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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3.17 17:38:13
  • 최종수정2020.03.17 17:38:13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아빠가 라면을 끓이면 자상한 아빠. 엄마가 라면을 끓이면 나쁜 엄마. 아들이 라면을 먹으면 불쌍한 내 아들. 딸이 라면을 먹으면 게으른 딸.'

경쾌한 비유로 가부장적 사회의 풍경을 압축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라면 4행시(?)'입니다. 한국여성민우회의 관계자는 중년 남성들의 고독사가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그동안 가사와 돌봄을 어머니나 아내 등 여성에게 의존해 왔던 데에 기인한다고 말합니다. 때문에 남성들은 홀로 된 뒤에 스스로 돌봄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처량하게 혼자 라면 먹는 남자.'

가족 내 소외 등 남성의 불행을 말하고자 할 때 항상 등장하는 이미지인데, 여성의 경우에는 혼자 라면 먹는 모습이 게으른 일상의 한 풍경으로 여겨져 미소를 짓게 합니다.

위의 내용은 어느 칼럼리스트가 쓴 글의 줄거리입니다.

대만의 한 시사 잡지에서 '미래의 노후'라는 주제로 웹 영화를 기획했습니다. 빠르게 증가하는 노령 인구로 인해 급격하게 달라질 미래의 모습을 다룬 웹 영화는 사람들의 크나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많은 독신 네티즌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영화는 깊은 산중에서 아내를 잃은 채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한 노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의 슬하에는 네 명의 자식이 있는데, 그들은 모두 장성해 그의 곁을 떠났습니다. 도시로 나가 교수가 되었거나, 해외로 진출해 사업가가 되었거나, 대기업의 사원이 되었거나, 명망 있는 남자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맏아들과 손자가 찾아온다는 전갈이 옵니다. 그는 비록 없는 솜씨지만 정성껏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곧이어 바쁜 일이 생겨 올 수 없다는 전화를 받게 되고 준비했던 음식들은 주인을 잃게 됩니다.

이 때 창밖의 하늘이 무겁게 내려앉으며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이 우중충해집니다. 노인은 잔뜩 차려진 음식이 아까워 가까운 친구를 불러 함께 식사할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누렇게 색이 바랜 낡은 수첩을 한참 동안 이리저리 뒤적거리지만 함께 식사할 만한 친구를 찾아내지 못합니다.

이내 창밖에서는 비가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노인은 홀로 부엌의 식탁에 앉아 가득 차려진 음식을 처량한 모습으로 먹습니다. 마지막 장면 위로 '인생의 마지막 20년을 함께 할 친구가 있습니까?'라는 자막이 흐릅니다.

대만의 어느 베스트셀러 작가가 쓴 '우리는 그렇게 혼자가 된다'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일요일 오후, 성당의 미사가 끝난 뒤 우르르 쏟아져 나온 교우들이 마당에 차려진 차를 한 잔씩 들고는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팔십대의 한 어르신이 화장실 근처에서 부인의 핸드백을 든 채 서성거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백발의 머리가 햇살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입니다. 다소 민망할 법도 한데 부인의 핸드백을 들고는 화장실 앞에 서 있는 노인의 모습은 조금 후줄근해 보이지만 백발의 머리 위로 쏟아지며 반짝거리는 햇살과 함께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을 연출합니다.

부인과 함께 살아 온 노인의 정겨운 나날이 핸드백 위에 소복합니다. 바라보는 모두의 가슴이 존경과 부러움으로 가득 찹니다. 그렇게 모두는 서로 살펴주고 보듬으며 사는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며 버들가지처럼 사분사분해진 마음으로 잠시나마 행복감에 젖습니다.

어느 작가의 글입니다.

이쯤에서 월탄 박종화 선생님의 독백을 다시금 새깁니다.

'늙어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어릴 때의 옛 친구는 내 곁의 늙은 아내 한 사람뿐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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