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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교직생활을 오래한 탓으로 필자에게는 제법 유명한 제자가 몇 있습니다. KBS에서 아나운서를 하다 퇴직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친구도 있고, 정치인도 있습니다. 그 중 정치하는 친구는 자주 연락을 해와 필자를 수시로 귀찮게(?) 합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안산 단원갑에서 당선된 고영인 국회의원입니다. 부끄럽지만, 그 친구가 자신의 책에 수록한 글을 소개해 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들은 '어깨동무'와 '새소년'을 사서 서로 돌려보곤 했다. 하루는 어떤 친구가 자기는 '어깨동무'를 샀으니 내가 산 '새소년'과 바꿔 보자고 했다.

"영인아, '새소년' 다 봤냐? 다 읽었으면 우리 바꿔보지 않을래?"

"그러면 정말 좋지."

우리는 좋아하며 서로 바꿔서 잡지를 읽었다. 친구들은 잡지에 나와 있는 만화는 다 보는데 글은 잘 읽지 않았다. 나도 친구가 준 '어깨동무'에 나와 있는 만화는 거의 읽었지만 글은 읽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 친구가 내가 산 '새소년'을 다 읽었다면서 이제 자기 책을 돌려달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나는 혹시 빠뜨린 게 없나 싶어 다시금 책을 쭉 훑어보았는데 뒤쪽에 '영인이'라는 제목의 글이 나왔다.

'어? 어떤 놈이 나랑 이름이 똑같네.'

이름이 똑같다는 게 신기해서 그 글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글은 정말 나에 관한 것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이었던 최창중 선생님이 쓰신 글이었다. 청주교대를 졸업하신 선생님은 교사로 처음 부임해서 우리들을 가르쳤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깡마른 선생님은 매우 의욕이 넘쳤고 열정적으로 우리를 가르쳐 주었다. 과자를 사주면서까지 우리들을 가르쳤다. 정말 자상해서 우리는 항상 선생님을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 선생님께 인사도 못하고 청주를 떠난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는데 그렇게 글로 다시 만나니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글 옆에는 삽화가 하나 그려져 있었다. 내가 동생을 업고 마루를 닦는 모습이었다. 선생님이 가정방문했을 때 내가 그렇게 마루를 닦고 있었나 보다. 학교에서 반장으로서 보이는 의젓한 모습하고는 다른 모습이어서 선생님께는 신선하게 다가간 모양이었다.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선생님이 나를 얼마나 아꼈는지 알 수 있었다. 나중에 어머니에게 들으니 선생님께서 어머니의 생활에 대한 고민도 많이 들어주고 상담도 해 주었다고 한다.

나는 '영인이'를 잡지에서 오려 한동안 보관을 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렸다.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이었던 것 같다. 선생님이 생각나 친구들에게 물어물어 전화를 드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선생님을 계속 만나지 못하다가 2011년 10월에 지방을 내려가는 길에 단양에 계시는 선생님께 들렀다. 많이 반가웠다.

선생님은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으로 계셨다. 그동안 선생님은 소설가로도 살아왔다. 대산문화재단의 소설부문 창작지원을 받아 소설집 '건배가 있는 삽화'도 냈다. 시골이나 중소도시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었다. 그 외 평론 수필 등 많은 글을 썼다.

선생님은 굉장히 겸손하고 맑은 모습이었다. 초등학생 때와는 또 다른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선생님께서는 '어깨동무'에 실린 '영인이'를 35년이 지난 그때까지도 간직하고 계셨다. 그 소중한 글을 선생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았다. 아마 내가 세상을 살면서 받아본 선물 중에 가장 값진 선물일 것이다. 선생님은 자신이 가르쳤던 첫 제자가 경기도의회에서 운영위원장으로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기쁨으로 받아들이셨다. 그러는 선생님의 모습을 뵈니 나도 진정으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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