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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아내와 함께 속초를 갔습니다. 세 시간이 넘도록 중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서울양양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를 차례로 달려 동해바다 쪽으로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는 반도 지형의 꼭대기에 자리한 리조트 내의 호텔에 짐을 풀었습니다.

먼저 발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가슴을 드러내놓고 깊은 심호흡을 했습니다. 미세먼지로 더럽혀진 몸이 리모델링되는 기분이더군요. 그렇게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호텔 인근의 조그만 포구인 외옹치항을 찾아갔습니다. 싱싱한 생선회를 먹기 위해서였지요.

수족관에서 펄떡거리는 생선을 네 마리 골랐습니다. 사람 좋게 생긴 50대의 여주인은 자신의 남편이 앞바다에서 직접 잡아 온 자연산이라고 강조했는데 그걸 믿을 바보가 어디 있겠습니까.

어쨌거나 아내와 함께 소주 한 병을 놓고 '앞바다에서 직접 잡았다'는 여주인의 믿기 힘든 말을 억지로 믿으며 만찬을 즐겼습니다. 억지로나마 가다듬은 생각 탓인지 잘근잘근 씹히는 생선회의 맛이 그럴 수 없이 고소하더군요. 특히나 입맛을 돋우었던 것은 매운탕이었지요. 달착지근한 국물이 입에 착 달라붙었습니다.

식사 후에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바다향기로'를 걸으려 했지만 출입문에 큰 자물쇠가 달려 있었습니다. 철책에 매달린 안내문에 의하면 군경계지역이어서 저녁 6시 이후에는 출입이 통제되더군요. 다음날 아침에 걷기로 마음먹고는 느린 걸음으로 호텔을 향했습니다.

이튿날 아침. 해님은 일출 시각이 훨씬 지난 뒤에야 해무 위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아침식사는 호텔 내의 식당에서 거금을 주고 바다를 내려다보며 우아하게 즐겼습니다. 식사 후 '바다향기로'를 잠시 걸었고요.

12시가 넘어 호텔을 나서 낙산사를 향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들른 그곳은 평일인데도 인파로 넘실거렸습니다.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는 전철을 공짜로 타는 노인인 '전공노'가 된 이후 처음으로 문화재관람료 3천원을 면제받았습니다. 의상대는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 바다를 지키고 있었고, 화재를 입었던 낙산사는 참화의 모습을 깨끗이 털어냈더군요.

낙산사를 나서 경포대를 향했습니다. 경포 해변에 차를 세운 후 백사장으로 들어서자 쪽빛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 살아오는 동안 열 번 이상 가본 그곳이지만 그날처럼 쪽빛으로 빛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아내 역시 같은 마음인 듯 환호성을 지르더군요. 쪽빛바다를 배경으로 몇 장의 사진을 찍은 뒤 정동진을 향했습니다.

새해 첫날이면 인파가 구름처럼 몰려드는 그곳엔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적은 관광객이 한가롭게 거닐고 있었습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자 자연이 너무도 훼손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맑은 경관을 해치는 모노레일이며 군데군데 버려진 쓰레기, 천막지로 묶여진 이동 상인들의 점포 등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그렇게 동해안의 명승지 몇 곳을 한가롭게 둘러보는 중에도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지방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해 달라는 입후보자들의 하소연이었지요. 어떻게 된 일인지 필자와는 전혀 관련 없는 지역의 입후보자들마저 애타는 호소를 보내더군요. 문자를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보내는 것인지.

다시 청주로 돌아오니 막바지 유세가 한창이었습니다. 정말로 치열한 전투가 한창 전개 중인데 우리 부부만 태평하게 노닐다 온 듯싶어 슬그머니 미안한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 부부의 선거에 대한 외면이 일탈(逸脫)인지 무관심인지 헷갈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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