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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9.12 21:30:05
  • 최종수정2018.09.12 21:30:05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짧은 외국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잘 정돈된 한국의 농촌을 보는 듯했습니다. 우리와 다르다면 인구는 적은데 너른 땅을 지녔기에 고층건물이며 아파트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었지요. 이밖에도 우리네와는 다른 것들이 좀 있었습니다. 가로수를 그다지 조성하지 않았더군요. 인구밀도가 적은 곳들의 공통점으로 여겨졌습니다. 캐나다에서도 스페인에서도 같은 생각을 가졌었습니다. 드넓은 땅을 인위적으로 가꿀 수가 없기 때문이겠지요.

그곳에서는 현수막도 찾을 수가 없더군요. 도시의 이곳저곳에서 질서 없이 펄럭여 경관을 해치는 그것들이 전혀 눈에 띄질 않은 것이지요. 교회 또한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십자가를 하늘 높이 올린 첨탑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클랙슨을 울리는 자동차의 모습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우리네 거리에서는 앞차가 조금만 더듬거려도 신경질적으로 울리는 그 날카로운 소리를 거의 들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눈에 번쩍 띄는 경관 또한 별로 없었습니다. 그저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여유롭고 평화스러울 뿐이었지요. 때문에 여행 기간 내내 대수롭지 않은 것들을 관광자원화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의 굴참나무가 관광자원이었고, 드넓게 펼쳐진 감자밭이며 꽃밭이 관광자원이었고, 고장의 풍광을 찍어 사진을 전시한 사진관이 관광자원이었습니다. 곳곳에 산재한 온천과 연기를 내뿜고 있는 활화산 정도가 특이했을 뿐입니다.

9월 6일 새벽, 강진이 발생해 아수라장이 된 홋카이도[北海道]의 이야기입니다. 규모 6.7의 강진이 발생하자 다수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하고 화력발전소들이 가동을 멈추면서 전 지역이 정전되는 초유의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했다고 언론들이 숨 가쁘게 현지 소식을 전하더군요. 태풍 '제비'가 지나간 바로 다음 날이기에 충격은 더 큰 모양이었습니다. 공항마저 정전과 건물 파손 등으로 인해 모든 항공기가 결항하고 홋카이도와 본섬을 잇는 신칸센을 포함해 홋카이도 내 모든 철도 또한 운행을 중단한 모양이더군요. 삿포로 한국총영사관은 한국인 여행객 1000여 명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고요. 현지인들의 고통에 덧붙여 귀국을 위한 모든 길이 끊겨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습니다.

필자가 그곳을 다녀온 것은 강진이 발생하기 꼭 이주일 전이었습니다. 지인 부부 다섯 팀이 어느 날 갑자기 의기투합해 계획에도 없던 여행을 훌쩍 다녀왔던 것인데 돌아본 풍경이 기억에서 채 지워지기도 전에 참혹한 현장으로 변해 안타까움이 너무도 컸습니다.

앞에서도 거론했지만 현지를 돌아보면서는 별 것도 아닌 것들로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다고 비아냥거렸었습니다. 실개울이 바위 위로 졸졸졸 흐르는 곳을 폭포라고 명명한 것이 그러했고, 동해바다의 쪽빛 물보다 조금 더 짙은 소류지를 과대 포장한 것이 그러했습니다. 헌데 그곳이 강진으로 인해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니 어인 일로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인공으로 꾸며진 것이 아닌 천혜의 자원이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일까요. 한번 파괴되면 복원이 어려운 것들이기에.

지금도 언론을 통해 속속 전해지는 홋카이도의 피해 상황을 접하며 필자부부를 비롯한 지인들이 무사히 다녀온 것을 안도하기 이전에 멀리서 보면 얄미운 일본인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우리네처럼 한가하고 여유롭게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던 그곳 사람들이 하루속히 안정을 찾아 평소의 평온한 삶을 되찾길 기원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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