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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지난 8월 어느 날, 마침내 '전공노'가 되었습니다. 이른바 '전철을 공짜로 타는 노인'. 대한민국 정부가 인정하는 공식적인 노인이 된 것이지요. 알고 보니 65세가 됨으로써 갖게 되는 혜택이 몇 가지 있더군요. 국립공원의 입장료 면제, 국내 여객기의 할인 등.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공식적인 노인으로서의 혜택으로 받아들여 선뜻 반길 수가 없었답니다. 노후(老後)가 지니는 두려움 때문이겠지요.

지금은 하늘나라로 가신 필자의 어머니께서 요양병원에 누워 계실 때 몇몇 환자의 배우자들이 매일 찾아오는 모습을 보며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가졌답니다. 월탄 박종화 선생이 생전에 남긴 말씀을 되새겼던 것이지요. '어릴 때의 옛 친구로는 내 곁의 늙은 아내 한 사람뿐'이라며 조용히 뇌인 말씀을 상기했던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친구며 지인들이 하나 둘 운명을 따라 직장을 따라 먼 곳으로 떠나버리고 종국에는 곁자리에 아내만이 남게 되었다는 술회(述懷). 살아가며 수시로 되새기는 교훈이 되었답니다.

소설가 김주영도 말합니다.

"과거에는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먼저 술값을 못 내 안달이 났습니다. 그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기분을 위해서였지요.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나 헛웃음도 많이 웃었습니다. 칠십 초반부터 조바심이랄까, 내 생애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내가 너무 퍼질러 놓고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삶'은 '사람'이라는 글자의 축약입니다. 삶은 사람과의 관계지요. 이제 간추리고 싶은 겁니다."

나이가 들면서 주변을 간추리는 버릇 다음으로 찾아오는 것이 생각의 보수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젊었을 때 사회주의자가 아닌 사람은 심장이 없는 사람이고, 나이가 들어서 보수적이지 않은 사람은 뇌가 없는 사람'이라고 한 윈스턴 처칠의 유명한 이야기는 나이가 들면 보수적으로 변하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겠지요.

성격 또한 조금은 너그럽게 변하기 마련입니다. 이립(而立), 불혹(不惑), 지천명(知天命), 이순(耳順)을 지나 일흔 살쯤이 되면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에서 크게 어긋남이 없다는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라는 공자의 말씀처럼, 먹은 나이가 소화되어 삶의 지혜가 되기 때문이겠지요. 나이만큼 많은 종류의 일,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대하다보니, 자기와 다른 것을 싸안고 포용하는, 품이 넉넉해지고 그런 만큼 그릇 또한 커지기 마련이겠지요.

하지만 나이 듦이 무작정 너그러움을 선사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때문에 철학자 이진경은 '뻔뻔한 시대, 한 줌의 정치'에서 말합니다.

"생각해보면 무언가 새로운 것, 내가 알지 못했던 것, 혹은 나와 다른 종류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것을 수용할 만한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나이만큼 마음과 신체의 유연성이 오그라들고 나와 다름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지는 것은 신체가 '늙는 것'에 따라 마음도 '늙기' 때문이다. 그러나 '늙는 것'은 단지 나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진행되는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이와 함께 나와 다른 것을 소화하는 능력이 확장되고, 그런 만큼 마음이나 신체의 여유가 늘어나 지혜롭게 성숙해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사념(思念)에 빠지다보니 곱게 늙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노인이 넘쳐난다고 걱정이 태산입니다. 이 나라의 성장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인데, 더욱이 노인이 되고 싶어서 노인이 된 것도 아닌데, 대책은 없이 걱정만 앞세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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