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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간에 '인디언식 이름 짓기'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과 이름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이름과 달리, 인디언들은 예로부터 개개인의 두드러지는 장점과 단점을 고려해 특징을 잘 나타내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인디언식 이름 짓기'는 자신이 태어난 해의 뒷자리와 생월·생일을 이미 정해져 있는 틀에 맞추어 넣으면 완성이 되는 간단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1979년 10월 28일 생이라면 그들이 정해 놓은 틀에 의하면 1979년의 뒷자리 년도인 '9'는 '욕심 많은'을 의미하고, 10월은 '돼지'를, 28일은 '∼와(과) 같은 사나이'를 의미하므로 이를 이으면 '욕심 많은 돼지 같은 사나이'가 되는 것이지요.

아무래도 '인디언식 이름 짓기'가 유행하게 된 배경에는 영화배우 케빈 코스트너가 감독 및 제작·주연을 맡은 '늑대와 춤을'이라는 영화의 흥행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1990년에 미국에서 제작된 서사영화인데, 자신의 군대를 찾으러 다니는 북군 중위와 인디언과의 거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남북 전쟁과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북군 중위인 존 덴버가 파견 근무지인 서부에서 인디언과 접촉하다 결국은 그들의 일원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늑대와 춤을' '주먹 쥐고 일어서' '새를 발로 차' '머릿속의 바람'과 같이 우스꽝스러운 이름들이어서 영화를 본 젊은이들이 재미삼아 자신의 이름을 인디언식으로 짓게 된 것이겠지요.

오래 전에 유행이 지난 이 '인디언식 이름 짓기'를 거론한 이유는 필자 또한 재미삼아 주변을 웃긴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해 봄, 외지에 사는 지인 부부 두 쌍이 청주를 다니러 왔습니다. 집안에 앉아 담소를 나누다 너무 지루하다 싶어 함께 나들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목적지는 괴산군 청천면 사담리에 있는 사찰인 '공림사'였지요.

공림사는 낙영산 아래 자리 잡고 있는 아담한 절로, 신라 경문왕 때에 자정선사가 창건한 고찰입니다. 자정선사가 법력이 있다는 백성들의 칭송이 자자해 경문왕이 그 인물됨을 알고 국사의 칭호와 공림사의 사명을 지어 액자를 하사하였다고 전해지는 곳입니다. 조선시대 중기에는 법주사보다도 더 흥하였다고 하는데 전란으로 인해 몇 차례 불에 타는 바람에 현금에 이르러서는 법주사의 말사가 되어 버렸지요.

승용차로 그곳에 도착한 뒤 상큼한 바람을 맞으며 유유자적 건물이며, 군락을 이룬 이십여 그루의 고목이며, 바위가 하얗게 이마를 빛내고 있는 낙영산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 넓은 뜨락에서 활짝 핀 꽃나무를 한 그루 발견했지요. 화사한 그 모습에 모두가 넋을 놓더군요. 슬그머니 장난기가 발동한 필자가 말했습니다.

"이 꽃나무의 이름이 '믿어도 되나요'입니다."

"어머, 꼭 인디언 이름 같네."

모두는 영화 '늑대와 춤을'을 연상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더군요. 그때 제 설명에 의구심을 품은 아내가 말했습니다.

"이거, 앵두나무 아니야?"

맞습니다. 앵두나무였지요. 제 농담의 진의를 안 모두는 잠시 파안대소했답니다. 이쯤에서 이제는 고인이 된 가수 최헌 씨의 노래인 '앵두'의 가사를 한번 음미해볼까요.

'믿어도 되나요 당신의 마음을/ 흘러가는 구름은 아니겠지요/ 믿어도 되나요 당신의 눈동자/ 구름 속의 태양은 아니겠지요// 사랑한단 그 말 너무 정다워/ 영원히 잊지를 못해/ 철없이 믿어버린 당신의 그 입술/ 떨어지는 앵두는 아니겠지요// 사랑한단 그 말 너무 정다워/ 영원히 잊지를 못해/ 철없이 믿어버린 당신의 그 입술/ 떨어지는 앵두는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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