어쩌자고 내 살아온 날들의 갈피갈피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누워 있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위험했던 순간들이 선뜻 상기되어 그 때를 되짚어보며 아찔함에 몸서리를 치곤 합니다.

필자의 신변이나 가족에게 닥쳤던 위험했던 순간들은 아무래도 젊었던 시절의 객기나 부주의가 원인이 되었을 듯싶은데, 어쨌거나 세월이 한참 지난 이쯤에서 생각해 보면 아슬아슬했던 그 순간들을 무사히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어떤 보이지 않는 힘, 즉 전지적이고 절대적인 능력자의 도움 덕분이 아닌가 싶더군요. 단순히 행운으로 돌리기엔 무언가 부족한 듯싶기 때문입니다.

가장 자주 떠오르는 장면은 운전 중 겪은 가슴 서늘했던 순간입니다. 2차선 도로의 고갯길을 오르는데 차량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밀리고 있었습니다. 늘어선 차량이 줄잡아 이십여 대는 되는 듯싶었습니다. 굽이굽이 돌아 오르는 고갯길의 저 앞쪽으로 시선을 주니 짐을 가득 실은 육중한 트럭이 제일 앞장을 선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허위허위 고개를 오르고 있더군요.

그런 상황임에도 모든 운전자들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 채 트럭의 꽁무니를 졸졸졸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헌데 필자는 어인 생각을 했던 것인지 느닷없이 객기를 발동해 중앙선을 넘어 앞차들을 추월하기 시작했습니다. 구불구불 도는 고갯길이어서 전방의 상황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였는데도 그처럼 미련스러운 짓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저단 기어를 놓고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으며 바람같이 달려 제일 앞선 트럭의 옆구리에 이르렀을 때였습니다. 나란히 달리던 트럭이 갑자기 세차게 경적을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덩치만큼이나 큰 소리로 울리던 트럭의 경적 소리는 도로 가장자리의 암벽에 부딪쳐 고막을 한껏 자극했습니다. 위급한 상황이 생긴 듯싶어 급히 전방을 살폈으나 커브길이어서 아무 것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액셀러레이터를 있는 힘껏 밟아 겨우 트럭의 앞으로 나섰다 싶은 순간 산더미 같은 물체가 바람처럼 곁을 스쳐갔습니다. 맞은편에서 오던 대형 트럭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찰나였습니다. 단 몇 초라도 지체했더라면 필자는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안도의 한숨을 몰아쉰 그 순간, 보이지 않는 힘이 생각났던 것입니다. 인간의 운명을 제어하는 거역할 수 없는 어떤 절대적인 힘. 위험을 감지하고 재빨리 경적을 울려 마주 오는 차에게 경고를 준 고맙고 착한 운전기사, 그로 인해 상황을 재빨리 간파하고 속력을 늦췄을 맞은편의 운전기사, 때문에 가까스로 생명을 구한 필자, 그러한 상황들이 맞물리는 사이에 어떤 전지적인 힘이 작용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후로, 당연히 필자의 운전 습관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안전 운전이며 방어 운전이 몸에 배었습니다. 웬만해서는 추월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혹여나 조는 듯한 차량이나 꼬리가 흔들리는 차량이 보이면 경적을 울려줍니다. 절대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생길지도 모를 위험한 순간에 미리미리 대비하고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위해, 그리고 필자의 운명을 연장시켜 준 절대자에 순응(?)하기 위해, 얌전하고 차분하게 도로 위의 상황에 몸을 맡긴 채 세월아 네월아 느긋하게 길을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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