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난폭 운전의 근원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최근 보복 운전으로 인한 법 처리 대상이 간혹 언론을 통해 소개됩니다. 터널에서 갑자기 차를 세우고 삼단봉을 휘두른 사건, 앞차의 운전자가 내린 상황에서 그대로 돌진해 운전자를 차로 밀어버린 사건 등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혀를 차게 합니다.

보복 운전은 분명 사라져야 할 사회악입니다. 하지만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해자들도 분명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경찰이 분석한 보복 운전의 가장 큰 원인은 '방향지시등 미점등'과 '경적'입니다. 경찰에 검거된 보복·난폭 운전의 상당수가 이 두 가지가 원인이라는 지적입니다.

방향지시등 미점등의 경우, 보복 운전의 유발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필자 자신도 운전을 하다보면 방향지시등 미점등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거나 신경이 곤두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에서 직진 차량인가 싶어 기다리다 보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반대편의 차량이 달려와 눈앞에서 급하게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하는 바람에 한참을 기다리던 필자의 입장에서는 저절로 욕설이 튀어나오기 마련입니다.

또한 외진 도로에서 많은 차량을 꽁무니에 매단 채 달팽이처럼 기어가다 어느 순간 아무런 신호 없이 골목으로 쏙 들어가 버리면 그때까지의 꾸물거림이 자신의 목적지를 찾기 위해 다수에게 피해를 준 것이 분명하기에 쫓아가 멱살을 잡고 싶은 심정이 되기 마련입니다.

손가락을 잠시만 움직이면 될 일을 귀찮다는 이유로 생략하는 바람에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그러한 행위가 괘씸해 때로는 블랙박스의 영상을 관련 기관에 보내 범칙금을 물릴까 생각도 합니다. 방향지시등 미점등의 경우, 도로교통법 제38조 1항 '방향 전환, 진로 변경 시 신호 조작 불이행'으로 인해 3만원의 범칙금을 물게 되기 때문입니다.

경적의 경우에도 원인행위자들에게 경각심이 필요합니다.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휴대폰을 조작하느라 미적거려 줄지어 서 있는 뒤의 차량들이 다음 신호까지 기다리도록 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차량이 밀리는 시내중심가에서 운전 중 통화를 하느라 '걸어가는 차량'을 대하게 되면 경적을 울리고 싶은 것은 당연한 심사이기 때문입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의 언론에서는 자주, 보복 운전이나 난폭 운전을 두고, 운전자들이 '욱'하는 마음에 그러한 행위를 저지르게 된다며 운전대만 잡으면 두 얼굴이 되는 사람들의 분노 조절을 위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소개합니다.

소낙비가 퍼붓고 있는데 모시옷을 곱게 차려입고는 대청마루에 앉아 한가하게 글이나 읽으며 마당에서 젖고 있는 살림살이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을 한량들이나 내뱉을 소리를 우유부단하게 쏟아냅니다. 길거리는 무법천지가 되어 가고 있는데 피부에 와 닿는 치유책은 내놓지 못하고 공자 왈 맹자 왈 허공을 휘젓는 격입니다.

보복 운전과 난폭 운전이 횡행하는 우리네 도로에서 이의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분명 '방향지시등 미점등'이나 '운전 중 휴대폰 사용' 등의 미세한 위법 행위의 근절입니다. '방향지시등 미점등'의 경우, 경찰에서 집중 단속한다니 기대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